[문화뉴스 MHN 부천, 석재현 기자]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암울하고 세기말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화이트 킹'처럼 고요하고 순수한 자연을 영화배경으로 삼은 디스토피아 작품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화이트 킹'이 순수 자연을 택했던 것은 냉전 시대에 폴 포트나 이오시프 스탈린 등 전체주의를 부르짖었던 이들이 하나같이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던 적이 있었으며, 12살짜리 순수한 소년 '자타'의 눈을 통해 디스토피아와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인 알렉스 헬프레흐트와 요르그 티텔은 '화이트 킹'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듯했다. 먼저, 헝가리의 기오르기 드로그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알려졌는데, 원작은 1980년대 동유럽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라 현재 이 시점에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원작처럼 소년의 시각을 그대로 흉내 내려고 했을 뿐, 자타를 통해 '화이트 킹'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대 로마 공화국을 건국한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쌍둥이들이 굳이 '화이트 킹'에 어떤 의미이자 왜 등장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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