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부천, 양미르 기자] 판타지가 아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을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경쟁부문에 오른 장편 애니메이션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그래서 주목해볼 만한 영화다. '코리안 판타스틱' 섹션은 한정된 장르가 주를 이루는 현재 한국 영화산업에서 다양한 장르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작품을 발견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2011년 BIFAN '기억하려하다'로 관객의 인상을 줬으며, '화장실콩쿨'로 2015년 제11회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상, 독립보행상을 받은 이용선 감독의 신작이다. 제목은 '헬조선'이라는 이미지에서 가져온 '반도'와 '오준구'가 트레이닝 때 언급하는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합친 인상을 준다.

현역에서도 잘 불러주지 않는 배우 '오준구'는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하며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주지 않아서였을까?' 한 학생에게 나쁜 강의평가를 받은 것에 마음이 쓰일 정도의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오준구'에게 드라마 오디션 자리와 함께 퇴임을 앞둔 교수를 대신하는 정교수의 자리가 동시에 찾아온다.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 '오준구'의 아들은 장난을 하다 주차된 외제차를 파손하고, 아내는 '정교수'가 된다는 말에 덜컥 큰 집을 사게 된다. 결국, 드라마 오디션 자리 앞에서 '오준구'는 물러나고 만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교수는 사라지고, 다른 교수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는 상황에 부닥치면서 '오준구'는 모든 것이 꼬이고 만다. 그리고 과거 교수가 했던 말들을 토대로 '오준구'는 교수를 찾기 위해 떠난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BIFAN 프로그래머 추천작 소개'를 통해 "콘크리트 정글의 경쟁 속, 수컷의 비애감이 짙게 묻어난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안정적으로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이 있더라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갈 것이냐는 고민은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는 '한국의 아저씨'가 충분히 할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섹스 스캔들' 장면은 보는 관객에 따라 주인공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 리듬을 일시에 파괴하는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면이 여럿 있는데,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긴장감 있는 연출, '오준구'를 향해 날아올 비난의 손짓을 표현한 순간 등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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