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 해방의 서울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박근형(1963~)은 1985년 극단 76단 배우로 입단하고 이후 연출로 전향하였다. 1991년 <춘향>으로 데뷔했다. 그 후 극단 76과 함께 <아스피린>(1994), <쥐>(1998), <만두>(1998)를 올렸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연극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박근형은 2001년부터 극단 골목길을 이끌고 있다. <귀신의 똥>(1999), <이자의 세월>(2000), <물속에서 숨 쉬는 자 아무도 없다>(2001), <삽 아니면 도끼>(2002), <대대손손>(2003), <집>(2003), <삼총사>(2003), <선창가>(2005), 2006년 '경숙이, 경숙아버지'라는 작품으로 연극계의 모든 상을 싹쓸이 하면서 스타연출가로서의 기량을 드러냈다. 이후 <돌아온 엄사장>(2007), <백무동에서>(2007),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2008), <너무 놀라지 마라>(2009), <아침 드라마>(2010), <처음처럼>(2011) <햄릿 업데이트>(2011),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 <청춘예찬(2013)> <시대유감(2013)> <피리 부는 사나이(2013)> <베키 쇼(2014)> <로미오와 줄리엣(2014)> <만주전선(2014)>을 집필 연출했다.

<만주전선>으로 2014 공연 베스트 7,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2014년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우수상, 2010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09 <너무 놀라지 마라>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2006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로 올해의 예술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하고, 김상렬 연극상(2005), 올해의 예술상(2005)동아일보 차세대를 이끌고 갈 연출가 1위 선정(2003)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 – 대대손손(2000),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문화관광부 장관상(1999) KBS 문예진흥원 공동주관【발굴 이사람】선정(1999), 평론가협회 작품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청춘예찬(1999), 청년예술대상 희곡상(1999), 연극협회 신인연출상, BEST 5 작품상 – 청춘예찬(1999)을 수상했다.

<해방의 서울>은 해방 직전 경성에서 활동을 벌이던 남녀 배우들과 그들이 출연하던 영화와 영화사의 이야기다.

일제치하에서 만들어진 영화로는 1920년대의 <아리랑> <풍운아> <들쥐> <먼동이 틀 때> <사랑을 찾아서> 1930대의 영화로는 <나그네> <농증조> <병정님> <복지만리> <임자 없는 나룻배> 등이 있다. 영화감독으로는 강호, 김화랑, 나운규, 신경균, 심 훈, 안종화, 윤백남, 윤봉춘, 이구용, 이규환, 이필우, 전창근, 최인규, 허영 등이 있다. 영화배우로는 강홍식, 김도산, 김신재, 김정숙, 김춘광, 김 한, 나운규, 노재신, 독은기, 문수일, 문예봉, 복혜숙, 서월영, 석금성, 심영, 심훈, 안종화, 양일민, 윤백남, 윤봉춘, 이구영, 이금룡, 이월화, 임 화, 전 옥, 전창근, 한은진 등이 있다.

1940년대에 이르러 일제는 외지와 내지를 완전히 통합하는 강압적인 흡수통합정책을 수행하였다. 본래 일제의 통치목적은 점진적인 영구병합이었으나, 태평양 전쟁의 전황악화로 흡수정책이 더욱 가속화되어 일본 기업이 더 활발하게 진출함은 물론, 한국어를 사용하는 매체를 금지하고, 창씨개명을 시행하였으며, 징병제까지 도입했다.

문화통치의 상징이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940년 물자부족 및 한국어 매체 금지로 인해 강제 폐간되었다.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일제의 물자와 인력 공출, 이른바 병참 기지화 정책은 조선민중을 이전에 겪지 못한 유례없는 고통에 빠지게 하였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이나 징병 계획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전쟁의 성과가 나빠지자 일제는 전쟁물자 공급에 더욱 사력을 가하게 된다.

그리하여 조선에서 공출 제를 실시한다. 부설된 철도 선로를 도로 뜯어가고, 금속으로 된 밥그릇과 숟가락은 물론, 징이나 꽹과리 같은 철제 악기를 비롯하여 낫이나 호미 또는 쟁기 같은 농기구는 물론 심지어는 분뇨(糞尿)를 담는 요강까지 빼앗아갔다. 단, 미군에게 제해권을 빼앗겨 실제 공출된 물자가 일본본토로 이송되지는 못하였으나, 문제는 물자를 거둬들인 후 다시 마구잡이로 분배 하는 통에 시장과 유통체계가 완전히 마비되어 극심한 혼란상황이 빚어졌다.

태평양 전쟁 시기는 독립운동사의 암흑기 그 자체다. 이미 1930년대를 경유하여 국내 독립운동은 완전히 씨가 말라버려 기껏해야 30년대 후반~40년대 초까지 존재했던 박헌영의 경성 콤 그룹과 1944년에 결성되었던 여운형의 건국동맹정도의 지하 비밀결사 형태로밖에 남지 않았다. 경성 부민관 폭파사건과 대구 학병 거부의거, 평양 학병거부의거도 매우 희귀한 사건에 속한다. 한국에서의 일제에 대한 인상은 주로 이 시기의 모습이 많다. 결국 핵폭탄을 2방 맞고 나서야 일본은 8월 15일에 연합군 측에 무조건 항복한다.

 

무대는 영화사의 휴게실이다. 정면 벽 중앙에 기무라 키네마 영화사라는 글씨가 보이고, 당시에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의 포스터가 중앙에 발을 늘어뜨린 나무가리개 양쪽에 가로로 나란히 붙여놓았다. 정면에 밖으로 통하는 복도가 있고, 창경궁의 춘당지로 통한다는 설정이다. 낮은 탁자와 의자가 그리고 폭이 좁은 평상이 배치되어 있다. 하수 쪽 탁자에는 유성기가 있어 틀면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가 흘러나온다. 그 옆에 장구를 올려놓은 의자가 있다. 그 옆으로 고풍스런 의자가 놓이고, 상수 쪽 탁자에는 후반에 라디오를 가져다 놓는다. 천둥번개소리가 음향효과를 사용되고, 대단원에 일본왕의 항복 선언문 낭독이 들려나온다.

나이든 남녀배우와 젊은 배우, 그리고 배우지망생인 소녀가 등장하고, 조감독이 스텝 일을 하면서 마지막 촬영만 남았음을 알린다. 나이든 남녀배우는 원래 부부였으나 이혼을 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여배우는 소문난 명배우라는 설정이다. 여배우는 북이 고향인지 이북말씨를 쓴다. 여배우에게 연기를 지도받는 소녀는 어머니가 위안부인 것으로 설정이 되고, 장끼로 장구를 쳐 보이고, 텀블링을 하기도 한다. 젊은 남자배우는 나이든 남녀배우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로 모시겠다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마지막 촬영장면은 여주인공이 춘당지에 빠져 죽는 장면이라, 남편과 함께 빠지는 장면을 두고, 여배우는 같이 빠져죽을 수 없다며 승강이가 벌어진다.

바로 그때 영화사 사장이 일본에서 귀국해 도착한다. 새로 나왔다는 라디오를 들고 온 아들은 일본에서 예술을 전공했다. 젊고 미남인 아들은 뛰어난 그림 재주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나이 든 남자배우의 얼굴을 크로키 한 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이 차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배우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여배우는 연령차 때문에 거절을 하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배우 지망생인 소녀가 사장 아들한테 자신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청한다. 물론 아들은 거절을 하지만 소녀가 간절히 청하니 소녀가 포즈를 잡는데서 부터 엄격한 모습을 보이며 얼굴을 그려준다.

마지막 촬영을 두고, 여배우가 전남편과 함께 물에 뛰어들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니, 감독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감독을 밀어 춘당지에 빠뜨리는 사고를 일으킨다. 수영을 못 하는 감독은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진다. 시일이 촉박해 마지막 장면을 조감독에게 맡기는 문제로 또 한 번 티격 태격을 하게 되고, 10년 간 조감독을 해온 인물에게 감독입봉을 시키기로 합의를 한다. 사장에게 알리니 사장도 긍정적인 심정을 표한다.

그러나 여배우가 반대를 한다. 조감독은 아연실색을 하지만 여배우는 제대로 예술대학을 나온 사장의 아들에게 감독을 맡기자고 제안한다. 조감독은 눈물로 호소를 하지만, 결국 사장 아들이 감독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고, 사장 아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점검하면서, 나이 든 배우의 감정 표현과 동작의 일치를 지적하며 여러 차례 반복을 시킨다. 나이 든 배우는 마지못해 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기량을 보이게 된다. 그러자 아들은 이제 되었으니 조감독을 해온 인물에게 감독을 맡아 하라며 양보를 한다. 사장도 끄덕이며 내지와 반도에서 동시개봉을 할 것임을 알리고, 마지막 촬영을 잘 하도록 이르고 배우들은 모두 춘당지로 향한다.

그러자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모두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일기예보를 듣기위해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는 일본왕의 항복 선언문 낭독 소리가 들려나온다. 놀라는 일동과 동경과 경성에서 동시개봉을 하려던 영화에 대한 희망이 송두리째 사라져 상심으로 낙담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강지은이 여배우, 김정호가 영화사 사장, 이원재가 사장아들, 이호열이 조감독, 김은우가 나이든 남자배우, 김동원이 젊은 남자배우, 심재현이 배우지망 소녀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홍수민, 무대감독 나영범, 부대디자인 김병건, 조명디자인 성노진, 홍보디자인 손청강, 음악 박민수, 기획 안소영, 진행 이성숙, 오퍼레이터 김혁민 박희민 등 스태프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의 <해방의 서울>을 연극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루어, 국공립극단을 능가하는 수준급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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