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3일간의비'의 연출가와 출연배우 전원이 참여한 질의응답 시간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13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3일간의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뉴욕 초연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최초로 무대를 가지는 연극 '3일간의비'가 지난 1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서 개막했다. 연극 '트루웨스트', 뮤지컬 '내마음의 풍금' 등으로 공연 연출 경험을 다져온 배우 오만석의 새 연출작이다.

연극은 1995년을 현재의 기점으로, 이보다 35년 앞선 1960년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부모들이 살았던 시대와 자식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오 연출은 "배우 모두 1인 2역을 맡아,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준다. 서로가 같은 듯 다른, 또 다른 듯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워커'의 아버지 '네드'의 낡은 일기장을 단서로 현재의 자녀 세대는 과거의 부모 세대를 돌아본다. 

'워커'와 '네드' 역에는 배우 최재웅과 윤박이, '낸'과 '라이나' 역에는 배우 최유송과 이윤지가, '핍'과 '테오' 역에는 배우 이명행과 서현우가 각각 더블캐스팅됐다. 이날 프레스콜은 40분간의 주요장면 시연에 이어, 연출가와 출연 배우 전원이 참여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연극 '3일간의비' 하이라이트 시연 장면

국내서 초연되는 작품의 '연출'뿐 아니라 '각색'까지 맡았다. 영어로 쓰인 희곡을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감정선 살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면? 또한 초연에 대한 부담감은 어떻게 해소했나?

└ 오만석 : 리차드 그린버그가 워낙 좋은 작가, 유명한 작가로 알려져 있기에 작품에 대해 많은 분과 더불어 저 또한 기대했다. 그런데 원작이 상당히 장황하고 친절하지 않았다. 담고 있는 얘기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다소 생소한 어휘나 인물명이 등장한다. 관객 여러분께서 이 작품을 보자마자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불친절한 그대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작보다는 설명을 많이 넣었다. 최대한 이해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우리 감성에 맞춰 각색했다. 

그러다 보니 상당 부분 손을 많이 가더라. 원작에 없는 부분을 추가하기도 하고, 중복되는 부분은 축약시키기도 했다. 우리 작품은 1막과 2막 각각의 장면들이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구성돼 있다. 그걸 부각하기 위해 대사나 동선 구성에 신경 썼다. 또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까, 조명을 통해 집이 완성되는 과정을 1막과 2막에 가시적으로 표현해내고자 했다. 

 

이윤지 배우와 최재웅 배우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1인 2역을 맡아야 하기도 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채워야 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부담감이나 어려움 없었나?

└ 최재웅 : 뮤지컬을 주로 하다가 연극에 오랜만에 왔다. 특별히 연극과 뮤지컬을 구분 짓고 싶지는 않다. 1막에서는 '워커', 2막에는 '네드'를 맡았는데, 워커는 네드의 아들이다. 지금까지 작품에 임할 때, 캐릭터 구축을 위해 대본 바깥의 것들을 찾아오곤 했는데 최근 들어 그게 잘못된 방식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대본 자체를 많이 공부했다. 워낙 어려운 대본이기 때문에, 대본 안에서 찾고 공부하고 준비했다. 

└ 이윤지 : '클로저'라는 작품 이후, 3년이 조금 넘어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방송에서 연기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 번씩 너무 길지 않은 기간을 두고 관객을 마주 보고 연기할 기회를 자신에게 항상 주고 싶었다. 자신은 없지만 무대는 언제든 연기하고 싶은 곳이다. 

이번에는 우연히 이전 드라마 쫑파티 다음 날부터 바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3일간의비'의 번역본을 드라마 출연 중에 읽었고 이후에 각색본을 읽었는데, 각색본이 내가 이 연극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무대에서 나와의 약속을 지킬 때, 이 작품이면 너무 좋겠다 싶더라. 

작품을 선택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클로저'와 이번 작품 사이에 개인적으로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경험을 했다. 이 작품에는 엄마와 딸로 각각 살아볼 기회가 들어 있다. 한 작품 안에서 엄마와 딸을 동시에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아이를 키운 지 2년 가까이 돼 간다. 작품을 하다 보니 우리 엄마는 내가 이 나이쯤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각색과 연출을 맡은 오만석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 공연을 어떤 분들이 보러와 줬으면 좋겠나?

└ 오만석 : 당연히 많은 분들이다(웃음). 공연 좋아하는 분들 많이 와주시기 바란다. 텍스트를 분석하게 하거나, 대사 안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그걸 재밌어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3일간의비'는 관극 이후 자기해석을 곁들여 대화 나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기 좋은 연극이다.

 

연극 무대만의 매력이 있다면?

└ 윤박 : 이번 작품은 앞서 윤지 누나가 말한 것처럼,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두 역할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장애로 보일 만큼 말을 심하게 더듬는 '네드'라는 역할을 내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많이 뒀다. '워커'의 자유로움, 날카로움, 자유분방함은 많이 접했고 겪어왔지만, 말을 더듬는 그러나 자신의 천재성이 있는 '네드'라는 역할은 희소했기에 매력을 강렬히 느꼈다. 

연극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참여하고 싶은 장르다. 방송이 익숙하다 보니 많이 지쳐있기도 하다. 연극 무대에 오면 새로운 접근으로 연기하게 되는데, 그러면 힘이 나고 재충전할 수 있게 되곤 한다. 

 

연극 '3일간의비' 하이라이트 시연 장면

시대 배경이 1960년과 1995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오만석 : 작품이 초연된 건 1997년이고, 작가가 희곡을 완성한 건 1995년이다. 그래서 1995년이 '현재'의 시점이 되고 1960년이 현재 주인공들의 부모 세대가 된다. 무대는 두 세대 간의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모습을 교차시킨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갔을 것 같은 부모와 자식. 

미국의 1960년대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며 사회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던 시대다. 삶이나 사회에 대해 물음표를 가지고 살았던 각 시대의 사람들이 서로의 시대를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증을 가진다. 작품 안에서 서로 간의 '물음표'가 서로 간의 '느낌표'로 변환이 된다. 

 

최유송 배우는 오만석 연출과 어떤 인연으로 캐스팅됐는지?

└ 오만석 : 어느 영화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최 배우와 얘기를 나눴다. 당시 캐스팅 때문에 제작진과 고민하던 차였다. 작품 내의 이미지가 이 분과 상당 부분 겹쳤다. 그래서 섭외하게 됐다. 연극 '3일간의비'처럼 최 배우를 운명적으로, 혹은 독특하게 만나서 섭외 제안을 하게 됐고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이명행 배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즐거웠던 점 혹은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 이명행 : 이름만 알고 있던 사람들과 실제로 작업하게 돼 즐거웠다. 굳이 힘든 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다만, 작품이 '사랑의 원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에서 원죄라는 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무엇에 필요불가결하게 다른 의미가 붙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의 순간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힘든 점은 아니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됐던 지점이다. 

 

올여름 연출로도 활약하지만, 곧 뮤지컬 '헤드윅'의 배우로도 공연하게 된다. 소감이 어떤지? 

└ 오만석 : 두렵고 걱정된다. 내일부터는 낮에는 '헤드윅' 연습에 들어가고 저녁에는 여기서 공연을 봐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헤드윅'을 준비할 것 같다. '헤드윅'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새로 합류하는 배우들과도 합심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배우와 연출가를 동시에 맡게 돼 두렵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3일간의비'의 매력은?

└ 최유송 : 매력 많다.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이 도저히 집으로는 바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 혹은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해서 소주 한 잔 하게 만드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서현석 배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현우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핍', '테오' 역할의 매력은?

└ 서현우 :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는 아니고,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부모와 자녀라는 두 역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체가, 한 배우의 매우 다른 면모를 한꺼번에 뜯어볼 수 있다는 기회이기도 하다. '핍'은 포근하고 포용력 있고 덜 예민하다. 그러나 '테오'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고 냉철하다. 외형적 요소보다 한 부모와 그의 자녀라는 느낌에서 볼 때, 성격에 있어서 닮은 듯 안 닮은 모습들에 염두를 두고 역할 준비를 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명행 : 오 연출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이 작품은 '외줄 타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외줄에 한쪽을 잡고 있을 테니, 관객 여러분이 와주셔서 다른 한쪽을 잡아주시면 감사하겠다.

key000@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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