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흥초 야구부, '위장 전입' 논란 속 해체 위기

▲ 야구부 해체를 막기 위해 어린 선수들이 스스로 피켓 시위에 나섰다. 학교측에서는 야구를 위해 전학을 온 이들을 모두 '위장 전입'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사진=서흥초고 학부모 제공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모든 인생사에는 명(明)과 암(暗)이 동시에 존재한다. 프로야구만 해도 1,0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양적 성장의 밝은 면이 있는 반면, 전직 심판의 금품 수수 등으로 KBO 내부적인 도덕적 헤이가 존재한다는 어두운 면도 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아마야구 역시 베이징 올림픽 키즈들의 활약으로 프로야구 못지않은 경기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밝은 면과 동시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일부 학교의 폭력, 더 나아가 야구부 자체를 없애려는 움직임 등 어두운 면도 존재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점을 야구계의 '형님'격인 KBO도 앞장서서 도와주었으면 하지만, KBO 역시 내우외환 상태라 본인들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급하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일이 만연하고 있다는 '펙트(fact)'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사실 자체를 외부에 알려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 혹은 그러한 사실을 접하고 보도를 하는 사람을 매도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지금 한창 야구계(혹은 해당 학교)가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데, 왜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전직 심판의 금품 수수 관련하여 장기간 탐사 보도를 펼쳐 온 '엠스플뉴스'도 상당 기간 야구계 안팎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한다. 본지 역시 몇 차례 야구계에 대한 '어두운 부분'을 보도할 때마다 시정 조치를 해야 하는 쪽에서 강하게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장님, 야구부원들이 위장 전입이라고요?
'위장 전입'의 합목적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셨나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는 본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요청이 적지 않이 들어오고 있다. 이만수 헐크재단 이사장도 큰 관심을 보였던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 역시 마찬가지. 본 야구부는 서태웅 감독이 직접 본 기자에게 사정을 전해 올 만큼, 절박한 사정에 놓인 상태였다. 학교장이 야구를 하고자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받지 않고, 되려 지금 있는 학생 선수들도 전학을 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 감독을 비롯하여 학부모측에서는 학교장이 야구를 위해 전학을 온 학생들이 '위장 전입'을 했기 때문에,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피켓을 들고 있는 어린 학생 선수만큼, 피켓에 새겨진 문구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진=서흥초교 학부모 제공

그렇다.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야기다. 실제로 '위장 전입'의 사전적 의미는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위장 전입이 드러났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러한 처벌을 막기 위해서라도 야구를 목적으로 전학을 온 학생을 받아줄 수 없다는 학교측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만수 이사장도 이 점을 착안, 양 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러한 위장 전입 처벌 규정이 생긴 근본적인 사실을 말이다. 본디 이 규정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과 다른 학군의 좋은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거나, '부동산 취득을 용이'하게 하거나, '선거법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제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야구를 목적으로 전학 혹은 진학을 선택한 학생들이 위와 같은 의도를 지녔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처벌 규정의 합목적성'을 바탕으로 학교측이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정확한 법적 해석을 받기 위해 재판장에 서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로 하더라도 야구부라는 이유로 학생 선수들의 인사를 받아 주지 않는 행위(학부모/학생측 주장)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학부모측과 학생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교육자다운 면모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처리 과정에 대한 합목적성을 따지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다음 문제다. 운동부를 운영하는 것은 학교측에서 보면 상당히 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며, 운동장 사용 문제가 뒤따른다면 지역 야구 협회 등을 통하여 얼마든지 절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측에서는 오픈된 마인드를 지닌다는 전제 하에 야구부와 학부모들을 대하면서 ‘폐지가 정답’이라는 명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해 본다.

※ 본 고는 해당 지도자 및 학부모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학교 측 의견이 도착하는 대로 후속 보도를 약속드립니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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