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서울은 8강전 승리로 4강행 선착, 지난해 리턴 매치

▲ 배지환의 역전 3점 홈런에 기뻐하는 경북고 선수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선수권) 16강 및 8강전 일정에서 경북고, 덕수고, 서울고가 각각 승리했다.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선수권 11일 째 경기에서 경북고가 경주고에 승리하며 8강행 막차를 탔고, 곧바로 이어진 8강전에서는 덕수고와 서울고가 승리하며, 먼저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제1경기 : 대구 경북고등학교 6-4 경북 경주고등학교

안타 3개. 경북고가 6점을 득점하는 데 필요했던 안타 숫자였다. 그리고 9회까지 1-4로 패색이 짙던 가운데, 경북고가 유격수 배지환의 끝내기 3점 홈런을 앞세워 대역전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문 선배 곽경문(삼성)에게 좋은 생일 선물을 부여한 셈이다. 그러나 승리로 가는 과정이 썩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경주고 3번 최현진이 1루수 쪽으로 땅볼을 치면서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보통 상황이었으면 아웃. 그러나 1루수 이대건이 느슨하게 1루를 밟는 사이에 최현진이 빠른 발을 이용하여 1루에서 세이프된 것. 여기서 4번 백현종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기록,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2회 초에서는 수비 실수로 주자가 홈을 밟는 등 오히려 점수 차이를 더욱 벌렸다. 경북고로서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준 셈이었다. 여기에 경북고 타선도 3회까지 노히트를 기록하며,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4회 말 1사에서 4번 배성렬이 팀의 첫 안타를 2루타로 기록한 데 이어 5번 김윤수의 3루 땅볼 때 3루수가 송구 에러를 범하면서 긴 0의 행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5회 초 수비서 2사 이후 3루수 강민성이 평범한 땅볼을 뒤로 놓치며 2루 주자의 홈인을 허용한 데 이어 6번 정병진이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는 등 8회까지 4-1의 스코어가 유지됐다. 패색이 짙던 경북고는 9회 말 마지막 공격서 상대 수비 에러를 틈타 공격 실마리를 잡았다. 1사 1, 2루서 8번 강민성이 본인의 수비 실수를 만회하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9번 고정현도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이 날 경기서 유독 안타가 없던 1번 배지환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상대 에이스 김영범의 2구째 빠른볼을 통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라인 드라이브 3점 홈런을 완성했다. 대회 10호 홈런. 이렇게 경북고는 상당히 극적인 시나리오로 8강행 막차를 탔다. 마운드에서는 이희재-배창현-김태우-신효승이 차례로 이어 던지며, 4실점(1자책)으로 경주고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마지막 투수로 나와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좌완 신효승이 삼진 하나를 곁들이면서 행운의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경주고의 또 다른 '신성' 이상수도 8이닝을 소화하면서 경북고 타선에 단 1안타만을 허용하는 역투를 펼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 생애 첫 홈런볼 획득 후 기뻐하는 배지환. 공교롭게도 선배 곽경문의 생일에 홈런포를 기록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제2경기 : 서울 덕수고등학교 5-2 광주 동성고등학교

황금사자기 4강에 이어 또 다시 청룡기 선수권 8강에서 다시 만난 양 팀의 대결에서 덕수고가 또 웃었다. 특히, 이 날 맞대결은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간의 만남(동성고 2학년 김기훈 vs 덕수고 3학년 양창섭, 박동수, 이인혁 트리오)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이에 동성고 김재덕 감독도 김기훈을 과감하게 선발로 투입, 정공법을 썼다. 그러나 덕수고는 전날까지 좌완 투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한 듯, 초반부터 거세게 김기훈을 몰아붙였다. 1회 초 2사 3루서 4번 남영재의 좌전 적시타로 포문을 연 덕수고는 곧바로 5번 전이준이 우익수 옆을 빠지는 1타점 3루타를 기록, 완벽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동성고 역시 1회 말 1사 2루서 3번 이명기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지만, 덕수고가 또 다시 3회에 1사 2루서 전이준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김기훈을 강판시켰다. 대회 11호. 이후 양 팀은 6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갔으나, 덕수고가 7회 초 1사 2, 3루서 3번 양원중의 2루 땅볼로 한 점을 더 내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동성고는 같은 7회 말 반격서 9번 김경훈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한점을 추격했으나, 덕수고가 바로 에이스 양창섭을 투입하면서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좌완 백미카엘에 이어 두 번째로 등판한 장신 우완 박용민이 4와 1/3이닝 1실점 투구를 이어가면서 근 1년 만에 전국무대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 덕수고의 4강행을 이끈 투-타의 주역, 박용민과 전이준(사진 좌측부터). 사진ⓒ김현희 기자

제3경기 : 서울고등학교 10-0 서울 충암고등학교(5회 콜드)

주말리그에서 이미 한 차례 콜드게임을 완성한 바 있던 서울고가 청룡기 선수권 본선 무대에서도 또 다시 충암고에 콜드게임 승리하며, 가볍게 대회 4강에 올랐다. 서울고는 1회 말 공격서 2사 이후 5번 이재원의 선제 좌전 적시타와 7번 장민석의 밀어내기 몸에맞는 볼로 두 점을 선취했다. 그리고 2회에는 1사 만루서 4번 강백호가 주자 일소 싹쓸이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6번 송승환과 7번 장민석의 연속 적시타로 두 점을 추가했다. 3회에 3번 정문근의 1타점 2루타로 8점째를 낸 서울고는 4회에 또 다시 7번 장민석이 2타점을 기록하면서 5회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장민석이 1루를 밟지 않은 것이 인정(누의 공과)되어 타점 인정+좌익 선상 땅볼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마운드에서는 서울고 3학년 주승우가 선발로 등판,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완봉으로 1승을 챙겼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경북고 내야수 배지환 : 말이 필요 없다. 16강 마지막 경기를 쓰리런 홈런으로 끝낸 배지환이 대회 11일째 경기 최고의 히어로였다. 경기 내내 안타가 없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적시타를 쳐 줄 수 있는 선수야말로 큰 경기에 강한 선수요, 프로에서도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배지환이 딱 그러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배지환은 1회에 볼넷으로 출루했던 것이 전부였다. 4회 공격에서는 1사 1루서 땅볼로 살아 나간 이후 두 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데 '만족할 뻔' 했다. 어쨌든 4타석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배지환이 4-3으로 턱밑까지 쫓아갔던 9회 1사 1, 2루에서 타석에 진입, 상대 에이스 김영범을 상대로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을 뽑아냈다. 그 동안 빠른 발을 바탕으로 내야를 휘저었던 모습만 보여줬던 것에 비해 오늘 경기에서는 큰 것 한 방으로 스스로 스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초, 중, 고등학교 통산 1호 홈런. 변화구보다 빠른 볼을 아예 노리고 들어갔다는 배지환은 2구째만에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우측 방면 큰 아치를 그려냈다. 박상길 감독도 홈런을 치고 돌아 온 제자에 악수로 감사의 표시를 했다. 그러나 배지환은 "아직 갈 길이 남았다. 목표는 우승이다. 내일 8강에서 또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상수(삼성)의 경북고 시절보다 낫다는 평가가 허튼 소리는 아닌 셈이다.

덕수고 외야수 전이준-투수 박용민 듀오 : 사실상 8강전 첫 경기를 지배한 사나이들이다. 전이준은 1회 초 공격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알리는 3루타로 포문을 연 데 이어 2-1의 근소한 리드를 이어가던 3회에는 아예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덕수고가 낸 5점 중 무려 3점을 전이준 혼자 책임진 셈이다. 주장 윤영수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하면서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한편, 지난해 재활로 올해 청룡기에서야 첫 선을 보인 장신 투수 박용민은 군산상고전 무실점 이후 또 다시 8강전에 등판하여 4와 1/3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장신에서 비롯된 힘 있는 공에 동성고 타자들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이었다. 경기 직후 만난 박용민은 "작년 황금사자기 경남고전 승부치기 승리 이후 처음"이라며, 재활이 길었던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 2학년 멤버로 서울고 타선을 이끌고 있는 송승환과 장민석(사진 좌측부터). 사진ⓒ김현희 기자

서울고 올라운더 강백호, 송승환-장민석 2학년 듀오 : 적시 적소에 장타를 기록하면서 스스로 대어임을 증명해 보였다. 2-0으로 앞선 2회 말 1사 만루서 주자 일소 2루타를 기록한 부분이 이 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을 정도. 사실상 이 한 방으로 경기 흐름은 완전히 서울고로 넘어갔다. 오늘 경기에서는 투수로 등판하지 않았던 만큼, 덕수고와의 4강전에서 '서울고 오타니'의 재림을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던 장민석도 혼자 4타점을 기록, 이 날 경기에서 강백호 버금가는 활약을 선보였다. 다만, 마지막 타석에서 공과로 3루타가 인정되지 않았던 부분이 이 날 경기의 유일한 옥에 티였다. 이에 대해 "분명 1루를 밟았다고 생각했지만, 4타점 올린 부분에 만족하고, 덕수고와의 4강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라며, 아쉬움보다는 각오를 다졌다. 롤 모델은 삼성의 박해민. 강백호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포수 마스크를 쓰는 송승환은 내년에 주전 안방 마님 자리를 예약했다. 원래는 3루수였으나, 유정민 감독의 권유로 올해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8강전이 콜드로 끝나는 바람에 오늘 경기에서는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나, 4강전에서는 100% 안방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롤 모델은 원래 황재균이었으나, 이제는 강민호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송승환 역시 모레 펼쳐질 덕수고전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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