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대한민국 전통한지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김장문화, 농악, 제주해녀문화 등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이 있는 가운데, 전통한지 역시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나섰다.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2017 대한민국 전통한지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국회의원 김광수, 전라북도, 전주시,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전북대학교 인문역량강화사업추진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사)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사)한국펄프종이공학회, (사)한국목재공학회, 한국과학기술원 전통문화과학기술연구단이 주관하며, 전북대학교, 국기원, 문화뉴스 MHN, 아시아청년예술가육성협회, 전주패션협회, 주리화가 후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대한민국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방안과 한지문화산업 진흥법 발제를 주제로, 전통한지 장인 및 관련 산업계, 문화재 관련 연구자 외 약 300여 명이 참여해 진행됐다. 컨퍼런스에 앞서 식전공연으로 우리 전통의 가야금, 부채춤이 펼쳐져 참석자의 박수를 받았다.

사회에 나선 본지 박리디아 부사장 겸 아시아청년예술가육성협회 이사장은 "우리 한지는 천년 넘게 보존되는 우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했다"라면서, "중국은 2009년에 '중국 전통 선지 제조기술'을, 일본은 2014년 '일본의 수제화지 기술을'을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지를 어떻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폭넓은 의견이 수렴되길 희망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 박리디아 본지 부사장이 사회를 맡았다.

전통한지 국제컨퍼런스를 주최한 국민의당 김광수 국회의원은 "비단의 수명은 500년에 불과하지만, 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의 말처럼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품질을 간직하고 있는 한지는 대한민국 문화의 한 생명과 같다"라면서, "한지는 우리나라의 자랑이자 선조들의 혼을 담은 문화다. 우리의 전통문화인 한지는 종이공예, 인테리어 소재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소재로 무한한 이용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어 산업적인 가치도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광수 국회의원은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대한민국 한지의 기초를 마련하고, 한지의 가치를 재조명해 한지 지원 육성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대표적 한지 생산지인 전주의 국회의원으로서 한지문화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한지문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한지문화산업 지원·육성 지원법'을 발의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고유의 한지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대회사를 남겼다.

이남호 전주한지문화축제 조직위원장(전북대학교 총장)은 "지난 5월 전주한지문화축제에는 10만 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많은 성과를 남겼다"라면서, "'대한민국 한지예술대전'은 예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출품작이 쏟아지면서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 최고의 한지예술 공모전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축제에서 이룩한 한지 대중화를 바탕으로 '한지 산업화'를 이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한지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한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전주한지문화축제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컨퍼런스를 앞두고 축하 공연이 진행됐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는 한지, 비빔밥, 부채, 판소리 등 많은 전통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그 중 전주한지는 전주의 최고 원료와 맑은 물, 그리고 빼어난 기술의 조합이 만들어 낸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이러한 전주한지의 명맥을 잇고 자, 전주시는 농가를 대상으로 한지 원료 확보를 위한 닥나무 공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통한지 제조시설 구축 사업을 통해 전주한지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환영사를 이야기했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일, 천년의 생명력을 지닌 전주한지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재의 복원 재료로 사용됐다"라면서, "프랑스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전주한지'로 인해 세계 미술품 복원의 기준이 되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이 대한민국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한지의 세계화와 산업화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의 노력과 애정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유은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 중 하나로, 각 지역의 전통, 특성을 살려 빛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있다"라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도와줘야 한다. 법 제정이 사실 절차도 여러가지를 밟아야 하는데, '한지문화산업 지원·육성 지원법'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희망을 모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이어 장정숙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국민의당 국회의원), 이찬희 (사)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장,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을 대신해 문화체육관광부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이 축사를 남겼다.

▲ 넬라 포기 이탈리아 지류문화재 보존수복 전문가가 발제를 진행했다.

2부로는 넬라 포기 이탈리아 지류문화재 보존수복 전문가가 '외발한지, 한지장과 보존수복 전문가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다'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넬라 포기는 "이탈리아에서 한지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과 이탈리아의 여러 모임을 통해 알려지게 됐다"라면서, "한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은 '직지'였다. '직지'를 통해 한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그 역사를 알게 됐다.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지와 관련한 다큐멘터리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 계기가 됐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넬라 포기는 "이탈리아에서 한지의 특징은 무엇이며, 일본의 화지와 비교해 한지가 가진 차별점, 다른 특정 종이와 함께 판매를 할 수 있는가, 한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가 등 질문이 빈번하게 나온다"라면서, 넬라 포지는 한지의 장점으로 햇빛에 노출되어도 종이의 색깔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 유연하게 접히면서 빠른 흡수성을 보여준다는 점, 섬유질의 부드러운 촉감, 방한성과 보온성이 우수하며, 공기와 수분 투가성이 우수하다는 점 등을 소개했다.

끝으로 넬라 포기는 "앞으로 한지를 널리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라면서, "한지의 품질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워크숍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시장에서 좋은 한지를 만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급도 이뤄져야 한다. 한지의 섬유질 방향을 일정화 시킬 수 있다면 한지의 대량생산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발표했다.

▲ 김형진 국민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이어 김형진 국민대학교 교수가 '대한민국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가치 및 한지문화산업진흥법' 발제를 진행했다. 김형진 교수는 "인류는 종이 이전에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을 통해 표현을 지속해왔다"라면서, "이어 세계 4대 문명에서 파피루스, 대나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류는 기록을 남겼고, 105년 채륜이 중국에서 종이를 발명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종이는 문화의 척도가 되고 있고, 그 척도의 대상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한국이 13건으로, 독일 17건, 오스트리아, 폴란드 각 13건에 이어 높은 상황이다. 이는 중국 9건, 일본 3건보다 높은 수치다. 김형진 교수는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13건 중 10건은 한지와 직접 관련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 한지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해례본, 불조직지심체요절 하권,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난중일기가 세계기록유산인 가운데, 김형진 교수는 "나머지 2건인 해인사 팔만대장경판과 유교책판은 목판이지만, 종이로 인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한지와 직접 관련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형진 국민대 교수는 "우리 고문헌에서도 다양한 원료, 용도, 마무리 과정을 거쳐 한지의 이름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다"라며,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과정이며, 한지를 만드는 데 만들어지는 6가지 공정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는 넬라 포기 이탈리아 지류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 곤요우이찌 동경금속화학연구소장, 김형진 국민대학교 교수, 박용근 전주한지문화축제 집행위원장, 장성우 장지방 대표(중요무형문화재 117호 한지장 전수사사), 한호규 한국과학기술원 전통과학기술 연구단장, 함한희 전북대학교 교수, 이길배 문화재청 전통문화과장, 박소정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전통문화과장이 참석한 종합토론,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mir@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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