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단 지오와 창작집단 꼴 합작 서종현 작 황태선 연출의 좀비가 된 사람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서종현(1990~)은 대본 공모전에서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대되는 극작가다.

"어렸을 때부터 겁도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심심함을 이기려고 책을 읽거나 사념에 빠지는 시간이 많았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취미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 쓰는 재미를 붙였죠. 그때의 시간들이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한다는 서종현의 오랜 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애초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런던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창작산실 공모를 위해 잠시 학업을 미뤄둔 상태. 2017년 무사히 두 편의 공연을 올린다면 2018년 즈음에는 석사 과정을 위해 유학을 떠날 수도 있다.

"런던으로 떠나게 되더라도 꾸준히 작품을 쓰겠다고 극단 친구들에게 말은 했는데… 말이 쉽죠. 일단은 2017년 창작산실 시범공연, SF연극제에 출품할 희곡들을 잘 마무리하려고 해요. 다음 일정은 저도 현재로선 가늠할 수가 없지만 차근차근히 해 나가다 보면 어떤 기회이든지 제게 또 운명처럼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그때 또 생각해 봐야죠."

극단 창작집단 꼴 소속으로 화성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 서울연극제 등에서 10여 편이 넘는 극을 이미 올린 서종현 작가는 "문학적인 것과 연극성을 지키려고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황태선은 백제예술대학교 출신으로 現 창작집단 지오의 상임연출이다. 연극 <해후> 작·연출, 뮤지컬 <하트 앤 하트> 협력 연출, 연극 <노부인의 방문> 각색·연출, 무용극 <호명산 범인> 작·연출, 뮤지컬 <쿵 페스티벌>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훤칠한 미남의 기대되는 연출가다. 2015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공식참가작 정의-작 연출, 2016 부산국제연극제 다이나믹 프린지 '좀비가 된 사람들' 연출, 2016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정의'-작 연출, 2017 창작집단 지오 정기공연 '괴물의 얼굴'을 작 연출했다.

 

<좀비가 된 사람들>의 '좀비'는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①숙식이나 컨디션에 지장이 있어 비실거리며 다니는 사람. ②슈팅 게임에서 분명히 총으로 맞췄는데 캐릭터가 살아있는 유저. ③온라인 게임에서 시스템이나 서버의 오류로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몬스터를 의미한다.

이 연극에서는 세 가지가 다 포함된다. 주제가 언어의 표현방법을 두고 법적 조항과 규칙을 만들어 상대를 비방하거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과다한 욕설을 할 경우에 언어폭력으로 인한 법적조처를 당하게 된다는 엉뚱한 발상이다. 반포 자가 시장이기에 시의 법규나 조례라는 명칭이 타당하지만, 국가차원의 헌법조항으로 격상시킨다. 도적을 잡아 욕설을 퍼부어도 아니 되고, 나이가 많아도 어린 소년이나 소녀에게 하대나 욕설을 해서는 아니 된다. 물론 연극은 해학적으로 연출된다.

극중 대북과 소북 등 타악기가 연주되고, 거기에 사당패의 줄타기, 접시돌리기가 노래와 춤과 함께 펼쳐진다. 놀이가 펼쳐지니 자연 관객과도 소통을 하고 관객을 출연까지 시킨다. 새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화나 언어소통에서 법규에 저촉된 발언을 하면 경찰이 체포까지 한다. 물론 이러한 현장을 고발하는 사례도 생긴다. 간혹 이 일로 살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시민들은 차츰 언어구사의 제한과 통제로 인해, 표현의 자유라는 명제를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시장이 제정한 언어규제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반대가 급증하자 시장도 자신의 조처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좀비가 된 사람들>은 사회학자 칼 포퍼 경(Sir Karl Popper, 1902~ 1994)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주제와 내용을 차용하여, 이성이나 합리주의를 논할 때는 오직,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실수와 오류에 대한 타인의 비판을 통해, 그리고 나아가 자기비판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그려낸 연극이다.

무대는 길게 늘어뜨린 천으로 삼면 벽을 채우고, 정면에 문처럼 트인 공간에 한자 높이의 단을 만들어 시장이 단 위에서 연설을 하고, 연극에 도입에는 목걸이 진열장으로도 사용된다. 하수 쪽에 대북과 소북 연주석이 있고, 상수 쪽에 대북을 올려놓은 우아한 받침이 자리를 잡았다. 굵은 동아줄을 사용해 출연자들이 줄넘기를 하면서 곡예를 벌이고, 어름사니의 줄타기 재주가 펼쳐지기도 한다. 접시돌리기 재주를 초청된 관객과 함께 펼치기도 한다. 여성출연자가 소리를 하며 부채를 활짝 펴는 동작은 일품이라는 느낌이다.

손현규, 이재영, 박훈정, 전송이, 이현주, 김화영, 강진수, 황사무엘, 박현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택견과 소리 그리고 사당패 같은 동작과 놀이로 극적 조화는 물론 극 분위기 상승을 주도해 갈채를 받는다.

무대디이너 유주영, 조명디자이너 조철민, 의상 쿠로다 시노부, 음악디자이너 감시율, 소품 히라이 아키에, 조연출 명가윤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창작집단 지오와 창작집단 꼴 합작 서종현 작, 황태선 연출의 <좀비가 된 사람들>을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이 돋보이는 신 표현주의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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