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정명옥의 중국 도서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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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가보려 하는 곳이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입니다.

이번 상해 여행에서는 도서관 1곳, 서점 1곳, 북카페 2곳에 가보았습니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 1곳은 문 앞에서 쳐다만 보아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메르스(중동 호흡기 질환)가 한창일 때 메르스가 없는 중국에 가게 되어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 앞에서 메르스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상해 한인 도서관 앞에 도착하니, 출입문에 노란색 종이가 눈높이에 딱 맞추어 붙어 있었습니다. 자동으로 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발을 멈추고, 눈을 맞추고 뭔가 하고 읽어 보니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한글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입국한 지 2주 이내인 사람은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출입을 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가볼 수 있으려니 했는데, 생각지 않게 메르스가 앞을 막았습니다. 그날이 상해에 도착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아주 아쉬웠지만, 바로 전에 들린 북카페 '두레'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상해 한국 학교와 2주 정도에 20권씩 교환한다는 두레 북카페는 아담하고 아늑하였습니다. 운영은 주로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고, 그곳에서 봉사하는 이은희 봉사장님이 친절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두레 북카페에서 특이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카페 한쪽에 '안젤라 삽'이라는 귀여운 팻말이 문 손잡이에 달려 있는데, 이은희 자원봉사장이 카카오톡으로 판매하는 패션 삽이라고 했습니다. 북카페에 패션 삽이 생소하지만 잘 어울렸습니다. 북경에는 없고 상해에는 있는 한인이 운영하는 북 카페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인기도서가 그곳에서도 인기도서라고 해서 한국과 상해 한인들과 독서문화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북카페는 상해 템즈타운에 있는 종서각입니다. 이곳에서 놀란 것은 천장에도 책! 바닥에도 책! 계단 사이에도 책!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 6면이 책으로 꾸며져 공간이 화려했습니다. 천장에 책을 어떻게 붙여 놨을까? 자세히 살펴보아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관광지에 있는 멋진 북카페에 책을 읽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종서각에서 또 놀란 것은 어린이 서가였습니다. 책장이 어린이가 좋아하는 동물로 만들어졌고, 책이 몇 권 있지 않아 눈이 시원하고, 마음의 부담이 없었습니다. 도서관이나 북 카페에 책이 많아야만 된다는 생각을 바꾸게 한 북카페입니다.

   
 

유리 벽면에는 흰색으로 굵게 다음과 같은 한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발음을 멈추고어디를 향해 가 있는 지 생각해 보았다. 혹 삶이 나에게어려움을 가 져 다 주 지 않 을까 두려움이 들 었다. 안녕하세요." 

어느 문장인지 알 수 없지만, 맞춤법은 한 군데가 틀리고, 띄어쓰기는 일부러 그랬는지, 재미있게 되어 있었다.

   
 

마지막 한 곳은 상해 강후이 광장 쇼핑몰에 있는 서점입니다. 책을 보는 사람은 많았고, 책을 사는 사람은 그보다 적었습니다. 볼 수 없도록 밀봉한 책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것 같았고 책값은 대체로 우리보다 싸고, 질은 우리 책이 더 나은 듯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손녀에게 줄 중국어 책을 샀습니다. 갖고 와서 보니 퍼즐로 된 책이었습니다.

   
 

여행에서 도서관 탐방이나 북카페는 관광지와는 색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책의 배치가 다른 공간의 새로움과 아늑함, 안정감이 있고, 책 디자인도 알 수 있습니다. 그 나라 언어를 몰라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아는 글자, 아는 내용을 만났을 때는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합니다.

 
[글] 아띠에터 정명옥 jungmda@mhns.co.kr 수필가·독자부자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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