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 뮤지컬 '더 픽션' 인터뷰

▲ 좌측부터 강찬, 김태훈, 이명로 배우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더 픽션'의 윤상원 연출, 김태훈, 강찬, 이명로 배우와 만났다.

HJ컬쳐에서 제작한 뮤지컬 '더 픽션'은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 창작지원작으로 소설 속 살인마 '블랙'이 현실에서 나타나면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범죄자를 심판하는 살인마 '블랙'의 이야기를 쓴 작가 그레이 헌트가 소설 속 결말처럼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소설 속 내용을 의문스럽게 여긴 형사 휴 셔먼은 살인마 블랙, 그레이 헌트, 그를 도와 소설을 내던 기자 와이트 히스만과의 관계를 조사하면서 의문의 진실에 접근한다.

'더 픽션'은 스릴러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은 그레이 헌트와 와이트 히스만의 관계에 집중하며 기존 쇼케이스와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표현했다. 그로 인해 이번 창작지원작 '더 픽션'은 세련된 음악과 그레이와 와이트의 깊은 관계를 살린 배우들의 열연이 크게 호평받았다. 하지만 극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가 사라진 부분을 아쉬워하는 관객도 많았다.

뮤지컬 '더 픽션'의 첫 공연이 있던 6월 24일, 늦은 밤에 작품을 연출한 윤상원 연출과 김태훈, 강찬, 이명로 배우와 만나 '딤프', 그리고 '더 픽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딤프, 혹은 대구에 대한 소감이 있는지.

ㄴ 이명로: 대구에 아예 처음 왔다. 딤프에도 처음 참가한다. 저는 신인이라 너무 새롭고 정신 없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데뷔 소감도 있을 것 같다.

ㄴ 이명로: 저는 너무 갑작스럽게 데뷔하게 됐다. 경험도 많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옆에서 선배님들이 따듯하게 잘 챙겨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원래는 뮤지컬이 아니라 음악을 전공했었다.

ㄴ 강찬: 저도 사실 대구를 처음 왔다. 딤프야 공연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행사지만, 작품이 선정돼야 참여할 수 있으니까 무척 좋은 기회로 오게 돼서 기쁘다. 예전에 쇼케이스 했던 작품인데 이걸 계기로 살을 붙여서 업그레이드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고 설렌다.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돼서 왔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많이들 오셔서 호응도 많이 해주셨다.

관객은 많이 왔는지.

ㄴ 윤상원 연출: 거의 공연장이 꽉 찬 것 같다.

ㄴ 강찬: 많이들 보러 와주실지, 좋아해주실지 사실 서울에선 모든 과정이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대구 관객의 성숙한 관람 문화에 놀랐고,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가서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강찬 배우는 '오디션'에 참여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하는데 힘들진 않았는지.

ㄴ 강찬: 양 쪽 모두에 죄송스러웠다. 그래도 모두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이제 서울 올라가면 오디션에 집중할 예정이다.

ㄴ 김태훈: 이 친구(강찬)가 몸은 하난데 두 개 모두 다녀야 하니까 많이 힘들어하긴 했다. 그래도 요즘처럼 공연이 많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두 개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다.

ㄴ 윤상원 연출: 사실 다른 두 배우가 그 틈을 많이 채워줬다. 특히 김태훈 배우가 리더이자 큰 형으로 많은 걸 책임지셨다.

ㄴ 김태훈: 저는 2010년에 '풀하우스'에 이어 두 번째 딤프 참가다. 그때는 운 좋게 대상을 받았었다. 딤프 외에는 '광화문 연가'를 비롯해서 대구에서 몇 번 공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느낀 건 아무래도 대구 관객의 열기가 서울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강하다는 점이다. 서울에선 공연 기간이 긴데 반해 대구는 이 때 아니면 볼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오시기 때문인지 최대한 즐겁게 즐기시려는 에너지가 보인다. 저희 오늘 공연 같은 경우도 많이들 즐기다 가신 것 같다. 저희는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데도 즐겁게 봐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ㄴ 윤상원 연출: 저는 대구가 어머니의 제2의 고향이셔서 친숙하다. 오늘도 외삼촌과 부모님이 공연을 보러 오셨다. (대구의 조카 윤상원 연출과 함께하고 있다) HJ컬쳐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저도 극단 작품 외에 상업극 뮤지컬은 처음인데 이런 기회를 받아서 작년부터 1년 동안 준비했다. 배우들도 그때부터 함께해주시고 음악감독님, 그레이님 등등 모든 분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 뮤지컬 '더 픽션' 공연 장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3인극 작품에서 하기에 꽤나 큰 규모의 공연이 됐다. 회전 무대도 사용됐고 본의 아니게 가온홀 자체도 큰 공간이고(웃음).

ㄴ 윤상원 연출: 한승원 대표님이 아이디어를 주셔서 사용했다. 회전 무대는 둘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재밌게 잘 써본 것 같다.

보통 대형 뮤지컬에서 많이 쓰이는 세트인데.

ㄴ 윤상원 연출: 작년에 '나무 위의 고래'라는 작품을 할 때도 회전무대를 썼었는데 그 맛이 재밌더라. 이번 작품에서도 한승원 대표님이 회전무대를 통해 와이트와 그레이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적극 수용했다.

배우들도 두 번의 공연을 끝났다. 쇼케이스도 했었지만 정식으로 관객과 만난 첫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ㄴ 김태훈: 일단 쇼케이스 때 '더 픽션'과 지금의 '더 픽션'은 많이 다르다. 그 변신의 과정에 있어 작품 스타일이 여러 번 변했다. 지금 스타일은 그레이와 와이트의 관계에 많이 치우친 버전이고, 이전에는 사건에 대한 비중이 컸다. 이번에는 소설 속 살인마의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생각이 좀 다른, 동상이몽 같은 인물들의 모습에 비중을 뒀다. 관객이 보기에 와이트와 그레이가 뜻은 같았지만 생각이 달라지면서 어그러진 일들과 그로 인한 아픔, 각자의 고충이 있었다는데 힘을 실었다. 그레이가 가진 실패에 대한 아픔, 와이트가 가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하나로 뭉쳐졌을 때 그게 새로운 트라우마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관객이 볼 때 '나도 저런 게 있었어' 하면서 공감을 할 수 있게끔 하려 했다. 처음에는 '과연 누가 블랙일까?'를 고민했었고, 그 다음에는 스릴러로 가면서 '어떻게 더 스토리를 꼬아볼까?'에 집중했다면, 최종적으로는 '이 모든 작업은 사람이 했다'는 느낌으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ㄴ 윤상원 연출: 동상이몽이란 단어가 마음에 든다. 하나의 소설을 만들기 위해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둘이 다시 나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 그런 모습이 이번 창작지원작 '더 픽션'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그림이 아닌가 싶다.

▲ 뮤지컬 '더 픽션' 공연 장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객석에 앉아서 처음 본 오프닝 시퀀스는 '잭더리퍼'나 '광염 소나타'처럼 어떤 강렬한 스릴러, 살인을 둘러싼 사건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이야기한대로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HJ컬쳐의 느낌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80분이란 분량에 있어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텍스트가 더 많이 담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행복과 불행, 사건 등의 이야기가 표면적으로 드러난다기 보다 '밑바닥에서', '프로즌' 등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제작하는 입장에서 아쉽진 않았는지.

ㄴ 이명로: 저는 역할 자체가 일어난 사건을 관객에게 쉽게 전해줄 수 있는 해설자의 역할이라서 그 부분에 충실히 하려 했다.

ㄴ 윤상원 연출: 사실 신인이지만 어려운 역을 맡고 있다. 극에 갈등을 심어주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완전 극과 떨어진 해설자도 아니고, 캐릭터 자체가 확실히 살아있는 게 아닌 어려운 역할이다.

ㄴ 이명로: 그래서 처음엔 무척 부담이 컸다. 원래는 '휴' 역 하나만 있는 줄 알고 작은 역할로 처음 시작하게 배려해주시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감사하게 작품에 임했는데 막상 연습하니까 연륜과 경험이 많은 분들이 하셔야 할 비중 있는 인물을 소화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ㄴ 윤상원 연출: 아까 말했지만 강찬 배우가 두 작품을 오갈 수 있었던 이유가 김태훈 배우와 이명로 배우가 둘이서 있을 때도 이런 어려운 것들을 풀어가는 과정이 많았다.

ㄴ 이명로: 거의 대학교 1학년 학생이 된 것처럼 많은 것을 배우고 연습했다.

그렇다면 제일 어려운 것은 뭐였는지.

ㄴ 이명로: 저는 뮤지컬 하기 전에 음악을 했는데 기초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은 노래를 하면서 연기도 해야 하는데 음악 할 때는 제 것만 신경 쓰면 됐는데 뮤지컬에선 모든 걸 동시에 해내야 해서 정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 뮤지컬 '더 픽션' 공연 장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ㄴ 이명로: 연기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팁을 많이 받았다. 학습할 땐 알 수 없던 것들이 많았다.

ㄴ 김태훈: 제일 먼저 가르쳤던 것은 대본을 받고 나서 분석하는 면이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계속 읽어보면서 시대적인 배경부터 다시 훑어보고, 무대 위에서 대사할 때 '누구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깨닫게끔 했다. 평소에 편하게 하는 말을 글로 적은 게 대본이고, 그걸 다시 말로 옮긴 게 대사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편하게 할 수 있는 말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생각하라고 했다. 또 어떤 부분에선 꼭 짚어 전달해야 할 것들을 명확히 분석해서 말하는 버릇을 들여야 무대 위의 언어가 된다고 조언했다. 사실 이런 지점을 소홀히 하는 경우들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도 넘겨 짚는 경우가 생기는데 처음 데뷔하는 친구니까 이런 기본적인 부분도 하나 하나 짚어주려 했다. 기초가 튼튼해야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그것부터 시작하면 무대에 섰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 때 반응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면 연기 생활에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ㄴ 윤상원 연출: 사실 '휴' 역의 대사가 보통 한마디씩 주고 받는 게 아니라 혼자 몇 줄을 말해야 한다. 신인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면이다.

ㄴ 김태훈: 정보가 다 담긴 대사다. 정확히 짚어야 할 단어나 문장이 관객에게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면을 많이 가르쳤다.

1932년 뉴욕이란 구체적인 배경이 설정된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ㄴ 윤상원 연출: 이 작품의 드라마가 한국적인 정서라기보단 살인사건, 스릴러에서 주는 이미지가 있다. 제가 예전에 '루시드드림'이란 작품에서 한국과 한국인으로 배경을 풀어낸 적이 있었는데 물론 그 안에서 판타지를 매끄럽게 풀어내면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오겠지만 관객들에겐 여전히 '판타지'라는 소재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이 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배트맨'에서도 '고담시'라는 새로운 공간을 설정하지 않았나. 우리 작품도 그런 느낌으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와이트(White), 그레이, 블랙이란 이름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색깔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런 색깔이 뉴욕이란 도시의 느낌과도 맞는다고 생각했고 실제 범죄가 많이 일어난 1930년대라는 설정을 더했다. 뉴욕이란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와이트와 그레이의 관계를 더 부각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딘지를 생각했다.

관계라는 단어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남남 주인공이 나올 때 동성애가 담겨있거나, 그러한 코드가 내포된 느낌의 작품들도 많았는데 '더 픽션'에선 그런 코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ㄴ 김태훈: HJ컬쳐에서 남남 케미를 다룬 작품이라면 '빈센트 반 고흐'인데 그것과는 또 다른 작품이다. 동성애를 넣냐 안 넣냐, 혹은 왜 넣냐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극의 내용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코드가 빠진 것 같다. 저희는 사건의 안에서 두 사람의 생각이 만났다 어그러지는 면에만 집중해서 외적인 부분이 빠졌고 그게 오히려 차별성을 가져온 것 같다.

▲ 뮤지컬 '더 픽션' 공연 장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너무 딱딱해졌는데, 가벼운 이야기를 좀 해보자. 막창 먹었는지?

ㄴ 윤상원 연출: 회의 하느라 저 빼고 셋이 먹었다(웃음).

ㄴ 김태훈: 저는 대구도 몇 번 와봤고, 또 제 아내가 대구 사람이다. 그래서 맛있는 건 한 번씩 다 먹어봤는데 어젠 막창 먹고 오늘 밤엔 연탄불고기 먹으러 갈 예정이다.

ㄴ 강찬: 일정이 매일 빠듯하고 힘들었는데 대신 끝나고 매번 맛있는 거 먹었다(웃음).

ㄴ 윤상원 연출: 족발만 한 20번 먹었다(웃음).

무슨 회의를 했는지.

ㄴ 윤상원 연출: 조명이랑 드라마 관해서 회의 했다. HJ컬쳐의 작품은 이렇게 짧은 작품들은 공연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수정과 기획, 회의를 거듭한다.

ㄴ 강찬: 정말 HJ컬쳐 분들이 대단하신 것 같다. 공연을 많이 올렸는데도 열정이 넘친다. 이 작품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연결되는데 극 개발하는 과정에서 설정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고 많이 뒤집어졌다. 저희는 대본이 거의 쪽대본이었다. 받으면 다음날 바뀌고 바뀌길 반복했는데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첫공 끝나니까 커튼콜 때 '이게 드디어 올라갔구나' 하고 뭉클하더라. 같이 고생한 사람들끼리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극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관계에 집중한 영향인지 극의 결말에서 사실 관계가 모호하게 보인 측면이 있는데. 그레이가 범인이 맞는 건지?

ㄴ 김태훈: 결국 제가 모든 짐을 안고 '내가 범인이라고 할게'라고 한 거다. 와이트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그 죄를 끌어안고 가기로 결심한 거다.

ㄴ 윤상원 연출: 오해했다기보다는 그레이도 와이트를 위하고, 와이트도 그레이를 위해서 벌인 행동이었다는 점을 살리기 위해 오해로 인한 비극이란 점을 많이 살리지 않았다.

ㄴ 김태훈: 저희도 계속 수정할 부분인데 결국 서로를 위한 거다. 저는 '내 인생의 소중한 친구인 와이트를 위해서'라는 점을, 와이트는 소설을 위해 달려왔지만 '내 삶의 든든한 지원군이 그레이구나'라는 점을 느끼고 그걸 연결시켜주는 스토리텔러가 휴다. 그 부분은 사실 좀 더 보완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80분이 주는 아쉬움이다.

ㄴ 윤상원 연출: 관계가 더 쌓이고 이야기가 풍부해지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ㄴ 강찬: 계속 그런 고민이 있었다.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후반부에 중요한 대사들이 빠르게 처리되는 느낌이 아쉬웠다.

ㄴ 윤상원 연출: 그래서 첫공 끝나고 대사를 추가하려 했는데 넣지 않았다. '오해냐 아니냐'를 밝히는 게 드라마에서 속 시원한 해답은 될 수 있겠지만, 상대를 위해서 한 행동이란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어서 넣지 않았다.

명확히 정답을 내리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그레이의 희생이 그저 바보 같은 실수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ㄴ 윤상원 연출: 그래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극을 바꾸는 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습을 더하면서 바꾸면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바로 바로 극을 고쳐버리면 그게 더 작품의 의미가 왜곡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돼서 길게 보면서 고쳐나갈 생각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관객들이 다들 본공연을 기대해주신다. 고칠 점이 명확한 것 같다.

ㄴ 김태훈: 저희가 딤프 창작지원작으로 공연이 올라간다고 하니까 기대해주시는 분들의 기대평이 많아서 감사했다.

▲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 설치된 '더 픽션' 포토월.

혹시 기억에 남는 기대평이 있는지?

ㄴ 김태훈: "이번에 여름인데 저희 남자친구와 보러 간다. 제발 재밌으면 좋겠다"란 이야기였는데 서울에서 이걸 보러 대구로 내려온다는 이야기였다. 데이트 코스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기대하는 분들에게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들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ㄴ 윤상원 연출: 저는 기억에 남는 기대평이 "저 스릴러 무척 좋아해요"다. 저희는 스릴러였던 뮤지컬을 바꿔서 관계에 집중했는데… 죄송스러웠다(웃음).

ㄴ 강찬: 막 '오싹한 살인마가 나타났다!' 이렇게 홍보가 됐다.

ㄴ 김태훈: 사실 쇼케이스 때는 스릴러 컨셉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몇 번의 변화 과정을 거쳤는데 그 사이의 변신을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ㄴ 윤상원 연출: 공연은 계속 바뀌는데 홍보는 사전에 미리 나와야 하니까 처음 기획 의도는 다 살아있긴 하지만, 그런 면에서 아쉬웠다.

ㄴ 강찬: 창작은 너무 재밌는 것 같다. 정말 별의별 버전이 다 있었다.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재미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인물을 늘린다거나, 인물의 비중을 변경하고 극의 장르가 바뀌는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ㄴ 윤상원 연출: 창작지원을 받아서 하는 작품이기에 소중한 지원금을 허투루 쓰지 않게끔 잘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ㄴ 김태훈: 그런 이야기가 앞으로 저희가 풀어갈 것이기도 하다.

▲ 연극 '무인도 탈출기' 당시 윤상원 연출

이제 마지막으로 공연의 절반을 지났는데 앞으로 작품에 대한 목표나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강찬: 아무리 저희가 연습실에서 준비를 해도 공연이 완성되는 건 관객과 만날 때다. 지금까지 2회를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올렸지만 아직도 완성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머지 2회를 최대한 좋은 공연으로 만들어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고 소중한 기회를 열심히 달리겠다.

ㄴ 이명로: 저는 휴와 비평가, 블랙 역할 등이 있는데 제 역할에 충실히 임팩트를 주고, 설명을 잘 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ㄴ 김태훈: 저는 늘 공연 전에 기도를 한다. 우리 배우, 스텝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공연하게 해달라고,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가슴에 뭔가 얻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기도의 주된 레퍼토리다. 마지막 공연까지 아무도 다치거나 실수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한 것을 토대로 무대가 빛나길 바란다.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들도 오늘 이야기한 여러 아쉬운 점들이 보완돼서 서울에서 더 보고 싶어하시면 좋겠다.

ㄴ 윤상원 연출: 사실 매일 공연할 때마다 새로운 걸 보게 되고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 밤에도 장문의 코멘트를 보내고 아침부터 다시 맞춰보고 수정했는데 막공까지도 계속할 것 같고 막공이 끝나도 공연이 끝난 건 아니다. 작품도 하나의 생명이다. 계속 키워가고 싶다. 스릴러 장르는 빈틈이 없어야 하더라. 그런 면이 치밀하게 구성되도록 역량을 키우고 무대로 만들 수 있게끔 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올라올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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