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죽죽의 김낙형 작 연출 붉은 매미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아띠에터] 김낙형은 76극단에서 시작해, 혜화동 1번지 3기동인, 극단 竹竹의 창단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나부들> <훼미리 바게뜨> <그 여인숙> <화가들> <나의 교실> <별이 쏟아지다> <능동적 팽창> <허브의 여인들> <바람아래 빠빠빠> <적의 화장법> <지상의 모든 밤들> <맥베드> <민들레 바람되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토란극土亂劇> <이상 12월 12일> <민들레 바람이 되어> <기름고래의 실종> <생사계> <삼양동 국화 옆에서> <농담> <관객모독> <무극의 삶> <이천> 등을 집필, 각색, 연출하고, 올해의 예술상, 한국연극 베스트 7, 카이로국제연극제 대상, 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붉은 매미>에서는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 실제로 있었거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몇 개의 단막 속에 전개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의류의 모델로 일하는 여성과 그것을 사진을 찍어 광고로 올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한 회사의 동료지만 사진촬영을 하는 여성은 성격이 괴팍하다. 모델노릇을 하는 여성은 임신 중이라는 설정이고, 두 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게 되고 사진사 여인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해 사진기를 집어던진다. 모델여인은 자리를 피해 떠나버린다.

두 번째 단막은 두 개의 가리개를 정면에 좌우로 설치하고, 아파트 단지의 통로로 설정이 된다. 밤늦은 시각, 딸의 전화를 받은 가장이 정류장에 딸을 마중하러 지름길인 옆의 아파트 단지의 통로를 지나가려 한다. 그런데 옆 아파트 경비원의 제지를 받는다.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가장과 경비원의 실랑이가 마치 현재 우리사회에서 제시된 각종 법규나 조례 또는 규약을 두고 벌이는 승강이처럼 다가온다. 가장과 경비원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다툼처럼 이어지고, 딸은 아버지를 기다리다 못해 옆 아파트의 통로가 아닌 어둡고 험한 길로 돌아서 오다가 다리에 타박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나타난다. 경비원이 단지에 거주하는 여인에게 도움을 청하니, 여인은 무릎에 피를 흘리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스카프를 끌러 응급조치를 하려 든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인이 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제지한다. 그리고 가장과 딸 그리고 경비원의 치료관련 승강이가 다시 펼쳐진다. 마치 우리사회에서 늘 상 벌어지는 각종 대립과 투쟁을 축소시켜 묘사한 연극으로 느껴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누님이 자신의 부상을 도와준 부인에게 마음을 주고 그 부인과 함께 살려는 의지를 드러내니 동생의 고뇌와 갈등이 마치 일인 극을 하듯 펼쳐진다.

 

네 번째는 자신의 가정이 지긋지긋해 좋아 보이는 다른 가정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여식의 심정이 펼쳐지는가 하면, 출산과 연관된 젊은 세대들의 통념과 출산거부의식이 그려지면서 출산문제로 야기된 부부간의 갈등이 한 주점과 흡사한 공간에서 펼쳐지고, 서로 무관한 듯 제각기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인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남편은 출산을 원하지만, 어려운 세태와 생활에 아이를 기를 자신이 없는 부인은 자신의 임신사실을 숨기고, 새로 태어날 아기의 거취를 두고 고민하다가 아기를 데려다 기르겠다는 인물과 자리를 함께 한다, 남편이 등장해 공간에 동석한 인물 중 한 젊은 남성을 부인의 불륜상대로 오해하고 난동을 부리지만, 실은 취중이라 남편이 기억은 못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대신 기르도록 할 방편으로 지난밤에 남편과 어울려 함께한 인물들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한다. 대단원은 아기를 대신 기르겠다고 한 여인이 화장실에서 아기를 난산하고 아랫도리가 피에 젖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수현, 김성미, 이철은, 이자경, 이창수, 김재민, 소이은 등 출연자들의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손호성, 조명디자인 주성근, 음악감독 김동욱, 분장디자인 김근영, 조명오퍼 최영환, 음향오퍼 김태훈, 사진 Jeremy Kim, 그래픽디자인 김 솔, 기획 컬쳐루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竹竹의 김낙형 작 연출의 <붉은 매미>를 현 세태와 의식을 절묘하게 반영한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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