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강해인 아띠에터]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쓰면서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크게는 두 가지인데, 영화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글을 쓸 때와 아무런 말도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리얼'을 본 뒤, 영화의 의미를 찾는다는 걸 포기했고, 그리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손이 가는 대로 글을 휘갈겨 쓰기로 했다.

 

언론 시사 이후 '리얼'은 줄곧 엄청난 비판과 함께 걸어왔다. 비판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았으며, 모처럼 많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기적을 보이기도 했다. 김수현, 이성민, 성동일, 이경영 등 배우들의 얼굴 외에 '리얼'은 그 무엇도 떳떳이 내세워서는 안 되는 영화다. 하지만, 배우들은 얼굴을 소모한 만큼 이 졸작에 인장을 남김 셈이고, 결과적으로 상당 부분 편집되었다는 이경영이 안도해야할 판이다. 드라마 '드림하이' 이후 실패한 적 없고,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김수현에게 이 상황은 너무도 낯설 것이다. 얼른 이 순간이 훌쩍 지나가 '리얼'이 언리얼(unreal)하게 느껴질 시기가 오길 바랄 뿐.

 

 

'리얼'은 영화 내적으로 무엇 하나 비판하지 않을 게 없는데, 이런 문제는 결국 감독의 역량 탓이다. '리얼'의 제작 과정을 조사하면, 이 거대한 '똥'이 어떻게 극장에 투척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감독이 중도 하차하고,제작사 대표가 직접 연출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밸런스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제작사 대표는 돈이 있었기에 영화를 찍었지만, 그 프레임을 채운 건 미장센도, 무드도, 연기도 아니다. 대신,돈으로 빚은 헛된 망상 정도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망상은 혼자 간직할 땐 꿈이라 포장 가능하지만, 리얼이 되었을 땐 '똥'이다. '리얼'은 그 망상에 막대한 돈과 배우를 소모했고, 이는 거대한 똥이 되어 관객에게 투척 되었다. 덕분에 이 영화의 책임자는 영화를 향한 관객의 비판, 비난, 분노의 배설물을 처리해야 한다. 영화를 쉽게 본 이들, 돈만 있으면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영화를 모욕했기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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