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최근 몇 주는 관객으로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힘든 시간을 글로 기록하고, 그 영화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건 더 고역이었다. 6월엔 영화를 관람할수록 심한 불감증에 시달려야 했고, 영화 글쓰기에 회의를 느껴야만 했다.

어떠한 방식으로 영화에 관해 글을 쓴다는 건, 그 영화를 기억하고, 뭔가를 발견하고, 음미하려는 과정인데,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시작으로 '시칠리아 햇빛아래'는 그리 좋은 경험이 못 되었다. 그리고 '리얼'은 영화관에서 상영한다고 다 영화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기념비적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이 난장판에 만난 '지랄발광 17세'는 영화 관람이라는 게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 다시 깨닫게 해줬다.

 

 

'지랄발광 17세'는 10대 소녀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다뤘다. 특히, 소녀들은 성적인 고민을 거침없이 털어놓는 발칙한 면을 보인다. 국내 영화에서 10대가 학업 성적으로 고민할 때, 외국 영화에서는 성(sex)적인 고민을 한다는 점은 파격적이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런 10대의 고민과 관심사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다룰 수 있다는 건 비범한 연출이다. 그 훌륭한 연출 덕에 어디로 튈 줄 모르는 10대의 기운이 출렁이는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지랄발광 17세'는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이 겪는 가정의 불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서사는 국내에서 '신파'로 해결하는 경향이 있고, 올해 '아빠는 딸'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랄발광 17세'는 10대 만의 돌출된 행동으로 전개되고, 결국 그들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덕분에 '지랄발광 17세'는 청량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해 보인다. 데리언 역의 블레이크 제너 덕인지, 작년에 엄청난 청량감을 선물해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이 겹쳐 보였다.

주인공 네이딘을 비롯해 그녀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선생님까지 특색 있는 인물들은 영화를 더 사랑스럽게 한다. '지랄발광 17세'는 그들의 재치있는 대화만으로도 유머와 감동을 자연스레 끌어냈다. 모처럼 만의 즐거움이고 행복한 관람 경험을 약속하는 영화다. 이 영화의 톡톡 튀는 청량감이 지금의 지랄발광인 극장가까지 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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