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대웅 연출, 이오진 작가, 양정웅 예술감독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누가 내 얘기를 궁금해나 할까요?"

7월 7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사장 정재훈)에서 공연되는 경기도립극단 '윤이상;상처입은 용'의 주인공, 윤이상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며 작곡의 혼을 불살랐던 비운의 작곡가 윤이상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은 양정웅 연출가가 예술감독을, '우리의 여자들', '봄날의 후리지아처럼' 등의 작품을 연출했던 이대웅 연출가가 총연출을 맡았으며 '가족오락관', '바람직한 청소년'의 이오진 작가가 극본을 썼다. '윤이상' 역에는 경기도립극단 단원 이찬우, 한범희, 이충우, 윤재웅, 정헌호, 윤성봉이 캐스팅되어 연령별 윤이상을 맡아 격동의 역사의 곁에서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열연한다.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 음악어법과 결합하여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라는 평을 받는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은 유럽 평론가들에 의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의 현존 5대 작곡가'로 분류됐으며, 1995년 독일 자아르브뤼켄 방송이 선정한 '20세기 100년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 명단에 들기도 했던 그는 시대를 앞섰던 월드스타 1호였다. 화려한 수식어에 빛나는 그가 끝내 날아오르지 못한 '상처입은 용'으로 삶을 마무리했던 이유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삶을 관통했던 비극적인 한국 근현대사 사건들 때문이었다.

 

 

독일 유학생 시절, 북한에 있는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직접 보기 위해 방북하며 간첩으로 몰려 기소되었던 일명 동백림 사건. 이처럼 윤이상은 순수한 예술가로서의 의지와 정치적으로 분류된 이분법적 카테고리의 이념 사이에서 흔들림을 당하며 정의 내려졌고, 또 그 자신 역시 개인적 행위와 정치적 소신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고뇌했다.

경기도립극단의 '윤이상;상처입은 용'은 그의 특별한 태몽 이야기가 타이틀로 삼아졌다. 꿈에 나타난 용이 신비하고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던 지리산 상공을 휘돌고 있었는데, 구름 속을 들어가 날기는 했지만 하늘 높이 차고 오르지는 못했으며, 몸에 상처도 나있었다는 것이다.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그의 삶 역시 날아오르는 용처럼 이상을 꿈꿨지만 굴곡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작품은 그의 본질적 장소인 경남 통영을 배경으로 6세 윤이상이 처음으로 음악과 만났던 순간들로부터 시작해 17세, 21세, 29세, 35세, 47세, 그리고 50세의 윤이상들이 등장하여 각기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재현한다. 관객들은 그 파편화된 장면들을 조합하여 퍼즐처럼 맞추어진 그의 삶을 어느새 받아들이게 된다.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연령대별 윤이상의 무대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첼로'다. '첼로'는 그의 또 다른 자아를 대변한다. 윤이상과 첼로의 대화를 통해 그의 추억, 고통, 사랑, 음악적 이상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 이대웅 연출

 

아직도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인물 윤이상. 이오진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내내 오해받고 지워졌던 윤이상과 그의 음악을 무대 위에서 투명하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나의 나 됨을 지키려 했던 '사람 윤이상'이 관객들에게 가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난 어디를 가도 남의 나라 사람이었으니까요"라는 극 중 윤이상의 대사처럼 그는 끊임없이 동양과 서양,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서 분리와 단절을 겪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윤이상은 계속해서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며 이를 자신의 음악에 드러냈다. 정치·사회적으로 큰 변혁을 맞이하고 있는 2017년 '윤이상;상처입은 용'은 윤이상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개인의 이상과 사회적 요구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한편, '윤이상;상처입은 용'은 2017년 경기도립극단 기획공연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시리즈로, 경기도립극단의 기획공연은 '프로젝트 3 - 세계고전명작 시리즈'(9월), '프로젝트 4 - 창작뮤지컬 시리즈'(12월)로 이어진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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