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닉 베세이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프리다 칼로요?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제가 아끼는 그 '해골'이 살아있을 때 여자분이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프리다'라고 이름 붙인 거예요."

지난 주말, 예술의 전당에서 엑스레이 아트의 거장 '닉 베세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엿본 그의 유머감각과 작품에서 묻어나는 그의 위트만큼이나 닉 베세이는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는 작가였다. 

한국에 첫 방문이라는 그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당일 아침부터 사전신청으로 진행된 '작가 도슨트'를 진행하고 이후 각종 스케줄을 소화했음에도 지친 기색은 커녕 활기찬 모습이었다. 덕분에 인터뷰는 내내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영국에서 날아온 유쾌하고 호기심 넘치는 작가, 닉 베세이를 만나보자.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사물을 해체하고 관찰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왠지 꿈이 엔지니어나 의사였을 것 같은데 어릴 적 관심사는 어땠나? 무엇이 되고 싶었나?

ㄴ어릴 땐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18살때까지 크롭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축구를 하면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으로 돌아왔고 대학에서는 광고법을 전공했다. 그러면서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을 접한 건 14살 이전이다. 그 때 처음으로 포토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본격적으로 20대 중반에 포토그래피를 하게 됐다. 그리고 30대 초반에 처음 엑스레이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한 후회가 있는가?

ㄴ후회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대학생활에는 사회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학교를 가지 않은 것은 굉장히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로인해 나는 스스로 공부했고 그것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정규 교육이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러면 학교 대신에 멘토를 삼거나 개인적으로 배운 사람이 있었는가? 그 때는 인터넷도 없지 않았는가?

ㄴ그렇다. 어려운 일이었다.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는 "나 좀 도와줄수 있어요?"라는 편지를 수십통 써서 보내고 2주 뒤에 받는 답변이라고는 "아니오"라는 답변들이었다. 힘이 빠지는 일이었고 피드백이 굉장히 느렸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다. 처음에 엑스레이 카메라를 이용할 때 어떤 사람이 나를 도와줬고 기술자가 나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렇게해서 터득하며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은 그 전에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매료되었다고 했는데, 엑스레이가 아닌 일반적인 카메라로 자연물의 아름다움을 담는 작업에는 관심이 없는가?

ㄴ사진을 찍을 순 있겠지만, 이미 좋은 사진을 찍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웃음) 

과거 상업작가로 활동했을 때도 일반적인 피사체 보다는 추상적인 작품을 제작하곤했다. 그리고 엑스레이 아티스트가 된 이후에도 종종 일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곤 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나는 엑스레이가 정직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내가 엑스레이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나는 자연물을 촬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 인간은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없지만 자연은 우리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엑스레이로 자연물을 촬영할 경우 외관에서 볼 수 없는 씨앗, 새싹이 자리잡고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오로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반면 인체를 작품으로 제작하고자 할 때는 뼈대를 이용하곤 한다.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외형은 다 다르게 보이지만, 엑스레이로 촬영하면 결국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있다. 때문에 나는 신체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결국 우리는 하나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엑스레이로 찍은 자연, 어떤 아름다움에 더 매료되는가?

ㄴ당연히 빛에 반사된 자연에 매료가 되지만 추가적으로 내부를 보여주는 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의 아름다움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엑스레이 촬영은 자연이 어떤식으로 삶과 죽음을 순환하는지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 '매그넘 앤 로즈', 닉 베세이 ⓒ 한겨레 미디어

포스터에 메인으로 등장하는 작품인 '매그넘 앤 로즈'는 무엇을 의미하나?

ㄴ매그넘 앤 로즈는 '히피들의 평화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히피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체제 자연찬미파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사회는 전쟁에 대한 공포와 사회통념 및 가치관을 부정하며 인간성의 회복과 자연에의 귀의 등을 강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반사회적 행동을 하면서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그것이 음악과 예술 등으로 표현되어 '히피문화'가 된 것이다. 

그들은 인간성을 압살하는 물질문명과 국가, 사회제도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해방시키기 위한, 즉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와 사랑, 자유를 지향하며 생명과 사랑을 모토로 한 그런 캠페인들을 벌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피'라 하면 마약, 술 과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히피들이 지양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조건이 없는 사랑을 베푸는 것이었다. 때문에 히피들에게서 '꽃'이라는 상징을 그들의 패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꽃'은 사랑과 형제애를 상징한다.

때문에 히피들이 과거 평화 시위를 목적으로 총구에 장미를 꽃아 캠페인 한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엑스레이 촬영이라 함은 보통 색깔이 없는 걸 생각하는데 꽃 사진을 보면 본래의 색깔이 나타나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 기술적으로 색감표현이 원래 가능한 것인가, 아님 포토샵을 이용했나?

ㄴ일반적으로 엑스레이는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흑/백으로만 표현된다. 그래서 작품 대부분이 무채색이다. 하지만 자연물은 경우에 따라 컬러를 덧입히기도 하는데, 이는 다른 사진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후 보정작업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꽃과 같은 자연물을 소재로한 작업은 흑백으로만 표현했을 경우 이들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나타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컬러를 입히는 '후 보정작업'을 한다.

(큐레이터에 추가 질문) 작품들도 재미있지만 전시장 안의 분위기나 소품도 재미있다. 전시를 구성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ㄴ닉 베세이의 작품을 단순히 화이트 큐브 공간에 전시하는 것 보다 전시공간 자체가 작가의 작업실의 일부로 보여지도록 하고자 했다. 실제로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마치 벙커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닉의 작업은 워낙 위험한 방사선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기때문에 철저히 차단된 스튜디오가 필요하다. 전시장 역시 이러한 닉의 스튜디오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다.

[문화 人] '엑스레이 맨'(X-RAY MAN) 닉 베세이 인터뷰, "소비주의는 허영심의 단면,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가장 중요"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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