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의 67회 출연자로 동아일보 문화기획팀 부장 유윤종을 만났다. 유윤종은 1991년 언론계에 입문, 1996~2005년 동아일보 음악전문기자, 독일 특파원과 문화부 차장, 문화부장, 문화부 선임기자를 거쳐 2013년부터 동아일보 문화기획팀을 이끌고 있다. 또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사무국장,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월간 SPO 편집위원을 겸하고 있다.

 

[▶]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67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클릭)

 

 

플스 67회 게스트 동아일보 문화사업본부 문화기획팀 유윤종 부장

Q. 신문사에 재직하면서 클래식계의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ㄴ 동아일보는 1960년대부터 동아음악콩쿠르를 비롯해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콩쿠르를 진행해왔고 1985년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 필의 첫 내한공연과 영국 로열발레 내한공연 등 직접적인 공연기획도 해왔다. 1996년부터는 서울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음악콩쿠르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 행사의 책임을 맡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진행하는 유럽클래식음악투어를 매년 3~4회에 걸쳐 해설자로 동행하고 있으며 클래식을 음식에 비유하여 재미를 북돋우는 '쫄깃한 클래식 감(感)'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다.

 

Q. 음악전문기자가 된 계기는?

ㄴ 어릴 때 집에 전축이 있었는데 요즘이야 디지털음원으로 쉽게 음악을 감상하지만 전축은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려놓고 듣는 조심스러운 고가의 제품이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어린 우리에게 함부로 못 만지게 한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의 즐길 거리로 내버려 두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직접 레코드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대학생 때는 음악감상과 연구를 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졸업 즈음 활성화된 PC 통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나름대로 연구를 쌓아갔다. 음악연주자나 분석전문가도 중요하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대중들에게 길잡이를 하는 사람은 분명 다른 영역이며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을 느꼈다. 그래서 길잡이를 하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음악전문기자를 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월간객석, 월간음악, 음악동아 같은 음악 매체가 활성화되어있었는데, 여기에 내가 쓴 음악 관련 원고를 들이밀어서 조금씩 기고를 시작했고 이후에 그 원고들을 이력 삼아 음악전문기자로 지원하여 본격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내가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은 아닌데 유독 음악만큼은 달랐던 것 같다.

 

Q. 얼마 전까지 오페라 요건 몰랐지 팟캐스트를 진행하였는데 어땠나?

ㄴ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의 부대 행사 격으로 진행한 한시적인 방송이었는데 음악칼럼니스트 유형종, 노승림씨와 3자 대담형식이었고 개인적으로는 꽤 유쾌한 시간이었다.

 

 

유윤종 부장

Q. 그 내용이 사실 오페라 초보 관객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기엔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의 청취자를 고려한 것인가?

ㄴ 제목이 '오페라 요건 몰랐지?'인 것처럼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내용은 그냥 넘어가겠다는 의도였다. 서점에 찾아볼 수 있는 작곡가 평전이나 오페라 해설책에 있는 얘기는 구태여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힘든 부분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팟캐스트를 찾아 들을 정도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라면 그 내용이 귀를 밀어내지 않도록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려 신경 썼다.

 

Q. 올해의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을 간단하게 평한다면?

ㄴ 일단 연출이나 반주악단 무대 구성의 스킬 등은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우리나라 오페라 제작기술과 출연자 수준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오페라의 고향인 이탈리아와 가장 많은 공연이 올라가는 독일에서도 주역 가수들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 호평받은 사람들을 골라 쓸 정도의 호화로운 캐스팅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

올해의 오페라페스티벌을 보면 상차림도 훌륭했다. 해외인기작품도 있었고, 우리나라 토착 오페라로 인정받으면서 공연돼온 '자명고'도 있었다. 또 새롭게 선보인 창작 오페라도 의미 있었다. 다만 해외 레퍼토리 중에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세 작품이 나란히 등장해서 색깔이 비슷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해외작품 중에서 옛날 바로크 시대라던가 아니면 요즘의 오페라유행을 보여주면서도 큰 부담이 없이 올릴 수 있는 작품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랬다면 페스티벌의 색깔이 다양했을 것 같다.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진주조개잡이'도 신작이 아니라 2015년에 올렸던 작품을 다듬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오페라 관객 저변이 더 풍성했다면 공들여 만든 작품들이 짧은 한정된 기간에 페스티벌 형태로 올라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Q. 국내 창작 오페라 제작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ㄴ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고전이라는 타이틀이 성립되기 위해선 계속 공연되고, 배제되고, 재발굴되고, 퇴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역사는 70년밖에 되지 않는데도 자명고 같은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어떤 문화나 그렇겠지만 '대중주의'와 '작가주의'의 건전한 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가는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면 대중이 알아서 받아들이겠지!' 라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대중의 반응을 체크해야 하고 대중들로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창작물들을 마주해야 한다. 20세기에는 작가가 던지는 예술품을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TV 드라마 영화 등 재밌는 콘텐츠가 넘친다.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Q. 공연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공연을 즐기는 본인의 관점에 관해서 얘기한다면?

ㄴ 오늘날에는 음원을 다운받고 CD를 듣는 것으로 음악을 즐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악을 만든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뒤부터는 '음악'이라는 것이 무한복제가 가능한 체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자기 동네에서 제일 잘하는 가수, 자기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피아니스트면 만족했지만, 무한복제 세상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실된 것이 있다.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공연은 복제된 음악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아무리 버추얼 리얼리티(VR)가 발전해서 눈에 기기를 끼고 4K 화질로 보면서 머신 위를 걷는다고 해도 실제 명승지를 걷는 기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수많은 관객이 있는 공연장에서 연주자의 감흥과 흥분이 실시간으로 나에게 전달되고, 나 또한 공연 일부로 그 흥분을 공유하면서 나의 반응을 연주자들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경험은 음원이 대신할 수 없는 뿌듯함을 준다. 연주가가 자신이 들인 노력의 시간을 그대로 내게 전해주고, 나도 그 시간을 공유하며 그 공감의 에너지가 전해지는 귀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관객들이 이런 경험을 사랑할수록, 연주자가 비록 '동네 최고 예술가'에 그친다 하더라도 자기 인생을 오롯이 음악에 바쳐온 사람들의 삶을 의미 있게 바라보고 귀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Q. 클래식 음악이 가진 문화적인 특성을 얘기한다면?

ㄴ 클래식은 부르주아의 음악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부르주아'는 오늘날 노동자에 대비되어 착취와 억압을 일삼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19세기 프랑스혁명 이후 전제왕권에 대항했던 계급을 뜻한다. 이때 생긴 부르주아는 그 시대의 진보세력이었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왕이나 귀족에게 예속돼서 활동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가 연주회를 열어 티켓 수입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 객석을 채운 것이 바로 이 신흥상공업자인 부르주아 계급들이다. 이때가 클래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부르주아 계급은 대대로 재산을 상속한 유한계층이 아니라 대부분 자기 자신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자수성가한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권력을 세습한 귀족층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었고,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는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세금을 내는 것만큼 사회진보에 기여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있었다. 이런 도전적이고 격동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사람들의 문화가 19세기 클래식 음악에 반영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대체로 숭고한 미학을 떠올리는데,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느낄 수 있는 격동과 성취,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정신이 담겨있다. 그런 가치는 부르주아의 시대가 지났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중요하다.

 

플스 녹음 중

 

Q. 얼마 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초청료로 갑론을박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무티가 자신의 위상에 비해 아주 많은 돈을 받은 것은 결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돈을 받고 한국에서 한 역할과 오페라 지휘와 연주에 있어서 한국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깨우침을 준 가치 역시 작지 않다. 그래서 '낭비'라는 말로 질책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하더라도 기분이 깔끔하지 않은 이유는 거기에 든 재원이 국가 예산이 아니라 한 지방자치단체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 금액만큼의 효과가 그 지자체의 구성원 즉 지역주민 다수에게 돌아갔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고 예산집행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나 동의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반대의견이 불거졌다고 생각한다. 이 행사(공연)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이나 크기에 비해 충분히 할 만한 일이었고 많은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하지만, 그 금액이면 문화 분야가 아니라 복지나 다른 여러 분야에 쓸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괜히 다리걸기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Q. 우리나라는 음악 활동으로만 먹고살기 힘든 것 같다. 이에 대한 작은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ㄴ 그룹이나 클럽활동을 통해 크고 작은 팬들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은 감상하기까지 소소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책 읽고 배우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관심사가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이 강의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연주자들은 독립적이지 못하고 선배가 후배들의 레슨을 통해 먹고 사는 구조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공연 티켓 수입으로 활동이 유지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다. 최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씨가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연주회가 금세 매진되었다. 조성진 씨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연주회가 매번 매진되는 팬덤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콩쿠르를 통해서 갑자기 데뷔한 것은 아니다. 콩쿠르에 나가기 전에도 국내에서 연주 활동을 했고 많은 관객을 만나왔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뒤 팬이 될 것이 아니라 미리 점찍고 응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리고 스타가 된 분들에게 쏟는 관심의 조금만이라도 다른 연주자들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현재 국내에도 이들과 버금갈만한 실력자들이 많다.

 

Q. 클래식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즐기는 팁을 얘기한다면?

ㄴ 클래식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오히려 당신들이 클래식에 불공평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가요?" 라고 말이다. 가요나 팝송도 정말 좋아하게 되려면 마치 후크처럼 어떤 매력적인 선율이나 음악 일부분이 자신의 귀를 잡아당겨야 한다. 그 일부를 좋아하다 보면 노래 전체가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들을 때는 그 후크가 형성될 때까지 듣지 않는다. 처음 곡을 들었을 때 선율이 기억에 남기 어렵다. 그러면서 그 순간 재미없다고 말해버린다. 클래식을 '재미없다'라고 단정 짓기 전에 어떤 곡 중에서 선율 하나 외워서 흥얼거릴 정도가 되는지 시도해보고 그다음에 호불호를 판단했으면 한다.

나도 지금 좋아하는 음악작품 중에서 처음 듣고 매력에 빠진 작품은 많지 않다. 대략 10%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괜찮아서 반복해서 듣다 보면 점점 그 매력을 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몰랐던 굉장히 넓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며 그것이 자기 재산이 되고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플스 67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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