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짓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영화 '아나키스트'(2000)와 '동주'(2015) 속 송몽규의 삶을 조명한 데 이어 이준익 감독의 세번째 아나키스트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이 28일 개봉한다. '아나키스트'란 '무정부주의자'를 의미하며, 영화는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도쿄에서 있었던 조선인 대학살과 항일운동을 하던 '불령사' 조직의 '박열'(이제훈), 그리고 그의 동지이자 일본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그린다.

M 7.8의 관동대지진은 70만여 가구 파괴, 340만여 명의 이재민, 14만여 명의 사망과 실종되었다. 이로 인한 민중의 공포 분위기를 극복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민중의 감정을 악이용하여 '조선인이 일본인을 죽이기 위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적어도 6,000여 명 이상의 무고한 조선인 대학살을 일으키고, 또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한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한다. 사형까지 무릅쓴 재판 과정에서 그들은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으로, 재판장에서 조선복을 입게 해달라고 하는가 하면, 조선말을 쓰겠다는 조건과 두 사람의 사진 촬영 등을 요구한다.

 
 

영화 '박열'은 허구의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이 실제 야마다 쇼지가 쓴 '가네코 후미코의 평전', 후세 다츠지의 '운명의 승리자 박열', '박열 평전',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과 '아사히 신문' 기사 등을 검토하여 90% 일치하는 실화로 제작되었다. 역사가 왜곡되지도 그렇다고 미화되지도 않게 연출하려 노력했고 반일 영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반일 감정을 일으킬 수도, 일본엔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영화 시작은 박열의 '개새끼'로 시작하고 도입부에서는 "일본 권력에는 반감이 있지만, 민중에게는 친밀감이 든다"라는 대사를 한다. 어쩌면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본에 대한 애증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의열단, 박열, 가네코 후미코는 영화 속에서 영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겨우 20대 초반밖에 되지 않았던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들의 삶, 사랑, 죽음, 신념은 현대 한국 사회 청년들과 다르게 그려지지만, 사실은 주어진 상황 속 그들의 불이익에 대한 저항은 결국엔 같은 모습이 아닐까도 싶다.

 
 

영화 속 가네코 후미코가 책을 읽으며, 박열이 한 손은 턱을 괴고 그녀의 가슴에 다른 한 손을 얹은 포즈는 실제 원본 사진 속 그들의 포즈와 일치한다. 박열이 쓴 '개새끼'을 읽은 후 박열과의 첫 만남에서 서툰 한국말로 "우리 동거합시다"라고 당차게 말하는가 하면 박열만큼이나 강렬한 눈빛과 표정을 보이는 그녀는 글을 읽고 쓰기도 하며 재판장에서 박열과 함께 한복을 입고 천황제의 모순에 대해 논리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걸크러쉬를 일으킬만큼 멋진 여성상을 그려내기도 하지만 그녀의 삶 역시 다사다난했기에 그녀만의 분명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네코 후미코'의 역은 배우 최희서가 맡았다. 한국인이지만 한국말을 서툴게 하는 일본인 역의 최희서는 '동주'에서 일본 여학생 '쿠미'와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에서 필리핀 새댁으로 연기한 것에 이어 또다시 완벽한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를 그려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 '박열'은 영화 진흥위원회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27일 오후 11시를 기준, 30.9%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닝타임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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