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MHN 정성열 아띠에터] 다가올 전쟁의 참혹함을 알지 못한 채 군대에 자원한 젊은 병사 '크리스 테일러'의 눈으로 본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 '플래툰'의 명장면을 살펴봅니다.

영화 '플래툰'은 세계 최악의 전쟁으로 손꼽히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리얼하고 지옥 같은 전쟁의 참상을 낱낱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주인공 '크리스 테일러'(찰리 쉰)의 부대가 베트남 양민들의 마을에 들어가 이들을 처참하게 학살하는 대목입니다. 전쟁 중 수차례나 총에 맞고도 살아남은 독한 카리스마의 '밥 반즈'(톰 베린저) 중사는 베트콩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증거 없이 양민을 학살하고 마을 전체를 불태우기에 이릅니다.

이를 본 '일라이어스 그로딘'(윌렘 대포) 중대장은 '반즈' 중사와 격렬하게 충돌하게 됩니다. 이처럼 베트남 양민들을 겁탈하는 동료들을 쫓아내고 '반즈'의 잔악 행위를 상부에 진정할 정도로 인도주의적인 군인인 '일라이어스' 중대장은 '반즈' 중사와 동료이자 동시에 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진정한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사람의 대조가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일라이어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반즈'는 자신을 상부에 밀고한 '일라이어스'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립니다. 소대원들마저 '반즈'와 '일라이어스'패로 나뉘어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는데요. 이처럼 내부와 외부에서의 끝없는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맹군의 치열한 공세가 계속되자 '일라이어스'는 홀로 기습공격을 감행하고, 결국 '일라이어스'가 전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철수 과정에서 동료들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들어 오는데, 죽은 줄 알았던 '일라이어스'가 사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죠. 팔을 벌리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일라이어스' 중대장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장면은 말이 필요 없는 '플래툰'의 시그니처 명장면으로, 무엇인가를 울부짖듯 장렬하게 쓰러져가는 '일라이어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끝으로 가난한 자들만 전쟁에서 피를 흘려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청년, 오직 정의감 만을 가지고 군대에 자원입대한 주인공 '크리스'가 전쟁터의 모든 병사들은 사실 적이 아닌 자기 자신과 싸웠다는 '진실'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전쟁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참혹하고 처참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헬기를 타고 전장을 떠나는 '크리스'의 눈 속에 비친 폐허와 같은 모습들이 펼쳐집니다. 이는 무의미한 살육이 넘쳐났던 지난 베트남 전쟁이 얼마나 추악하고 지옥과 같았는지 알려주며 관객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화두를 던집니다. 이 밖에 "별들 사이엔 옳고 그른 게 없지. 그냥 존재할 뿐이야"라는 대사도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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