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시칠리아 햇빛아래'를 뜯어보면 매력적인 요소가 참 많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받는 배우 이준기(아시아가 좁았던 그는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로 할리우드 영화까지 진출했다), 중국어권 영화제로는 가장 유명한 금마장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저우동위,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환상적인 배경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이 영화는 독특한 감성을 기대할 만하다.

대만 멜로 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던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 한국 배우가 나오면 어떨까? '시칠리아 햇빛아래'의 독특한 조합을 보고 그런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칠리아 햇빛아래'는 앞의 두 영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영화다. 이준기와 저우동위의 이미지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시칠리아 햇빛아래'의 부실함을 봉합하고, 매끄럽게 하지는 못한다. '시칠리아 햇빛아래'가 시도한 한·중 합작은 위태로운 두 국가의 관계만큼이나 위태롭게 붙어있다. 한·중 합작의 위대한 선지자 '엽기적인 그녀2'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스토리, 연출력, 연기 등 무수히 많은 요소를 접어두고, 간단히 하나의 문제만 짚고 넘어가려 한다. '시칠리아 햇빛아래'의 박준호(이준기)와 샤오유(저우동위)는 모두 서로의 언어(한국어와 중국어)를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을 가지며, 간혹 상대의 언어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두 국가의 관객을 위한 서비스로 보이는 이런 대사는, 역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완전히 깬다)

기본적으로 준화와 샤오유는 서로의 언어로 대사를 주고받는다. 중국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가는 두 인물에게 관객은 교감 및 캐미스트리를 느낄 여지가 적고, 극에 이입하기도 힘들 것이다. 한 화면에 있으나 대화가 따로 이뤄지는 것 같고, 영화 전체로 봐도 장면과 시퀀스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느낌도 적다. 영화에 깊이가 없는 셈이다. '시칠리아의 햇빛아래'는 영화 속 두 커플처럼 외향은 합작이지만, 하나가 되지 못한 영화다. 한국과 중화권에서 아무리 인기가 많은 이준기라도 이 틈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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