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2017년 상반기 결산'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2017년은 벌써 절반을 달려왔다. 이 반 년 사이에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며, 영화계 또한 수많은 영화가 극장가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2017년 절반이 지나간 이 시점에서,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각각 최고의 영화, 최악의 영화를 꼽아보았다.

두 사람이 꼽은 2017년 상반기 국내 영화 BEST 3를 알려달라.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올해 국산영화들이 유난히 롱런하지 못했다. 그리고 흥행했던 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이라 평가받은 영화들은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그중에서 파헤쳐보면, '더 킹'이 그나마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춘 영화였다. 국정농단 사태를 향한 메시지와 그를 향한 패러디 요소가 감칠맛 나게 들어갔다. 그리고 관객들의 취향을 많이 타는 '어느날'도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장르 미상'이었던 것부터 반전을 줬던 결말까지, 호불호가 많았지만 그만큼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어느날'을 향한 다양한 리뷰가 쏟아졌다는 건, 한 번 곱씹어봐야 할 영화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 삼일절을 맞이해 개봉했던 '눈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결코, 잊어선 안 될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 같은 장르인 '귀향'보다도 덜 자극적이면서 더 진득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먼저, '더 킹'이다. 촛불이 타오르던 시기에 개봉해, 촛불이라는 다이너마이트에 있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촛불 시국에서 왜 그런 '나쁜 사람'들이 나타나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였는데, 한재림 감독의 뚝심이 엿보였던 영화였다. 다음 영화는 호불호가 선명히 갈린 이주영 감독의 '싱글라이더'다. '달콤한 인생' 이후 슈트 입으며, 시선 처리로 연기하는 이병헌을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웠는데, 이병헌이 이 작품으로 2년 연속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끝으로 첫 장편영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준 감독이 확실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몰입도를 높였던 '용순'이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편향된 시각'을 경계하려고 애썼다는 신준 감독의 이야기는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꼽은 2017년 상반기 국내 영화 WORST 3를 알려달라. 

 

석 : 디즈니의 국내 첫 가족영화였던 '그래, 가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 속 설정들이 너무나 억지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까지 나왔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정규직 특수요원'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여성'과 '비정규직', 그리고 '보이스피싱'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택했음에도, 극 중 '장영실'의 고구마 같은 행동과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전개가 관객들을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 현재 올해 관객동원 수 1위를 기록 중인 '공조'를 선정한 것에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조'를 파헤쳐보면, 이전 영화들에서 선보였던 남북프레임을 그대로 재탕해 식상함을 가져다주었고, '더 킹'을 잡기 위해 배급사의 '보이지 않는 손'까지 작용했다. 이만하면 최악의 영화로 선정할 만하다.

 

양 : '원스텝'은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고 본지와 인터뷰 한 바 있는 산다라박의 장편 주연 데뷔작이었다. 아쉽게도 산다라박의 연기는 발성과 감정 전달 면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많아 보였다. 플롯 설정 역시 안타까운 영화였다. '그래, 가족'은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갈등이 많은 가족이 등장하며, 우여곡절 끝에 "웃으라"고 한다. 그러나 관객은 크게 웃을 수 없었다. 사회 부조리인 수저 계급론을 보여주면서, 결국은 그 자신도 사회 부조리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두 번째로 '시간위의 집'은 많은 장르가 섞인 산채비빔밥 같은 영화였다. 가장 많은 비율이 있어야 할 밥은 미스테리, 스릴러, 공포, 야채·양념은 타임슬립, 반전, 가족애다. 여기에 겨자 같은 '감동 코드'도 포함됐다. 

두 사람이 꼽은 2017년 상반기 해외 영화 BEST 3를 알려달라. 

 

석 : '컨택트'가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과생의 전유물'로만 알려진 SF 장르에서 문과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웃음) 언어와 소통, 다소 SF와 동떨어진 요소로 모두를 자극하는 SF영화를 만들어낸 '컨택트'야말로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공포영화의 새로운 개념을 안겨다 준 '겟 아웃' 또한 상반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 말할 수 있다. 현시대에 일어나는 민감한 문제인 '인종차별'을 투영해 공포로 승화시킨 건 새로운 시도였고,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5일에 개봉한 이자벨 위페르의 '엘르'를 꼽겠다. 수위가 강한 씬들이 있어 보는 이에 따라 불편함을 안겨다 줄 수 있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미셸'이라는 여성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빠져들게 만든다.

 

양 : '컨택트'는 '외계인'과의 소통뿐 아니라 '지구인' 서로의 소통을 보여주고자 한 SF 판타지 걸작이다. 여기에 시각효과, 배우들의 연기, 음향 효과, 스코어 음악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된 영화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마스터피스였다. '문라이트'는 LGBT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내용도 아니고, 개인의 시련을 극복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하늘의 달빛처럼 흘러가며 한 게이의 이야기를 차분하지만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과 색감은 그 피사체를 또렷하게 응시했다. 끝으로 '사일런스'는 '고요'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59분 '미션'. 차분하면서 강렬한 연출로 시종일관 관객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믿음과 신념이 흔들릴 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이 꼽은 2017년 상반기 해외 영화 WORST 3를 알려달라. 

 

석 : 최근 '화제의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3,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도, 이렇게 영화가 망할 수 있다는 걸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다. 이런 영화라면, 영화표 살 돈으로 PC방 정액제를 끊겠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 또한 마찬가지다. 2005년 '트리플 엑스 2'가 개봉될 당시에 사람들은 "속편이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탄했는데, 새로운 속편을 보고 난 뒤에 그 말들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너무나 시끄럽고 산만해서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특별출연했던 네이마르만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 하나는, '모놀리스'인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해선 안 될 행동만 나온다. 특히, 아이에게 달래는 목적으로라도 핸드폰을 줬다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양 : 상반기 최고의 문제작 외화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주말에 볼 예정이라, 이 순위가 바뀔 수 있다. 그 영화를 제외한다면, '50가지 그림자: 심연'을 소개하면 될 것 같다. 그나마 배우들이 1편보다 작품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갈등 구조를 선보일 인물들이 '깨어나려면' 아직도 1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레이트 월' 역시 장이머우가 만든 중국 고전판 '인디펜던스 데이' 느낌이 가득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 자본이 투입된 흐름과 반대로 중국 영화에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모양새인데, 그래서 우리가 알던 장이머우, 맷 데이먼, 유덕화는 보이지 않았다. '더 큐어'도 고어 버빈스키가 버무린 유럽판 '전설의 고향'인데, 여성은 그저 작품을 위해 사용되는 '장어'처럼 그려지고 말았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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