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의 66회 출연자로 대한민국 재즈의 산실 라이브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의 임원빈 대표를 만났다.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운영해오다 지금은 종로 낙원상가 근처로 옮겨 새로운 재즈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66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클릭)

 

플스 66회 게스트, 천년동안도 임원빈 대표

Q. 음악을 전공 했는가?
ㄴ 직접 배운 적은 없지만 듣는 것은 타고난 것 같다. 고향이 충남 부여다. 학교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아르바이트해서 기타 살 돈만 만들어 고향에 도로 내려갔다. 그래서 독학으로 잠깐 쳐본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음악 없이는 못살았고 음악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1978년도에 성대 앞에 '카네기 레코드'라는 판매점을 오픈했다. 그때 다녀간 단골 중엔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도 있다. 우리 가게에서 많은 앨범을 구매했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오늘날의 그가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Q. '천년동안도'의 뜻은?
ㄴ 외국에선 역사가 오래된 문화재들이 많은 것을 보고 내가 만든 클럽도 천년을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거기에다 재즈만을 연주하는 섬(아일랜드)을 만들자는 생각에 '도'자를 붙이게 되었다. 사실 '천년동안도'를 만들기 전에 이미 작은 클럽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 바로크 레코드점을 하나 더 운영하고 있었는데 거기 지하에 있었다. 그러고 나서 90년대 초에 지금의 '천년동안도'를 대학로에 정식 오픈했다.

Q. 한때 영업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ㄴ 초창기 때였다. 어느 날 서울경찰청에서 불법이라고 단속이 나왔고 종로구청으로부터 3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당시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이후 나의 투쟁의 길이 시작되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국회를 방문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 땅에 재즈가 뿌리내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때 당시에 음식점에서 1인 이상 공연을 하는 것이 금지였고 나는 그걸 몰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법이다. 그 법을 개정하기 위해 1년 이상 싸웠다. 당시 가수 최희준 씨가 국회의원이었는데 그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의 투쟁으로 인해 다른 클럽들도 혜택을 본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었다. 지금 K-Pop의 인기도 사실 클럽 무대가 있었기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클럽이 수준 높은 K-Pop을 만들어내기 위한 뮤지션의 육성장소였다. 클럽연주자들은 매일같이 무대에서 단련됐기 때문에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재즈 1세대와 함께

Q.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유지하다 종로로 옮겼는데…
ㄴ 종로로 이전한 지 일 년 정도 됐다. 사실 재즈클럽은 돈을 벌기 힘들다. 출연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출연료를 아주 넉넉하게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보통 다른 클럽에서 하루에 2타임의 라이브 연주를 하지만 우리는 3타임의 라이브연주를 했다. 거기다 사람이 많은 빅밴드까지 무대에 선다. 그러다 보니 연주사례만 한 달에 5천만 원씩 들어갔다. 그것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웠고 빚을 많이 지게 됐다. 레코드가게에서 번 돈을 클럽운영에서 손해를 본 것이다. 더구나 국내에선 재즈클럽문화가 형성이 안 된 탓도 있다.

Q. 대학로의 관객 분위기와 종로와의 차이점이 있는가?
ㄴ 대학로는 젊은 관객들이 많았던 반면 지금의 종로에선 직장인 관객이 많다.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대학로 시절보다 매출에 조금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대학로에선 조금 비싸게 받으면 학생들 원성이 컸다. 그래서 음료나 음식값이 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학로에서 칵테일 한잔이나 맥주 한 병 시키고 마시던 학생들이 이제 종로로 찾아온다. 직장도 다니고 주머니 여유도 생겼다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그들이 기특하면서도 가슴 뭉클하다.

Q. 그동안 다녀간 뮤지션이 많을 것 같다.
ㄴ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연주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신인 연주자를 뿌리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신인들을 세우기 위해서 좀 이른 시간에 오프닝 무대 격으로 3타임을 유지해온 것이다. 대충 기억나는 가수들로만 얘기한다면 웅산, bmk, 빅마마, 서영은, 말로 등이 있고 윈터플레이의 혜원과 신관웅 빅밴드도 아직 우리 무대에 서고 있다. 음악인들이 성장해서 떠나고 나면 안 오는 경우가 있다.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신인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때 나름의 희열을 느낀다. '천년동안도'에 찾아오는 관객들도 신인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다. 가수 인순이 씨도 재즈를 공부하기 위해 '천년동안도 '무대에 섰다. 이미 유명한 가수였는데도 불구하고 한 달간 정말 열심히 출근해서 공연했다. 게다가 클럽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자신의 출연료는 받지 않고 연주자들 것만 챙겼다. 너무 감동적이었고 왜 그녀가 대가가 됐는지 알 것 같았다.

 

'천년동안도' 재즈1세대 공연 후 (왼쪽부터) 전성식(베이스), 신관웅(피아노), 김준(보컬), 임원빈(천년동안도 대표), 이동기(클라리넷), 최선배(트럼펫), 김수열(색소폰), 임헌수(드럼)

Q. 재즈 클럽이 많이 있는가?
ㄴ 서울에 꾸준히 연주하는 재즈클럽이 다섯 군데 정도 되는데 너무 적은 숫자다. 운영하시는 분들을 칭찬하고 잘 해줘야 한다. 클럽을 운영하는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즈클럽을 일반 가게 영업으로 보면 안 되고 음악인을 양성하는 장소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엄연히 공연장이며 연주자는 많지만 이런 무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Q. 클럽 활성화를 위한 어떤 정책적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ㄴ 부가세를 면제해줘야 한다. 많은 공연단체가 면세사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재즈클럽도 공연장이나 공연단체로 이해해줘야 한다. 대형뮤지컬의 가수나 연주자들도 재즈클럽에서 양성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는 근근하게 이어진 클럽들의 개별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육성하여 한국의 대표 뮤지션을 더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부가세 문제도 법제화시키기 위한 고민이 있는가?
ㄴ 한국 재즈협회가 있다. 그 협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투쟁을 통해서 빛을 보게 되길 바란다.

Q. 20여 년간 운영해오면서 클럽관객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ㄴ 그렇다. 클럽의 분위기가 예전엔 서먹했다면 지금은 관객들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감상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뮤지션의 실력도 많이 좋아졌다. 사실 재즈는 일반 사람들이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은 음악이다. 일단 직접 클럽에 와서 봐야 하고 술을 마시는 분위기다 보니 처음엔 적응 못 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해진 것 같다.

 

재즈클럽 '천년동안도'

Q. 재즈가 가지는 매력이라고 한다면?
ㄴ애드립이다. 재즈는 음악이기 이전에 '대화'라고 생각한다. 재즈는 일반적으로 피아노 베이스드럼 트리오 3명이 주제와 변주를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건데 거기서 '애드립'이 하이라이트다. 그걸 통해 각자 파트의 내면을 보여주게 된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것처럼 가장 민주화된 음악 역시 재즈라고 생각한다. 3명의 연주자가 공평하게 '애드립'을 하며 누구 하나 독점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 대화하듯 음악을 맞춰간다.

또한, 관객들이 뮤지션이어야 한다. 우리 클럽에 오는 관객들은 모두 뮤지션이다. 재즈를 알건 모르건 호흡을 같이하며 손뼉을 쳐줘야 한다. 다른 공연에 비해 더욱더 관객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주자들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관객과도 대화한다. 그래서 재즈는 서민적이다. 나는 오히려 클럽에 와서 술만 마시는 관객은 반갑지 않다. 관객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공연 중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키우는 관객도 부담스럽다. 운영상에 어쩔 수 없이 술과 음식을 파는 것이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솔직히 공연만 가지고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Q. 국내의 재즈페스티벌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왜 클럽문화는 약하다고 생각하는가?

ㄴ 클럽은 뮤지션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뮤지션들이 잘 돼서 큰 페스티벌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듯이 나도 뮤지션을 키워야 한다. 페스티벌과 클럽의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역할이 천년동안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관객들도 가슴으로 느끼는 진정한 재즈를 맛보길 바란다.

Q.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ㄴ 일반음식점과 다르게 생각하고 왔으면 좋겠다. 공연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빨리 계산하고 나가려는 모습을 볼 때 좀 안타깝다. 관객도 연주자라고 말한 것처럼 그 몫도 스스로가 챙겼으면 하고 조금만 더 연주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플스 66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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