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I am Optimus Prime" 이 목소리와 대사에 소름 돋은 적 없으신가요?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갈수록 산으로 가면서 망가지고 있지만, 저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저 대사를 듣기 위해 돈을 쓰는 관객입니다. 물론, 지난 편 '사라진 시대'는 못 봐줄 정도로 돈이 무척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단순한 저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처음 봤을 때의 감흥을 잊지 못해 앞으로도 돈을 쓸 것 같네요.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최후의 기사'라는 비장한 이름을 달고 찾아온 이번 영화의 세 가지 관람 포인트를 준비해봤습니다. 사실, 가장 궁금해하실 건, '이 영화 볼만할까'라는 게 아닐까요. 이미 많은 혹평이 들려오고 있는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사라진 시대'보다는 괜찮았다는 겁니다.

 

 

확장된 세계관

'최후의 기사'라는 제목처럼 이번 편은 기사와 관련된 신화, '아서왕 이야기'가 인용됩니다. 아서왕, 랜슬롯, 멀린 등의 인물과 트랜스포머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최근 개봉한 '킹 아서: 제왕의 검' 탓인지, 식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트랜스포머의 시공간을 확장한 시도입니다. 그리고 세계대전에서도 로봇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런 세계관의 확장에 관해 추측을 해보자면, '최후의 기사'에는 12명의 특급 작가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무대를 확장해둔 건, 다양한 프리퀄과 스핀오프를 위한 포석이 아닐까요? 세계 대전이 무대였던 '원더우먼'처럼 말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아서왕 신화 덕에 '최후의 기사'는 영국적 색채가 강해졌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톤헨지, 블레넘 궁전, 다우닝 스트리트 등의 공간만 봐도 알 수 있죠.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에드먼드 버튼도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겠네요.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는 '때려 부수는 데'서 미학을 추구하는 감독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헤모글로빈의 미학이란 수식어가 있듯, 마이클 베이에겐 파괴의 미학을 붙일 수 있죠. 그는 보도 자료에도 '파괴지왕'으로 소개될 정도입니다. '아마겟돈', '진주만' 등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파괴의 성향을 느낄 수 있죠.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시리즈 10주년 작품으로, 시리즈 사상 최대인 2억 6천만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3천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제작비는 파괴지왕에게 더 많이 부술 기회를 줍니다. 무려 150분 동안 육해공 모두를 누비며 로봇들의 액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량 중 98%를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하니, 스펙터클 자체의 스케일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D 효과는 잘 살리지는 못한 것 같으나, 관람하실 분들은 최대한 큰 스크린에서 보시는 걸 권합니다.

 

 

굿바이, 마이클 베이

영상을 만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최후의 기사'를 향한 혹평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클 베이는 시리즈 자체도 점점 파괴해버리면서, 진정한 파괴의 장인다운 면모를 보여줬죠. 시리즈가 전개될수록 흥미가 떨어지는 건 부정하기 힘듭니다. '최후의 기사' 나온다고 했을 때, 트랜스포머 팬들이 가장 열광했던 부분은 개봉 그 자체보다 마이클 베이의 마지막 트랜스포머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을 겁니다. 농담으로 이번 편 최고의 장점이 마이클 베이의 퇴장일지도 모르죠. 마지막이 될 영화에서 그는 역시나 원 없이 부쉈습니다. 지난 네 편의 시리즈에서 보였던 많은 캐릭터를 총집합해 때려 부수게 했죠.

그리고 이번 편엔 꽤 괜찮은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시리즈 내내 마이클 베이가 아껴둔 장면인데, 모르고 봐야 재미가 배가되기에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에겐 그 한 장면으로 이번 편이 기억될 것 같네요. 아무튼,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감이 있지만, 한 시대를 대표할 시리즈를 맡아온 마이클 베이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 영상을 마무리합니다. 아, 그렇다고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끝나는 건 아니라고 하니… 기대를 다시 해봐야겠죠?

 

starskyligh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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