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아니라, 이번 영화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마지막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보도자료에도 '파괴지왕'으로 소개되는 위대한 파괴자, 파괴의 장인이다. (물론, 시리즈조차 파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네 편의 시리즈를 통해 엄청난 흥행을 이뤄낸 감독의 업적을 마냥 깎아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이클 베이는 시리즈 내내 일관된 영상 철학을 보여주며, '파괴의 미학'이라는 비평적 접근을 가능케 했다. ('파괴'의 스펙터클은 '아마겟돈', '진주만'부터 시작된 일관된 이미지다) 하지만 2014년에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보고, 좋은 시기에 떠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고, '최후의 기사'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최후의 기사'라는 부제처럼 이번 편은 중세 '기사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영화의 시공간을 확장한다. 근래 부쩍 자주 보는 아서왕과 멀린이 시리즈에 맞춰 재해석되고, 그들의 신화와 함께 영화는 전개된다. 영국 신화를 모티브로 한 덕에 영국적인 색채가 많이 가미되었는데, 블레넘 궁전, 다우닝 스트리트, 그리고 스톤헨지 등의 공간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도 1900년대 초, 세계 대전까지 화면에 담는 등 다양한 시대를 '트랜스포머'화 된 이미지로 트랜스폼(transform) 해서 보여준다.

 

 

'최후의 기사'는 마지막 연출이라는 사명감 때문인지, 마이클 베이의 파괴 욕구는 정점을 찍는다. 육지 바다, 하늘 곳곳을 무대로 전투가 펼쳐지는데, 싸울 수 있는 모든 공간에서 파괴의 스펙터클을 펼쳐 보이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중심으로 한 오토봇과 메가트론을 축으로 한 디셉티콘의 이번 전투는 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다수의 캐릭터가 총집합해 다양한 매력을 원 없이 뽐낸다. 그렇게 트랜스포머는 그들의 수장, 파괴지왕 마이클 베이의 마지막 전투를 빛낸다.

엄청난 파괴의 스펙터클만큼 늘어난 상영 시간의 스펙터클(150분), 이젠 새롭지 않은 전투, 신선함을 잃은 로봇들의 변신….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가 시리즈의 첫 편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룰지는 의문이다. 아니, 객관적으로 봐도 부정적이다. 이 수많은 부정적 요소 속에서도 마이클 베이가 곳곳에 심어둔 유머와 마지막까지 아껴둔 한 방, 그리고 여전히 "I am Optimus Prime"이라는 목소리엔 관객이 열광할 지점을 제공한다. 적어도 '사라진 시대'보다는 괜찮은 영화다. 또한, 마이클 베이가 떠날 시점을 정했다는 그 결심만으로도 '최후의 기사'는 괜찮은 영화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떠난다고 했기에 이번 편은 누가 뭐래도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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