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9일 오후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선 뜻깊은 동창회가 열렸다.

2015년 이후 2년 만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동창회가 열린 것. 아쉽게 불참하게 된 지혜근, 최병광 배우를 제외하고 윤형렬, 최재림, 장은아, 지현준, 김영주, 최종선, 심정완, 노정현, 한준용 총 9명의 배우가 한 자리에 모였다.

2년 만에 다시 꺼낸 그때 그시절 이야기는 어땠을까?

언제나처럼 MC 호박고구마 김용철의 진행으로 우선 배우들의 근황 토크가 이어졌다. 20일부터 피자 가게에서 다시 일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최종선 배우부터 본의 아니게 10개월을 쉬며 논문 통과 후 석사가 된 윤형렬 배우, 논문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자랑했으나 아쉽게 본인 논문은 중도 포기한 채 4년이 남아있는 최재림 배우, 결혼 사진을 계절마다 1년을 찍으며 준비했던 노정현 배우, '올 댓 재즈' 공연 중인 심정완 배우, 독일에 다녀온 과묵한 지현준 배우, '아리랑' 연습 1주차인 장은아 배우, 최근에 쉬고 있다는 김영주 배우까지 9명의 배우들은 저마다의 개성만큼 다양한 근황을 전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쉴새 없이 쏟아졌다.

윤형렬 배우는 졸업 논문의 내용이 뮤지컬 반복 소비자의 선택 요인이 무엇인지 양적 연구를 했다고 밝혔다. 또 유다의 시체를 들고 나가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팔이 후들거렸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했다. 이에 최재림 배우가 자기는 대학원에서 움직임 수업을 받아 배우들이 들기 편하게 무게를 전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사실 가장 크고 길어서(?) 들고 나가기 더 어려웠다는 진실도 밝혀졌다.

한편, 유다의 어깨를 들고 나가던 '떨리는 팔'의 주인공 최종선 배우는 피자 배달 당시 전동석 배우에게 배달을 갔었다는 에피소드와 함께 이번 콘서트에서 'Simon zealotes' 곡을 공연 때보다 한 키 높여서 불렀다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또 2001년형 차량을 60만원에 구입했는데 스피커가 좋지 않아 45만원을 들여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다는 이야기와 함께 첫 연습 때 강변북로에서 차가 멈춰섰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덕분에 연습이 끝난 뒤 분당 방향으로 가는 사람 있으면 태워주겠다는 제안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현준 배우는 공연 당시 '빌라도'의 의상이 달랐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준이는 벗겨야 한다(?)'는 연출님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어느 날 공연 의상의 가슴이 허해졌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또 심정완 배우의 폭로로 그가 대기실에 사람들이 있을 때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독특한 취미가 있음이 밝혀졌다. 한편 이날 참석하지 못한 최병광 배우는 허리가 좋지 않아 복대를 차고 요가 매트를 깐 채로 누워서 하트 용품을 만들었다며 같은 방을 쓴 지현준 배우가 증인이 되기도 했다.

김영주 배우는 공연에 관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공연 시작 후 1시간 30분에 등장하기 때문. 실제로는 3장면에 등장한다고 밝힌 김영주 배우는 실제로는 믿음을 지녔으나 여자 헤롯으로서 작품에 몰입해야 해서 평소보다 더 광기어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공연 관련 에피소드도 있었다. 최종선 배우는 안무 동작 중 바닥을 쓰는 동작을 하다가 못에 무릎이 걸려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평소에는 옷 입은 부위로 잘 마찰해서 괜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심정완 배우는 덤블링하며 등장해야 하는 장면에서 컨디션이 안 좋은 날 마치 덤블링을 한 듯한 표정으로 살짝 점프 뛰며 나왔다는 이야기를, 최재림 배우는 공연 막판에 '유다' 역에서 '예수' 역으로 체인지를 해 3회를 공연했는데 마이클리, 박은태 배우와 달리 최재림 배우가 예수로 등장하자 다른 배우들의 그의 어색한 성스러움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묻고 웃음을 참았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 당시 첫 만남의 인상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다수의 배우들은 한결같이 '청자켓을 입은 키 크고 머리 긴 배우'가 첫 날인데도 공연하는 것처럼 열창했다며 최재림 배우를 기억나는 배우로 꼽았다.

이외에도 심정완 배우의 장난으로 김영주 배우가 '샤롯데에 귀신이 있다'며 무서워했던 사건과 최재림 배우와 합이 맞지 않아 무대에서 떨어질 뻔한 윤형렬 배우의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배우들은 2년 동안 묵혀뒀던 이야기를 꺼내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매력이 토크에서 멈추진 않았다. 화려한 공연 역시 선보였는데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원곡의 버전을 선사해 더욱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것. 영어로 곡을 새롭게 연습해서 부른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이 콘서트를 위해 연습한 노력과 진정성이 엿보였다. 또 여전히 공연 중인 듯 다른 배우의 파트를 채워주거나 코러스를 맡고, 백업 댄스를 더하며 여전한 팀웍을 과시했다. 마지막 곡에선 최재림 배우의 끼가 돋보였다. 최재림 배우는 시작부터 무대를 벗어나 객석을 휘젓더니 객석의 팔걸이를 밟고 걸어다니고 점프하는 등 '수퍼스타' 콘서트다운 매력을 뿜었다.

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외의 노래들도 관객에게 들려주며 매력을 더했다. 장은아 배우는 재연에 참여하지 못한 작품이라며 '눈동자'를, 윤형렬 배우는 친한 동생의 부탁으로 연습했던 축가라며 '그대라는 사치'를, 심정완 배우는 현재 공연 중인 '올 댓 재즈'의 '내 사랑이다'를, 노정현 배우는 선덕여왕 OST '발밤발밤'을, 한준용 배우는 첫 뮤지컬의 추억을 되살리며 '라카지'의 '마스카라'를 선보였다. 눈에 띄는 것은 노래가 아닌 악기를 다룬 지현준 배우였다. 그는 악보를 보는 게 아니라 통째로 외웠다며 피아노 연주곡을 들려주더니 '연주는 못한다'던 바이올린을 들고 나와 화려한 솜씨를 뽐낸 뒤 최재림 배우와 인간 대 악기의 고음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웃음과 환호로 가득한 콘서트였지만,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집들이 콘서트'의 대표 코너인 '나에게 쓰는 편지'에선 눈물과 웃음이 공존했다. 최재림 배우가 '논문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며 분발을 촉구하고 심정완 배우가 '이제 불혹'이라며 재치 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지현준 배우는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멋진 악기인지 오늘 느꼈다'며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을 때는 꼭 멋진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다짐했다. 또 윤형렬 배우는 '무대에 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는 이야기를 남겼고 김영주 배우는 '나에게 쓰는 편지'를 말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애잔한 이야기는 장은아 배우가 전한 최종선 배우의 에피소드였다. 이천에서 열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총막공 당시 목 상태가 너무 안 좋은 최종선 배우가 곡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뒤 무대 뒤에서 '잘하고 싶은데 너무 속상하다'며 펑펑 울었다던 이야기였다. 원캐스트로 쉬지 않고 극을 소화해야 하는데 좋은 무대를 선보이지 못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던 그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보이고 관객과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아 보이는 배우들의 이면을 잘 보여줬다.

그들도 관객과 똑같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하고 싶고, 관객에게 좋은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열망으로 가득하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도, 2년만의 '동창회'도 멋지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 아홉 명의 배우들 앞에 꽃길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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