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파일] '캐스팅 논란' 시달리는 '너의 이름은.' 더빙판, 그들은 왜 비난받고 있나?
[문화파일] '캐스팅 논란' 시달리는 '너의 이름은.' 더빙판, 그들은 왜 비난받고 있나?
  • 석재현
  • 승인 2017.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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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연초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360만 명에 달하는 관객동원을 한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그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오는 7월에 '너의 이름은.'이 한국어 더빙판 재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 수입을 담당하는 미디어캐슬은 지난 1월 한국어 더빙판을 제작해 하반기에 개봉할 것임을 밝힘과 동시에 장애우를 위한 특수 더빙 버전인 배리어프리 버전 또한 준비할 것임을 알렸다.

강상욱 미디어캐슬 이사는 "더빙판은 성우의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국내 더빙판 감독을 따로 기용할 예정"이라고 전함과 동시에 성우 오디션을 열 계획을 알렸다. 강 이사는 "아무리 유능한 성우라 해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폭은 정해져 있고 국내 프로 성우 선택 폭이 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랬기에 '너의 이름은.' 남녀주인공 '타키'와 '미츠하' 역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앞다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너의 이름은' 측은 더빙판 '타키' 역에 배우 지창욱, '미츠하' 역에 김소현, '요츠하' 역에 이레가 캐스팅됐다고 발표하면서 크나큰 파장을 몰고 왔다. 애초에 성우 오디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연예인과 감독을 캐스팅한 것이 문제였다.

미디어캐슬 측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토호가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일을 앞당기면서 더빙판 제작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즉, 블루레이가 출시 이전에 한국어 더빙판이 재개봉해야 함에 따라 오디션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국내 성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먼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던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더빙판에서 '닉'을 맡았던 정재헌 성우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상세하게 나열했다.

▲ ⓒ 정재헌 성우 트위터

정재헌 성우는 "오픈 오디션을 보겠다고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더니 '너의 이름은'의 캐스팅은 결국 그 유명세와 이름으로 홍보하는 연예인 캐스팅"이라면서 "캐스팅보다 더 충격적인 건 전문더빙연출이 아닌 영화감독의 연출"이라고 연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전문더빙연출가가 붙었다면 배우로부터 현재 꺼낼 수 있는 최선을 끄집어냈겠지만, 영화감독이 왜 들어가 있는지… 좋아하는 배우가 거기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더 속상하다"며 덧붙였다.

또한, 정재헌 성우는 '너의 이름은.'측이 내보낸 보도자료 중 "'톤과 연기가 과장되지 않고 실사 영화 속에서 연기하듯 자연스러웠다'라고 홍보하는 신문기사는 불쾌하기가 짝이 없다"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연예인 마케팅 없이 작품 그 자체로만 승부할 수 있는 제작사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전원 성우들이 참여한 작품들이었고 연예인 한 명 없이도 최고의 흥행성적까지 거둬왔다"고 반박했다.

▲ ⓒ 강수진 성우 페이스북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가오가이거',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 '소년만화 애니메이션계의 원탑'으로 불리는 강수진 성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정에 밀려 오디션 불발? X랄한다!"고 격렬한 반응과 함께 미디어캐슬 측의 기사가 담긴 링크를 같이 게재하기도 했다.

그 외 '언어의 정원'에서 '타키오' 역을 맡았던 심규혁 성우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재헌 성우의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타인의 연기를 따라 움직이는 그림에 감정과 타이밍을 맞추며 동시에 주도적 연기를 해내는 '더빙'은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다. 타 매체 연기와는 또다른 훈련과 접근이 필요하다. 무대연기와 카메라연기가 다를 거란 생각은 하면서 마이크는 왜 쉽게 무시하는가"라고 남겼다.

이번 '너의 이름은.' 캐스팅 논란은 최근 큰 역풍을 맞았던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 캐스팅 사례와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또한 지난해 남주인공인 주원과 함께 이끌어갈 여배우를 선발하는 공개오디션을 펼쳤고, 1800:1의 경쟁률을 뚫고 김주현이 낙점되어 V 라이브까지 진행했으나, 갑자기 여주인공이 오연서로 바뀌며 논란이 되었다.

▲ ⓒ 문화뉴스 DB

물론, 성우가 아닌 이를 섭외해서 나쁜 사례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주먹왕 랄프'에서 '랄프' 역할을 맡았던 방송인 정준하는 국내 성우들에게도 가장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받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업'에서 '칼'을 더빙했던 배우 이순재는 모두로부터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정준하와 이순재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너의 이름은.' 사태와는 차원이 다르다. 정준하는 엄연히 디즈니의 더빙 오디션을 거쳐서 발탁되었고, 이순재는 후시 녹음 체제 때부터 활동해왔기에 발음과 발성, 그리고 연기내공 모든 것이 완벽했던 케이스다.

연예인 더빙이 한국보다 더 만연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우, 전문 성우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으며, 영화 쪽은 유명작 등에서는 현지에서 직접 감수하러 나오므로 논란이 잠잠해지고 있다. 미국 헐리우드는 애초에 연예인 더빙을 섭외할 때, 그들에게 맞는 배역을 설계하며 목소리 연기가 안 되면 뽑지 않는다. 즉, 맞지도 않는 배우는 섭외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너의 이름은.'은 현재 재개봉을 앞둔 상태에서 캐스팅 논란에 휩싸이며, '너의 이름은.'의 팬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번 더빙판의 연출은 맡을 김성호 감독은 이번 논란을 의식했는지, 19일에 여러 베테랑 성우들이 참여한다고 뒤늦게 참여한다는 소식을 자신의 트위터로 알렸다. 주연으로 캐스팅된 지창욱이나, 김소현이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다면 논란은 잠잠해지겠지만, 연예인의 유명세로 홍보하기 위한 섭외라는 의혹과 비난은 당분간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syrano@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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