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현대극 페스티벌 극단 창파의 채승훈 예술감독 공동창작 한형민 연출의 당근 잔혹한 도시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연출을 한 한형민은 배우이자 연출이다. <세 자매> <네온 속으로>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레 하라> <달과 개> <한 여름 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해 호연을 보였다. 연극 <당근, 잔혹한 도시>는 새로운 표현의 퍼포먼스 형식을 따랐고, 잔혹극의 형식도 도입했다.

잔혹극의 창시자라 불리는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연출가다. 그는 일찍부터 시작(詩作)에 손을 대어, 평생 시인으로 있었으나, 파리로 가 뒤랭의 아트리에로 들어가 글림을 그린 것이 계기가 되어 계속 피토에프의 극단에 속했고, 1927년에는 극작가 로제비트라크와 '알프레드 자리 극장'을 창립하여, 양 대전 사이의 전위극, 특히 초현실주의 연극의 대표적 연출가가 되었다. 그는 당대에 영화에도 관심이 있어 잔 다르크의 수난과 같은 영화들에도 출연하여 연기를 하였으나, 곧 영화에 관심이 떨어져 그 이후로 영화에서보다는 연극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연의 평이 좋지 않아, 1932년에는 다시 '잔혹의 연극(Theater of Cruelty)'을 설립, <쌍시>를 공연했으나 이것도 실패로 끝났다. 그 후 발광하여 병원에 수용되었고, 전후에 퇴원을 하자 곧 사망하였다.

이처럼 연극인으로서의 아르토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인격과 혁명적인 연극관에 의하여 루이 바로나 장 빌라르 등 젊은 연극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1948년 정신요양소에서 여러 그림을 남기고 죽은 앙토냉 아르토의 인생은 반 고흐와 유사하며 현대 퍼포먼스와 실험연극에 남긴 그의 정신적 자취가 현재까지 이어져 평가받고 있다

연극에서의 아르토의 영향력은 수잔 손탁이 아르토 이전의 연극과 이후를 기점으로 해서 양분할 정도로 막대하다. 50년대 이오네스코 -베케트- 피터 브룩-그로토프스키의 실험극 계보는 비로소 아르토 이후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이 계보의 한 줄기가 퍼포먼스 미술의 흐름도 형성한다.

우선 아르토의 연극에는 줄거리가 없다. 행위는 무대 위, 객석, 오케스트라 박스 속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는데 "반 이론적이고 소박하고 솔직하며 그 전개의 의외성과 수단의 평이함에서 한층 더 의미가 깊다. 이들의 행위는 자유어(Words in Free-dom)를 주장하며 자기 집에서 가져온 각종 소음 악기-바다조개·톱·상자 등-를 동원하여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전철·엔진·기차 소리와 군중들의 아우성을 결합하는 소음 음악(Noise Mu-sic)과 기계의 스타카토적인 움직임에 의거한 기하학적 태도의 반복적이고 우스꽝스런 신체동작의 기계적 운동(Me-chanical Movement)을 만들어 낸다.

백남준이 1970년에 아르토의 영향을 받아 명동국립극장 무대에 그랜드 피아노를 가져다 놓고, 남녀출연자가 그 위에서 성행위를 하도록 한 후 피아노를 도끼로 깨뜨려 버린 퍼포먼스가 우리나라 잔혹극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예술에 대한 최초의 반미학적 움직임으로서 후대 퍼포먼스의 '반동성' '즉흥성' '동시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으며 "더 이상의 걸작은 없다"고 주장한 아르토의 맥락과도 일치한다. "우리는 '씌어진' 시와 '씌어진' 극본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아르토는 주장한다. 현재 무신론자들이 '종교적 교의'를 해체하려는 것과 같이 아르토는 희곡과 문학의 텍스트를 재현하는 전통 연극의 해체를 주장한다. 이러한 퍼포먼스의 형태는 '즉흥성'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연극의 일회성을 주장한 아르토의 '공감각적' 연극과 일치한다.

무대는 모래사장이다. 배경 가까이 탁자와 의자가 여러 개 놓이고, 장면전환에 따라 출연자들이 이동을 한다. 붉은 색 전구나 붉은 조명등이 이용되고, 극적 줄거리는 없다. 남성출연자들이 반바지와 소매 없는 러닝을 입고 출연하고, 여성출연자는 완전무장을 한 듯 검은 복장 차림으로 마치 농약을 살포하듯 분무기로 물을 뿜으며 등장해 모래밭과 출연자에게 물을 뿌린다. 남성출연자들은 훈련소에서 훈련과 함께 기합을 받듯 단체로 기합을 받고 모래위에서 뒹군다. 의자를 일렬로 배열해 나란히 앉아 간단한 대사를 읊조리기도 하지만 대사는 별로 의미가 없다. 막 대신 투명한 비닐 막을 무대 전면에 설정을 하고 극 전개에 따라 막을 제쳐놓는다. 도입에 출연자들이 붉은 회중전등을 켜고 무대를 헤매다가 일렬로 가로 나란히 서기도 하고, 중간에 당근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벌인다. 대단원은 분무를 하던 여성 출연자가 흩어진 탁자와 의자를 배경에 가지런히 옮겨 놓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박정호, 김한아, 김영훈, 한동준, 김두호, 신서호 등 출연자 들 전원이 무대를 종횡으로 누비고 모래 위를 뒹굴며 혼신의 열정으로 열연을 한다.

무대 박정호, 조명 박빛채환, 음향 김영훈, 의상 안수경, 소품 유수빈, 조명오퍼 손지은, 음향오퍼 김하영, 기획 김한아, 진행 나수아 등 스텝진이 열의가 반영되어 2017 제8회 현대극 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창파의 채승훈 예술감독, 공동창작, 한형민 연출의 <당근, 잔혹한 도시>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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