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윤영삼 친동생, 덕수고 윤영수 "형 호투에 눈물"

▲ 장충고 시절의 윤영삼. 당시 서울 지역 우완 투수 BEST 5안에 들 정도로 유망주였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지난 15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넥센의 한 청년 투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1군 무대에 올라 바로 당일 마운드에 올라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는 동안 0-7로 크게 리드를 당하고 있던 팀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드는 등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경험한 준 1군 무대에서 위축될 만했지만, 이 젊은 투수는 이 날 등판한 다섯 명의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실점을 하지 않았다. 1135일 만에 1군에 등장했던 투수 윤영삼(25)의 복귀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사실 야구팬들에게 '윤영삼'은 상당히 낮선 이름일 수밖에 없다. 데뷔 7년차라고는 하지만, 1군 무대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윤영삼도 크게 주목을 받던 때가 있었다. 장충고 시절, 당시 유영준 감독(현 NC 단장)과 함께 전국 고교야구 무대를 호령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지역 우완 투수 중 다섯 손가락에 손꼽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2011 시즌 전면 드래프트 최고의 블루 칩 중 하나로 떠오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근 3년 만에 오른 1군 마운드,
그를 지켜 본 동생 윤영수의 '애틋한 시선'

사실 2010년 고교야구 무대는 전년에 비해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던 해였다. 서울지역에서는 덕수고 김진영(한화)-한승혁(KIA) 듀오를 필두로 휘문고 임찬규(LG), 충암고 최현진(두산)을 비롯하여 장충고 윤영삼(넥센)이 주목을 받았고, 제물포고 이현호(두산), 동산고 박병우(전 한화)가 버티고 있던 인천 지역의 전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광주일고 유창식(전 한화-KIA)과 광주동성고 문우람(전 넥센)-이영기(한화) 듀오가 있었던 호남 지역도 전국이 주목하고 있었고, 이영재-송윤준(이상 LG)의 북일고, 이태양(전 넥센-NC)의 청주고, 심창민(삼성)-서진용(SK)-김우경(전 롯데) 트리오의 경남고 역시 수준급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2011 신인 전면 드래프트에서 윤영삼은 삼성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다른 유망주들의 지명 순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상당히 높은 순번을 받은 셈이었다. 또한, 당시 2010 세계 청소년 대회를 맞이하여 대표팀으로도 선발되면서 한껏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윤영삼의 별명은 '싸움닭'이었다. 마운드에서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주장을 맡으면서 모교를 황금사자기 결승에까지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감독이었던 유영준 NC 단장은 "물론 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주장을 맡기는 것이 무리일 수 있었다. 그러나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 본인의 의지가 대단하여 한 번 맡겨봤다. 결과는 보시는 대로다."라며, 그의 높은 승부 근성을 높이 사기도 했다.

▲ 황금사자기 경기 직후 동료 양창섭(사진 좌)과 아이싱을 하는 윤영수(사진 우). "이 정도 통증은 부상 축에도 못 낀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다만, 그의 재능과 투지에 비해 프로에서의 야구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삼성 지명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2차 드래프트를 통하여 옛 스승이 있는 NC로 적을 옮겼고, NC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도 또 다시 같은 방법으로 고향팀격인 넥센으로 이적해야 했기 때문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윤영삼만한 잠재력을 지닌 중견급 투수를 찾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계산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넥센 이적 이후 군 복무까지 해결하며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밤 갑작스럽게 1군에 오르자마자 4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인 배경에는 이렇듯 험난한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형의 모습을 마음 졸이며 지켜봤던 이가 있었다. 덕수고에서 4번 타자 겸 포수를 맡고 있는 윤영수(18)가 그 주인공이다. 친형과는 달리 타자로 고교 시절 맹활약을 펼친 윤영수는 형의 고교 시절을 모두 지켜보면서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 프로 입문 이후에도 형의 힘든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누구보다도 애틋한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윤영삼의 1군 콜업을 비롯하여 3년 여 만에 펼친 무실점 호투에 누구보다도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후 형과 같이 베터리를 이루거나, 상대팀으로 만나 투-타 맞대결을 펼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윤영수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팀의 주장을 맡고 있으며, 타구에 허리를 맞는 부상 속에서도 끝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는 등 형 못지않은 투지를 보여주고 있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과연 두 형제는 내년 시즌 어떠한 모습으로 야구 팬들 앞에 나타날까? 형제 선수의 활약은 어떠한 스토리를 지니건 간에 늘 애틋한 법이다.

eugenephil@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