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만난 문화 人] 개빈 스트라이더·마크 메이킨

▲ 개빈 스트라이더(왼쪽)와 마크 메이킨(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제주, 양미르 기자] "1960년대 처음 프로축구 경기가 TV로 중계될 때, 관객이 경기장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 중계가 사람들이 경기를 볼 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공연 중에도 사람들이 인터미션에 나와서 어떠한 코멘트를 한다거나, 재밌는 장면을 다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015-16시즌 우승한 경험이 있는 '레스터 시티' 지지자, 개빈 스트라이더는 다양한 예술 현안을 축구로 비유해 소개했다.

14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해비치호텔에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2017'이 열렸다. 다양한 예술계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아트마켓, 쇼케이스 참가자 가운데 영국에서 온 두 명의 예술가를 만났다. 개빈 스트라이더(Gavin Stride)와 마크 메이킨(Mark Makin)이 그 주인공이다.

 

개빈 스트라이더는 주로 영국 농촌 지역의 신규 공연을 감독과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패넘 몰팅의 감독이자, 전 세계 관객들에게 2년에 한 번씩 영국의 신규 공연들을 소개하는 카라반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2011년 200여 명의 프로그래머들과 영국 동남부 공연장의 네트워크인 하우스를 설립했다. 또한, 개빈은 왕립예술협회의 회원이자 영국예술위원회의 지역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과거 독립공연위원회와 크라잉 아웃 라우드의 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마크 메이킨은 지난 16년 동안 영국과 해외에서 다양한 규모의 공연, 댄스, 코미디 극단의 투어 예약 담당자이자, 프로듀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해왔고, 이 분야에서 영국내 선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마크는 하우스의 투어링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혁신적인 예술 프로젝트에 몰두 중이다. 영국 동남부의 동부 지역 공연들을 다양성, 퀄리티, 규모 면에서 업그레이드했으며, 지역의 현대공연 관객층을 넓히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들에게 12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2017'은 어떤 의미였을까? 영국에서 온 두 예술인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편,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2017'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회장 김혜경)가 제주특별자치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행사로, 공연 유통 활성화 및 지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 문예회관 운영 전문성 강화, 국내·외 관광활성화 촉진 등을 목적으로 한다. 전국의 문화예술 관계자와 종사자, 제주도민, 관광객 등 약 2만여 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축제로, 지난 200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2017'을 둘러본 전체적인 소감은?
ㄴ 개빈 스트라이더(이하 개빈) : 개인적으로 초청해주셔서 감사하고, 여기에 와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즐겁게 생각한다. 여기에 와서 여러분과 함께 나온 질문과 고민이 놀랍게도 영국에서도 하는 것이다. 닮은 점이 있어서 굉장히 놀라웠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크 메이킨(이하 마크) : 여기에 와서 한국 공연예술의 현실 상황에 대해 많은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개빈이 말했듯이, 한국의 고민과 과제가 영국에서 안고 있는 문제점과 굉장히 닮아 있어서 흥미로웠다. 여러분과 정보 공유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과 영국의 '아트마켓'을 지켜보면서 발견한 차이점이 있다면?
ㄴ 마크 : 한국에 있는 아트마켓이 굉장히 판매에 치중되어 있다고 느꼈다. 영국에서 아트마켓은 나의 창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에 파트너쉽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일즈 위주의 아트마켓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개빈 : 마크가 한 이야기에 동의한다. 한국의 아트마켓 모델은 모든 권한과 모든 권력을 바이어의 손에 넘겨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형태로는 공연장과 다양한 행사장에 있는 아티스트를 하나의 도구로 바라보고 사용할 수 있다. 좀 더 동등한 입장을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솔직히 아트마켓을 둘러보면서 매우 많은 무료 선물을 받았다. 그걸 다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국제초청 인사들에게는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적합한 선물과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겠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인색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나에게 전달한 프린트물을 다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영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또 한 가지로 한국 아트마켓에는 음악과 뮤지컬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 영국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현상이다.

▲ 12일과 13일 '아트마켓' 행사가 열렸다.

영국도 한국처럼 상업공연과 순수예술공연이 양분되어 공연되고 있는데, 영국 현지에서 순수예술공연은 어떤 상징이 있나? 
ㄴ 개빈 : 상업, 순수 예술과의 관계는 사실 눈에 보일 수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이다. 상업 예술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이뤄지고, 순수 예술은 좀 더 사유적인 목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두 가지 공연 분야 사이에서 공통점이 존재한다. 새로운 관객층, 새로운 예술 작품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다수의 유명 배우가 나오거나, 성공하는 공연 경우에는 공공보조금을 받는 순수예술공연 분야에서 시작했다. 점차 순수예술공연 분야가 상업예술공연 분야의 R&D(연구·개발)를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마틸다', '워 호스' 같은 경우가 영국 국립극장 스튜디오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마크 : 영국의 다양한 중소 극장 경우에서도 공공보조금을 딱히 받지 않아도, 그들의 공연, 제작하는 행사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관객을 끌어모으고, 그들에게 티켓을 팔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상업적인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순수 예술, 상업 공연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 개빈 스트라이더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NT 라이브 '햄릿' 공연 등이 극장에서 상영된 바 있다. 
ㄴ 개빈 : 사실 이러한 NT 라이브처럼 공연의 상영 형태가 관객을 공연장에서 멀어지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정반대의 효과를 줬다.

마크 : 이러한 방식의 NT 라이브를 통해 유통 방안도 확장되고 있다. 영국의 우수한 작품을 전 세계의 많은 관객과 나누고, 이런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던 사람들에게도 작품과 함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빈 : 이런 현상은 축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1960년대 처음 축구 경기가 TV로 중계될 때, 관객이 경기장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 중계가 사람들이 경기를 볼 때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공연 중에도 사람들이 인터미션에 나와서 어떠한 코멘트를 한다거나, 재밌는 장면을 다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웃음)

관객이 무대에서 행해지는 공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그런 장치들을 모두 다 이용한 것 같다. 그래서 축구 경기가 중계될 때도,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이 피치 위에 올라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공개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연극 극장에서도 똑같이 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중계하는 것이 전체적인 행사를 풍요롭게 만들 것 같다.

▲ 마크 메이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부 국내 공연 단체들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리고 단순히 '넌버벌 퍼포먼스'만이 현지에서 살아남을 방법이라 보는가?
ㄴ 마크 : 에든버러를 꿈의 축제, 꿈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에든버러에 가는 비용, 그곳에서 찾을 수 있는 잠재적 관객층, 미래의 어떤 기회를 이어갈 수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질, 콘텐츠다. 그래서 '넌버벌'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작품에 맞는 관객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개빈 : 에든버러에 가기 전 관객으로 한 번 참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든버러가 굉장히 독특하고 세상 그 어떤 페스티벌보다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 번 관객으로 둘러본 후에 참여해야 많은 실수를 피할 것 같다. '넌버벌 퍼포먼스'처럼 언어가 없는 공연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지를 묻는다면, 댄스나 서커스처럼 굉장히 긴 투어 공연의 역사가 있듯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러 입장에서는 나는 각 작품이 가진 언어나 서사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국제 투어를 위해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그래서 상상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언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농촌 지역의 신규 공연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문화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시설과 공연이 집중되어 있다. 영국도 런던과 지방 사이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격차가 큰지 궁금하다. 또한,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언을 한다면?
ㄴ 개빈 :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금을 좀 더 많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나라 전체의 '부'라는 것은 전국적으로 차출됐기 때문에, 지원금도 수도권이 아닌 각각의 지역으로 좀 더 공평하게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자원이나 지원금 없이는 사실 많은 것을 이루기가 불가능하다. 영국에서는 런던에서 공연된 작품을 다른 지방으로 선보이는 제도가 실행되고 있다. 그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볼 수 있다.

굉장히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디에서 활동하고 있든 간에 각각의 아티스트가 그들이 처한 상황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목적을 위해 계속해서,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우리가 왜 지원금을 좀 더 지역으로 나눠야 하는지를 토론하고 싸워나가야 할 것 같다.

나는 런던에 갈 때 가끔 외국인이 된 느낌인데, 각 지역 공동체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는 사람보다 나는 한국의 소규모 소도시에 사는 사람과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굉장히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우리한테는 세계 방방곡곡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결할 수 있는 많은 자원과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한국의 시골 어딘가에 사는 아티스트가 보내주신 이메일을 받는다면, 나는 굉장히 기쁘게 소통하고 도와주려 노력할 것이다. 처음엔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이 무모하고, 멍청한 행동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 (웃음)

 

마크 : 나는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영국의 동남부지역에서 투어를 하지만, 전국적으로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대다수 작품은 런던 시내에서 공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지역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의 수준이나 비평적 마인드, 태도가 런던 시내에 있는 분들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던 다수 예술가 공동 컴퍼니가 런던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런던 밖에서 좀 더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고,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빈 : 그래서 축구를 또 예로 들어보겠다. 만약, 모든 축구 경기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하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다. 각 지역의 사람이 그 지역의 팀을 응원하고, 그 지역의 특색을 살려 나갈 수 있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ㄴ 개빈 : 오늘과 같은 토론의 장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좋고, 많은 일을 하고 계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마크 : 그리고 앉아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시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빈 : 자칫하면 집에 가서 "그래, 우리가 다 해결했어"라고 말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r@mhns.co.kr 사진·영상=ⓒ 문화뉴스 MHN 임우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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