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 기자회견

▲ 영화 '옥자' 스틸컷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生] '옥자' 봉준호 "한 때 채식주의자" X 스티븐 연 "헐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란"…② 에서 이어집니다.

과거에 아름다운 영상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해서 '알렉사 65'라는 좋은 장비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어떤 특징을 부각시키고 싶었는지?
└ 봉준호 : 알렉사 카메라를 같이 작업한 다리우스 콘지의 추천으로 사용했다. 알렉사 65라는 디지털 70mm 카메라로 자연광을 찍었을 때, 스크린이라는 창을 통해 그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미자'가 강원도 산골에서 맨해튼까지 가는데, 그 공간을 대신 체험해주는 느낌을 전해준다.

이 카메라의 위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극장 이야기를 하게 된다. (웃음) 부산 영화의 전당이나 파주 명필름센터, KU시네마테크 4K 상영관으로 보면 색다르고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돼지의 특성을 많이 살리려고 한 것 같은데, '옥자'의 젖은 하나고 코끼리 울음소리와 흡사하다. '옥자' 디자인의 중점을 둔 부분과 상징성은?
└ 봉준호 : '옥자'의 젖꼭지는 하나이기에, 사실 생산성 떨어진다. 생산성이나 상품성이 높은 건 오히려 극 중 공장에 있는 슈퍼돼지들이며, '옥자'는 홍보용에 가깝다. 가장 자연 속에서 잘 자란 것에 '죠니'가 놀래고 그를 경연대회에 세웠던 것이지, 생산성은 떨어지는 품종이다. 젖꼭지 숫자가 적다는 건 새끼를 많이 낳지 못한다는 의미며, 도살장에 있는 수많은 돼지들은 젖꼭지가 훨씬 더 많다.

'옥자'의 베이스는 돼지지만, 외관상으론 하마, 코끼리, 그리고 매너티의 유전자가 뒤섞인 것이다. '괴물' 때 디자인했던 장희철 씨와 고민해서 만들었다. 그런데도 '슈퍼돼지'라고 불리는 건 우리가 음식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돼지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돼지가 사실 섬세하고 똑똑하고 깨끗한 동물인데, 우리는 먹는 것만 생각한다. 돼지 입장에선 억울할 것이다. 돼지만의 아름다움과 자존심이 있을 텐데 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돼지만큼 동물이 가진 두 가지 측면, 그 자체 아름다움을 가지면서 동시에 식품으로 처리되는 이중적인 슬픈 운명을 보여주는 데 돼지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 ▲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욕 시퀀스 등에서는 미국인의 시각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틸다 스윈튼에게 도움 받았다는게 그런 부분이 아닐까하고 예상되는데, 어떤 부분들을 틸다 스윈튼으로부터 도움 받았는지?
└ 봉준호 : 뉴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창작에서 많이 도움을 주었다. '설국열차'에서 요크셔 악센트 등은 아무리 내가 비전이 있어도 표현하기 힘들다. 그 부분에 있어서 작가 못지않게 틸다가 창의적으로 도와주고 언어의 마술사다.

어떻게 마술을 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틸다의 말에 사람들이 웃는 걸 보면 느껴졌다. 그래서 작가와 틸다를 만나게 해줬고,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대사가 들어가고, 그 외 '루시'가 전화하는 장면도 틸다가 애드리브를 한 부분이며, 그 외 본인이 직접 쓴 부분도 반영되었다. 흔히 말하는 통역을 넘어선 부분으로 틸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틸다 스윈튼 : 여기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면, 나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라 미국 또한 나에게도 외국이다. (웃음) 봉준호 감독보다 나한테 미국이 더 이국적이다. 그보다 내가 미국을 왕복하는 게 더 힘들다.

▲ 다니엘 헨셜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와 감독님에게 공통적으로 질문하겠다. 각자에게 '옥자'의 의미, 그리고 영화가 전달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무엇인지 답해달라.
└ 다니엘 헨셜 : '옥자'는 나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인류에 대한 희망이며, 희망을 위해 투쟁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어둡지만, 이런 영화를 보며 하나의 희망을 품는다. 관객들도 희망을 품고 사람들이 어둠보다 빛을 선택하길 바란다.

변희봉 : 나는 봉준호 감독과 4개의 작품을 해왔다. 함께 하면서 느끼는 건, 작품마다 항상 메시지가 있고, 어떤 작품에도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다. 군데군데 주는 메시지의 매력은 정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에 대해 덧붙이자면, 이번에 칸에서 그의 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다. 오랜 연기 생활을 해왔지만, 기립박수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 큰 극장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5분 넘게 기립박수를 했다.

그렇기에 '옥자'를 보면 봉준호 감독의 외모에 정다운 미소나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는 항상 일하면서 배우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게 한다. '옥자'는 봉준호다.

▲ 안서현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서현 : 나는 대본을 봤을 때보다 편집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각 감독님이 어떤 의미를 담는지 깨닫는다. '옥자'라는 영화는 식량난 때문에 자본주의에 의해 '옥자'도 만들어지고 끌려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구에도 곧 닥칠 것이고 우리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틸다 스윈튼 :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기보단 암시나 태도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미자'와 '옥자'가 중심이며, 그들의 성장영화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을 통해 말하는 건,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가족, 신뢰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거짓말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옥자'와 '미자' 빼고 다 거짓말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한다.

'옥자'와 '미자'는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견뎌내고 극복하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가 주는 암시다. 이 세상 속에서 자아를 지키며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윤리성과 자아정체성을 담고 있다. 나 또한 '옥자'는 봉준호라고 말하고 싶다. (웃음)

스티븐 연 : '옥자'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선 기업, 식량문제, 다른 생명체 관계 등 많은 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여성에게 힘이 가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주인공이 힘을 가지고 험난한 곳을 헤치고 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 장미 덤불도 꽃을 피울 때 다양하게 핀다. 이 영화 또한 다양하게 꽃피우고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옥자'를 통해 메시지를 얻어가기보단, 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경이로움과 매혹의 영화다.

사랑에 대한 출발, 자신을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그다음에 '미자'처럼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용기, 헌신, 신뢰에 대한 영화인 게, '미자'는 본능을 믿고 자신을 나아가 세상을 상대로 싸우면서 자신의 친구 '옥자'를 구해낸다.

비전이 있는 영화들은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도록,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지 결정해준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며, 인류나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봉준호 : 우리 시대가 주는 피로가 있다.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다 같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파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미자'와 '옥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변희봉, 틸다 스윈튼, 안서현,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다니엘 헨셜,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한편,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이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가 글로벌 기업 '미란도'에게 끌려가 무작정 구하러 가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오는 29일에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syrano@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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