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 기자회견

▲ '옥자' 기자회견에는 다니엘 헨셜, 변희봉, 안서현,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참석했다(왼쪽부터).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지난 5월 15일 기자회견 이후, 칸 국제영화제 경쟁작 후보 부문에 초청받았고, 칸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해외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지난 12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옥자' 국내 언론시사회 또한 가지게 되었다. '옥자'를 접한 국내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그만큼 '옥자'를 향한 기대치와 관심도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또한, '옥자'를 위해 봉준호와 함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배우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옥자'에 출연한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12일에 한국을 방문했다. 다음날인 13일 저녁,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봉준호 감독과 안서현, 변희봉과 함께 레드카펫 및 쇼케이스 행사를 했다.

모두의 관심 속에 '옥자' 기자회견 장소인 서울 포시즌스호텔 대연회장은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자리를 채웠다. 방송인 박경림의 진행에 맞춰 다니엘 헨셜, 변희봉, 안서현,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차례대로 등장하면서 '옥자'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 틸다 스윈튼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질의응답에 앞서, 틸다 스윈튼은 한국 방문에 대해 "고향에 온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름다운 '옥자'를 한국 고향에 데려왔다고 생각하며, 우리 또한 한국 영화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헐리우드 배우로 잘 알려진 스티븐 연은 "내가 태어난 국가에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 찾게 되어 영광이고, 자부심을 느낀다. 내 영화 인생에서 가장 훌륭하고 꿈이 실행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와 다니엘 헨셜은 "'옥자'라는 영화를 가지고 한국에 오게 되어 영광이다,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 생각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영화를 경험하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한국이라는 문화에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변희봉은 "사람이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 칸에 참석해 별들의 잔치를 보고,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다"며 칸 영화제 참석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칸에서 '70도 기울어진 고목에서 꽃이 핀 기분'이라고 말했었다. 그 고목에서 큰 움이 솟아나 70도 기운 고목이 한 60도 올라간 것 같다"며 칸 영화제가 자극제가 되었음을 알리기도 했다.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일단, 수많은 배우가 쉽게 갈 수 없는 자리에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 세계적인 감독님과 같이 손잡고 그 길을 걸었다는 게 영광스럽고 행복하다. 앞으로 연기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전달했다.

봉준호 감독은 "한 달 전과 달리 영화를 관람한 뒤 열리는 기자회견이라 기쁘고, 영화에 대한 많은 반응과 후기를 읽었다. 또한, 여러 시사회와 인터뷰, 그리고 뒤풀이를 가지면서 한국과 미국 스태프들과 재회해서 기뻤다. 그들과 만나면서 촬영했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각자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이 끝나자, 취재진은 '옥자'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앞다투어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첫 번째 질문은,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옥자' 영화관 상영 문제였다.

▲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옥자'가 칸에 초청받았지만, 프랑스에서 후보 선정에 대한 갈등을 빚은 바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상영관 문제로 또 한 번 갈등을 겪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 서운하지 않은지?
└ 봉준호 : 의도치 않게, 내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니고 있다. (웃음) 논란을 일으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규칙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영화가 외적으로 많이 기여하고 있는 걸 보면 영화가 타고난 복이 아닌가 싶다.

칸에 초청되기 이전에 프랑스 내부에서 법적으로 미리 정리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초청한 뒤에 자기들끼리 논란을 만들어 사람을 민망하게 했다. (웃음) 미리 정리해놓고 불렀어야지, 우리가 프랑스 국내법까지 공부하면서 찍을 수 없잖은가. 국제 영화제인데 프랑스 국내법을 적용해서 하려는 것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대신 우리가 이슈메이커가 되어 칸 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데 공헌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논란은 좀 다르다. 먼저 멀티플렉스 입장에선 최소 3주간 홀드백을 원하고 있으니 극장업 하시는 분들 주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반면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스크린과 넷플릭스 동시 개봉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이 또한 이해한다. 왜냐하면 '옥자'라는 영화가 넷플릭스 가입자분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에 상영되는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 기다리라고 우선권을 뺐을 수 없지 않은가. (웃음)

▲ 옥자 '스틸컷'

왜 이런 논란이 생겼나 보면 아마 나의 영화적 욕심 아닐까 싶다. 보통 다른 넷플릭스 영화들이 영화관에 개봉하려고 강행한 적은 없었는데, '옥자'가 특이한 케이스다. 원인제공은 내가 했고, 내가 촬영했을 때에도 극장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한국과 미국, 영국에 되도록 많은 극장에서 상영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이나 법적인 제도가 없다.

칸도 그랬듯이, 규칙이 만들어지기 전에 영화가 먼저 등장했고, 이번 '옥자'를 통해 국내에서도 새로운 규칙이 생길 것이다. '옥자'가 신호탄이 되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논란은 나로 인해 벌어져 많은 이들이 휘말리는 것 같아 죄송하게 생각한다. 다행히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일부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것을 들었다. 한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정겨운 극장들을 찾을 수 있다.

▲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극 중에서 당신은 라스푸틴 같은 역할로 보이는데, 당신이 맡은 '프랭크 도슨'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 나는 이런 인물을 사랑한다. 주위 사람을 관찰하고, 또한 기업의 증인 역할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한다. '옥자'에는 훌륭한 메시지와 자본주의의 탐욕, 그리고 현실에 대한 개개인 책임도 담고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러브스토리다.

하지만 단순한 러브스토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조건도 다루고 있다. '프랭크'가 충성하는 기업도 사람으로 구성되어있다. '옥자'는 사람의 관계, 서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현 체제에 우리 또한 책임이 있는데, 우리가 일부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시 '프랑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자본주의에 만족한 상태에서 체제를 유지함과 동시에 누가 '미란도' 기업의 수장에 될 것인지 뒤에서 조종한다. 봉준호 감독 덕분에 '프랭크' 연기를 하면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 브로맨스 같은 게 느껴지던데 거기에 대해서 설명 부탁한다.
└ 다니엘 헨셜 : 브로맨스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있다. '블론드'와 '실버'는 어떻게 보면 우정을 넘어서는 풍부한 관계다.

[문화 生] '옥자' 봉준호 "한 때 채식주의자" X 스티븐 연 "헐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배우란"…②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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