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3일 오후 홀로그램 라이브 퍼포먼스 '킥스: 시즌2(이하 킥스)'를 주최한 대한태권도협회의 이춘우 국가대표 시범단 단장과 만났다.

'킥스'는 홀로그램과 태권도 퍼포먼스가 결합된 형태의 공연이다. 태권도인들의 정기를 빼앗는 O.D.나우캇에 대항하는 킥켄, 토네이도, 유나의 모험과 싸움을 그렸다.

'킥스'의 태권도 감독을 맡은 그는 막연하게 거짓된 포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로 '킥스'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 세계 120여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시범공연을 펼쳐온 그는 넓은 세상을 본 사람들에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신감이 있었다.

이 단장은 자신에겐 '킥스'가 60점 정도라고 밝혔다. 대한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시범단이 펼치는 공연이기 때문이 아니라 '킥스' 자체로 관객에게 더 흥미와 재미를 줘야 한다며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말했다.

"관객이 내 시간, 돈 투자해서 보러 오는 건데 확실하게 뇌리에 꽂히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영화에선 어떤 명장면, 명대사가 관객을 부르고 불러 몇백만 명이 보러 가잖아요. '킥스' 외에도 태권도 공연들이 아직은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넌버벌 퍼포먼스인 만큼 더 그런 면을 보여줘야겠죠."

한편으론 자신감도 있었다.

"처음에는 태권도 공연을 보러 온다는 데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니 3개월 공연을 하면 대부분 입소문이 도는 후반기에 가면 표를 구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오더군요.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장은 국기원 시범단 단원 생활부터 시작해 주장, 부단장, 단장 자리를 거쳐 2008년 지금의 대한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시범단 단장으로 옮기면서 30년 정도 시범단 생활을 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국가대표시범단은 2006년부터 계속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데 힘을 썼다. 무주 태권도원을 소재로 한 '신화 에피소드 2013', 태권도, 무용, 비보잉 등 한국적인 퍼포먼스가 콜라보된 '탈' 등을 계속 공연해왔다. 그런 만큼 '공연'으로서의 태권도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은 원래 시범공연단이란 말을 썼습니다. 일반적인 시범단이 태권도 기술을 선보이는데 중점을 뒀다면 우리는 좀 더 관객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시범'이 아니라 '공연'이 되면 '나도 해보고 싶다'고 느끼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다들 시범공연단이란 말을 쓰더군요"

그런만큼 태권도 감독으로 참여한 이번 '킥스' 역시 2016년 초연 때에 비해 태권도 공연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히 뚜렷해졌다며 만족스러운 점도 표했다.

"초연 때는 연기가 많았어요. 전문 배우들도 아닌 태권도 선수들이 연기를 얼마나 잘하겠습니까(웃음). 관객들이 보고 '이게 태권도 공연이다' 싶게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킥스' 초연 때와 달리 국가대표 시범단원들이 직접 출연한다. 이들은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박광호 선수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태권도인들이다. 매년 열리는 시범단 선발 경쟁률은 해마다 20:1 정도에 달한다고.

이들은 해외 공연까지 다니며 태권도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시범단이 어떻게 질서 있게 운영되는지 묻자 "프라이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원들에겐 기합 한 번 안 줍니다. 알아서들 잘하게 돼 있어요. 시범이란 게 단순히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평상시 행동 하나 하나가 '태권도 국가대표'로서의 시범이란 걸 강조합니다."

 

그러나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은 국립 예술단체와 달리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지원을 받거나 고용된 직원들이 아니라 별도의 보수가 없다.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의 유일한 국가대표 시범단으로서 다소 의외의 이야기였다.

"누가 보면 엄청 부자인 줄 아는데 오해입니다(웃음). 그래도 돈을 떠나서 저는 시범 공연을 다니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어요. 태권도에게 일종의 혜택을 받은 셈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한 태권도를 위해 계속 봉사하려고 합니다. 덕분에 가정 봉사는 빵점이지만요(웃음)."

그렇기에 바라는 것 역시 태권도에 매진하는 후배들과 '태권도' 자체에 관한 바람이었다. 공연을 할 때만 나오는 지원금이나 출연료 외에도 더 많은 지원과 복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범단 생활을 30년 동안 했습니다. 이젠 옛날과 달리 식대랑 교통비 정도는 나오죠. 하지만 아직 지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태권도를 하는 것'이 직업으로 인정 받으면 연구나 시범에도 더 활력이 돼 선순환이 일어날 텐데 말이죠. 늘 힘들고 다쳐가며 고생하는 우리 단원들이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공연을 왜 계속하게 되는지 묻자 "보람이 있다"며 운을 뗐다.

"교민들이 저희 태권도 공연을 보면 감동해서 우시는 모습을 보여요. 이국에서 고생하시는데 한국 젊은이들의 공연을 보고 현지인들이 박수치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시곤 합니다. 이런 게 중요합니다. 관객에게 태권도의 멋을 알리는 것이죠. 송판을 잘 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시범단의 모습을 통해 태권도를 멋있고 해보고 싶은 걸로 만들고, 사람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데서 보람을 찾습니다."

태권도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이 단장은 마지막 인사 역시 태권도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태권도를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호신도 되고, 건강에도 좋고, 정신적인 단련도 될만큼 많은 도움이 되는 운동이니까 국민들이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킥스' 공연도 직접 와서 보시고 평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한태권도협회 국가대표 시범단이 공연하는 홀로그램 라이브 퍼포먼스 '킥스: 시즌2'는 8월 26일까지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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