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웃어의 김한길 작 김진욱 각색 연출의 사건발생 1980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김한길(1972~)은 서울예대 출신의 배우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로 혜화동1번지 4기 동인이자 극단 청국장의 대표다. 연극 <춘천거기> <사랑의 피아노>, <길 위에서>, <장군슈퍼> ,<코뭔>, <임대아파트>, <사건발생 일구팔공>, 국립극단<우리읍내>, <귀로>, 뮤지컬 <슬픔, 혹은>, <총각네 야채가게>, <유쾌한 하녀 마리사> 악극 <모란이 꽃피는 시장>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2003 아시테지 선정작 <사랑의피아노>, 2006 올해의 예술상 수상 <춘천거기>, 2006 PAF 극작상 <장군슈퍼, 춘천거기, 슬픔 혹은> 등을 수상한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김진욱은 2006 예술상 수상작 연극 <춘천거기>에서 응덕 역 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학로에 데뷔한 이후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슬픔 혹은> 등 다수의 대학로 작품과 영화 <아부의 왕>에서 감초의 역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배우로 활동하던 그가 2013년 연극 <아가>라는 공연으로 혜화동 일번지에서 작/연출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1일간 진행된 공연은 연일 매진되며 많은 관심과 극찬을 받으며 그의 연출력을 증명했다. 10년전 극단 청국장에서 <사건발생1980>을 공연했을 당시 주인공 춘구 역을 김진욱이 했다. 김진욱 연출가는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로 기량을 발휘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배우이자 작가 겸 연출가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로가 있고 집의 문과 내실로 통한다. 상수 쪽 벽에는 객석 가까이에 문 같은 공간이 있어 등퇴장로 구실을 한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탁자가 있고, 서랍 속에 전화기가 들어있다. 정면 벽에는 각종 도안과 꽃이 들어간 그림이 장식처럼 붙어있고, 한가운데에 다리를 접고 펴는 원형의 양철 밥상이 세워져 있다. 상수 쪽 벽에는 낮고 기다란 장이 놓였다.

 

연극은 도입에 예쁜 색깔의 한복을 입은 미모의 젊은 처자가 등장해 가락에 맞춰 시를 읊듯 노래를 하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여인이 퇴장을 하면, 정신장애자이기는 하지만 어여쁜 얼굴모습의 이 집의 딸과 눈을 허옇게 뒤집는 게 습관인 것처럼 보이고, 마치 언청이가 말하는 것 같은 덤벙거리는 말투의 이 집 아들, 그리고 한쪽 다리를 절지만 똑똑해 보이는 예쁜 딸, 그리고 장사를 하는 노년의 어머니가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아들의 회상장면에 등장하는 역시 예쁜 모습의 여고생이 등장하고, 다리를 저는 딸의 신랑감으로 훤칠하고 준수해 뵈는 미남 청년이 등장한다.

나이 든 어머니가 힘을 다해 집안 살림을 꾸려가지만, 아들은 변변히 하는 일이 없이 소주를 마시며 소일을 하고, 정신장애자 딸 역시 30대로 설정이 되었지만 어린이 같은 놀이로 세월을 보낸다. 발을 절룩이는 딸은 회사에를 다니고, 결혼할 상대를 집으로 데려와 가족에게 소개를 한다. 딸의 상대 남은 인물 뿐 아니라 인격까지 원만해 보인다. 그런데 그 상대가 이 집 아들과 초등학교는 물론 고교동창으로 밝혀진다. 동창끼리 만났으니 함께 소주를 마시게 되면서 과거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이 집 아들의 회상장면에 등장하는 죽은 여고생이 바로 동창의 누이인 것이 밝혀진다. 결혼이 임박해 이 집 정신장애 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길가에 현수막을 걸어 교통사고를 본 사람을 찾지만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듯 연락이 없다.

장면이 바뀌면 발을 저는 딸이 임신을 해 집으로 남편과 함께 온다. 발을 저는 딸은 어머니가 낳은 딸이 아닌 전실 자식인 것으로 알려지고, 도입에 등장한 아리따운 한복차람의 처녀는 노모의 어머니인 것으로 밝혀진다. 언니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인해 모녀는 비로소 친부모와 자식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의지하게 된다. 모녀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매부와 처남은 여러 병의 소주를 마시게 되고, 매부는 처남에게 고백을 한다. 바로 그 정신장애 딸을 자신이 잘못 차로 치어 사망토록 한 일을… 그러자 처남도 매부의 고교생 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의 책임이 있음을 고백한다. 처남과 매부는 이 일로 원수지간처럼 되어 싸움을 하는데 실제와 방불한 싸움이 연출된다. 노모가 등장을 하고서야 두 사람의 싸움은 중지가 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연극 도입에 등장한 아리따운 한복 입은 처녀가 등장을 하고, 치매를 앓던 노모는 세상을 떠난 듯싶고, 둘이 남은 처남과 매부는 칼까지 꺼내들고 결판을 내는 듯 사생결단을 하려 들지만, 결국 양심에 가책을 받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를 끌어안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은 정신질환을 앓는 누이가 소리를 하며 무대 뒤를 한 바퀴 돌아 등장한 다음 퇴장을 하면 연극은 갈채 속에 마무리가 된다.

 

정애화, 안혜경, 임소형, 허동원, 김동민, 정선희, 곽민호, 조유진, 박지선, 이의령, 김낙원, 김보희, 최보윤, 이지예, 박세현, 김시우 등 출연자들이 2인 1역 또는 3인 1역으로 매회 공연 시 교대로 출연을 해, 열연과 독특한 성격창출로 무거운 주제를 폭소로 이끌어 가는가 하면 감흥과 감동을 선사한다.

조연출 이승주 정희진, 포토 김덕영, 디자인 민원경, 미술 신미리, 조명 임효섭, 스텝 우민제 장광호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웃어의 김한길 작, 김진욱 각색 연출의 <사건발생1980>을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력, 그리고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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