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험한 건, 당신이야. 미셸"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30분간 기립박수를 받는가 하면 전 세계 영화제 73개 부문 노미네이트, 60개 부문 수상 및 유수 언론과 평단으로 2016 올해의 영화 TOP 10에 꼽힌 영화 '엘르'(감독 폴 버호벤)가 15일 국내 개봉한다.

영화 '엘르'는 잘 나가는 게임회사 '크로노스'의 CEO이자 언제나 당당하고 매력적인 여인 '미셸'(이자벨 위페르)의 집에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이 침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키 마스크를 쓴 괴한은 그녀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유유히 사라진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폭행을 당한 미셸이 아무렇지 않게 깨진 접시를 치우고, 자신의 옷을 버린 뒤 거품 가득한 욕조에서 피를 흘리며 목욕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경찰서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병원에 가서 성병 검사를 하고 친구들과 모임에서 태연하게 성폭행당한 사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셸의 행동 뒤에는 '이혼녀'라는 낙인보다 더 심한 '39년 전 이유없이 이웃 주민들 27명과 개 6마리, 고양이 3마리를 살해한 연쇄 살인마의 딸'이라는 어두운 과거의 상처가 있다. 아버지의 가석방 신청으로 옛 살인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악몽 같은 그녀의 과거는 다시 그녀를 괴롭힌다. 

 
 

영화의 제목인 '엘르(Elle)'는 프랑스어로 여성 인칭대명사이다. 한 여자의 비틀린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을까? 미셸은 괴로운 과거가 있음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고 냉소적이면서 독립적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관대하고 친절하며 의존적인 복잡미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과, 집에서는 이웃 주민들과 잘 지내는 그녀는 이혼한 전 남편 '리처드 르블랑'(샤를스 베르링)의 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이받는가 하면 연하남을 돈으로 사서 결혼하겠다는 엄마 '이렌 르블랑'(주디스 마그르)에게는 막말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과거뿐 아니라 현재로 순탄치 않다. 아들 '빈센트'는 흑인 친구의 아이를 밴 여자친구와 기어코 살림을 차리겠다며 고집 피우고, 회사 직원들은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대들고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성적 영상까지 유포시킨다. 그녀는 뒤틀린 마음을 비정상적인 성적 일탈에서 출구를 찾는다. 바로 절친 '안나'(앤 콘시니)의 남편인 '로버트'(크리스찬 버켈)과의 불륜과 이웃집 유부남 '패트릭'(로랑 라피트)를 향한 유혹이다.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있다. 그 상처는 깊이도, 기간도, 정도도 다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성격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삶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나 다사다난한 삶 속에서 사는 미셸의 모습과 그녀의 억눌러온 분노의 방출은 다양하게 표출되고 한 여성의 복잡한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가족적, 직업적, 사회적으로 다중이처럼 살아가야 하는 세상 속에서 신선하지만 낯설기도한 스릴러의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영화 '엘르'는 주인공 '미셸'의 인생을 훌륭하게 그려낸다. 상영시간 130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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