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주최 몽씨어터 제작 이양구 작 이동선 각색 연출의 작전명 C가 왔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이양구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영월인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충북 제천에서 살았다. 남한강가에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런데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곧 수몰 예정지역이 되었다. 동네의 나무들이 다 잘리고 집들은 모두 폭파되었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이사를 갔는데, 이사를 못간 이양구의 집은 수몰 예정지역 위에 가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았다. 그 물가에서 물속에 잠긴 옛 마을을 보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마을이 천천히 파괴되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 그 동네가 낚시터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양구 작가한테는 그 물이 그냥 물이 아니었다. 눈물의 호수였다.

대학에서의 전공은 법학이었다. 몸이 좀 좋지 않아서 3년간 장기휴학을 하다가 4학년 때 자퇴를 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스물여덟에 중앙대 연극학과에 연출전공 입학했다. 서른넷에 졸업과 동시에 신춘문예 공연 <별방>에 당선되면서 '봄작가 겨울무대'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2009년에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집중 지원 사업 에 선정되어 <핼리혜성>을 준비하게 됐다. 당시에 연우무대를 만난 게 큰 힘이 되었고, 연우무대의 제작지원을 받아 <핼리혜성>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 그동안 주로 특정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가족의 틀을 벗어난 인간관계를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연극 무대화하려고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책, 갈피>(작/연출)의 대전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었다. <유년의 뜰> <비잔틴 레스토랑> <아름다운 동행> <그날은 오다> <일곱집매> <노란봉투> <안산순례길>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아름다운 동행>으로 제34회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하고 <일곱집매>로 제 34회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이 기대되는 작가다.

연출가 이동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출신으로 몽씨어터 대표다. 연극 <데모크라시>로 제1회 서울 연극인 대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금강> <숲 속으로> <쓰릴 미> <변신> <엘리모시너리> <데모크라시> <바보들의 행진> <싸이코패스는 고양이을 죽인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작전명: C가 왔다>는 지난 2011년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일명 '노조파괴 시나리오' 사건이다. 악덕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주제로 극적 구성을 했다. 노조 파괴 컨설팅을 대가로 회사들로부터 수십억 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아 챙긴 창조컨설팅과, 이에 공모한 자들의 이야기가 연극의 내용이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파괴하기 위해 협력업체인 유성기업,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속노조 조합원을 회유해 기업노조로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구체적 목표치까지 제시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1년부터 유성기업에서 진행된 노조 파괴의 주인공은 유성기업·창조컨설팅이 아니라 현대차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유성기업은 기업노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까지 금속노조를 파괴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구체적으로 기업노조 조직화에 개입했다는 점이 압수된 e메일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증거를 확보하고도 2013년 말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혐의 대부분을 사실 확인 불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노동부는 "기소의견 송치 지휘를 건의했으나, 검찰 지휘에 의거해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불기소 처분 뒤 대전 고검에 항고하면서 "사용자의 노조 파괴 범죄에 면죄부를 쥐어준 전형적인 기업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검찰은 오늘 공개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지만 유성기업 사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현대차에 대해선 추가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직무를 유기한 검찰 역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극은 노조파괴 공모자인 '창조컨설팅'과 '회사', '용역회사', 그리고 '제2노조(복수노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파업유도-직장폐쇄 및 용역투입-제2노조(복수노조) 설립-민주노조 무력화 및 제2노조 굳히기'의 전 과정과 이를 실행하는 공모자들의 모습을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희극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80년대 노조파괴 기술자인 '제임스 리'와 '창조컨설팅'의 만남은 '노조파괴'가 치밀하게 계획되었음을 보여주고,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 안에서 벌어진 노조파괴 사건을 넘어, 자본이 주도하는 노조파괴 전략의 과거와 현재를 재현한다.

 

특히 구선화, 이승훈, 최영도, 성열석, 양윤혁 등 출연자 전원의 열연과 호연은 관객을 폭소로 이끌고 또한 공연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며, 커튼콜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조연출 박세연, 무대 박상봉, 조명 김성구, 의상 우영주, 음악 엄태훈, 영상 김수림, 그래픽 황가림, 포토 최성운, 홍보영상 조민찬, 오퍼 권윤애, 기획 임성덕 김연빈, 손잡고 윤지선, 자문 안성희 노무사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손잡고 주최, 몽씨어터 제작, 이양구 작, 이동선 각색 연출의 <작전명 C가 왔다>를 연출가와 출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