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스시어터 뮤지컬 '컨택트'의 한 장면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 뮤지컬로 분류할 수 있느냐?"

이런 평단의 격렬한 논쟁 끝에 1999년 오프-브로드웨이, 2000년 3월 브로드웨이 링컨 센터에서 공연된 '컨택트'는 2000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컨택트'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 예술 정신에 장르의 구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만들어낸 '21세기형' 작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컨택트'는 2010년 오디 컴퍼니가 트라이아웃 형식으로 선보였으나, 대중적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꼭 소개되어야 할 작품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신춘수 오디 컴퍼니 프로듀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공연 시장에 뮤지컬, 클래식, 무용 등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들의 관람 수준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는 관객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고 '컨택트'를 소개했다.

컨템포러리 재즈, 클래식, 록과 스윙 등 여러 장르의 무대와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컨택트' 공연엔 데뷔 20주년을 맞은 국내 최정상의 발레리나 김주원부터 '댄싱 위드 더 스타'로 춤 솜씨를 뽐낸 김규리, 매체와 무대를 오가는 경계 없는 배우 배수빈과 황만익, 뮤지컬 협력안무로도 활약한 노지현, 국내에 춤 열풍을 불러온 '댄싱9'의 스타 댄서 한선천 외에도 용기, 최예원, 강동주, 손병현 등이 출연한다. 9일 오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토메 코즌 연출자와 주요 출연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컨택트'의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3가지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메인 주제는 무엇인가?
ㄴ 토메 코즌 : 각 에피소드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개별적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소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체 제목이 '컨택트'다. 첫 이야기는 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의 이야기, 두 번째는 소통하기 굉장히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마이클 와일리'가 절박하게 다른 사람과 소통하길 원한다. 오늘 밤 소통하지 못하면 당장 자살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처럼 '컨택트'는 세계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존 와이드만과 수잔 스트르만이 잘 담아냈다.

전문 무용수가 아니다 보니, 프레스콜 중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연습 준비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김규리 : 연기를 한 건데, 긴장한 것으로 보이셨다면 실패 같다.(웃음) 장난이다. 사실 내 이상적인 '노란 드레스'의 완벽한 모습은 김주원 언니다. 조금이라도 언니와 가까워질 수 있는 무브먼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절대로 주원 언니를 따라갈 수 없다. 내가 잡은 콘셉트는 언니가 우아하고 부드러운 무브먼트를 보여줄 수 없으니,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도도하고 거만한 여자의 열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실 부족하다. 무용 전문가도 아니고, 힐을 신고 춤춘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반인 수준이었다. '노란 드레스'는 춤을 잘 춰야 하는 역할인데, 나는 기본기가 안 되어 있어서 부족한 편이다. 욕심만으로, 열정만으로 과감하게 모든 걸 잊고 던지고 도전했다. 얼마만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고, 한 달 동안 매일 트레이닝을 했다. 발레는 6번 정도 클래스밖에 받지 못했다.

나름 보여줄 수 있는 연습 기간이 짧아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시간이 부족해도, 지금 준비된 상태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이클'과 '노란 드레스'가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 다리를 지탱해서, '마이클'을 안고 다리를 쫙 펴는 무브먼트가 있다. 다리 힘이 없어서, 그 장면을 해내기 위해 한 달 동안 냉장고와 벽을 잡고 밤이면 밤마다 연습 이후 다리를 찢어가면서 힘을 길러갔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 다리 힘을 통해서 마지막 장면을 어제(8일) 해냈다. 그렇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 김규리(가운데 '노란 드레스')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이 작품을 뮤지컬로 불러야 하는가? 댄스 시어터(무용과 뮤지컬의 융화로 탄생한 장르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이 있다)로 봐야 하는가? 연출의 생각을 말해 달라.
ㄴ 토메 코즌 : 대답은 두 가지가 있다. 처음 이 공연을 올린 당시엔 뮤지컬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 논란의 중심에서 싸웠던 한 명으로 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나온 이야기로 "뮤지컬이라 하면,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뮤지컬의 구성 요소로 라이브 음악, 노래, 춤, 이야기가 있다. 그 중 한 가지인 춤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컨택트'에는 대사가 있지만, 노래는 없다. 그렇다고 뮤지컬로 부르면 안 되나 싶었다. 예를 들어, '레미제라블'엔 춤이 없다. '컨택트' 이야기는 토니상의 최우수극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훌륭하다. 댄스 시어터는 피나 바우쉬와 함께 일한 적이 있지만, 뮤지컬과 전혀 다른 개별적인 장르다. 댄스 시어터는 직접적인 이야기보단 추상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추상적이지 않고, 직접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컨택트'만의 매력 포인트는?
ㄴ 김주원 : '컨택트' 작품은 몸의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댄스 시어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뮤지컬로 분류되는 작품으로 토니상을 받았다. '컨택트'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 몸의 언어가 잘 이용된다. 7년 전 처음 이 작품을 했을 때, 발레 쪽 관객만 만나다가 몸의 언어를 통해 다른 장르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매력적인 작품에 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음에 올릴 때, 내 나이가 어찌 될지 모르지만 또 출연하고 싶다. 클래식 작품만큼, '컨택트'가 의미 있고 소중한 작품이다.

▲ (왼쪽부터) 김주원, 배수빈, 김규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란 드레스' 역할 캐스팅의 뒷이야기가 있나?
ㄴ 토메 코즌 : '노란 드레스' 두 분의 배역을 말씀드리자면, 사실 내가 캐스팅하지 않았고, 오디 컴퍼니에서 캐스팅했다. 김주원을 이 작품을 통해 알았지만, 세계적인 발레리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김주원과 하고 싶었다. 창피하지만, 다시 말하게 된다. 이 역할을 하는 세계 최고의 배우라 생각한다. 영상을 보고 너무나 좋아했다. 이번에 김규리 배우와 함께한 것은 큰 도전이었다. 서로 다른 장르에 있는 배우와 도전을 하는 것은 매우 컸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부인'을 맡았다. 어떤 역할이라 생각하는가?
ㄴ 노지현 :  1950년대 당시 부부관계가 여자가 남자한테 함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 한국에서도 여자가 어떻게 남편한테 대드느냐는 상황이었고,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혼자만의 상상으로 발레를 하는데, 발레를 너무나 추고 싶었고, 현재 주위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시면, 스토리 라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로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몸에서 상상 속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춤을 추는 것이 내 역할 같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바텐더'를 맡았다.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 목소리를 맡은 바 있는데, 당시 엠마 왓슨은 '노란 드레스'를 입었다. 이 작품에도 '노란 드레스'가 등장하는데, '마이클 와일리' 역할을 하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나?
ㄴ 황만익 : 시켜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 '마이클 와일리'는 매력 있는 역할이어서, 하고 싶었다. 좀 더 빠져들 수 있는 역할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사회적으로 살면서 많이 힘든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캐릭터여서, 도전해 본다면 배수빈 배우보다 낫지 않겠는가 싶었다. '미녀와 야수'에서도 '노란 드레스'를 만났는데,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다. 행복한 두 작업인데, 좋은 작품을 함께해서 감사하다.

배수빈 : 황만익 배우가 '마이클'을 한다면, 나는 '바텐더를' 하겠다. (황만익 : 노래도 해야 한다) 나도 노래는 조금 한다. (웃음)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