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자 자연스런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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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 시크릿에이전트>는 많은 것을 비딱한 시선으로 보았다.

개중에는 기득권층, 뒷골목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폭력, 성적 권력, 신뢰와 배신, 기타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것이 정석대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비틀려 있다. 동시에 그 비딱한 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 <킹스맨>은 단 한 가지, 클리셰를 그대로 따른 부분이 있었다. 바로 '스승' 혹은 '아버지' 캐릭터, 즉 '해리'의 운명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과연 클리셰를 따른 것일까?

이 리뷰에서는 <킹스맨>이 비딱한 시선으로 비꼬아 본 것들 몇 가지를 살펴보고, 만약 해리가 속편에 재등장(!)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그러할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킹스맨>이 비꼬아 본 것을 몇 가지만 언급하면,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출생의 비밀이다. 에그시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의 아버지가 '평민 출신'인 비밀 요원이라는 것. 방점이 찍혀야 하는 것은 비밀 요원이 아니라 평민 출신이라는 부분이다. 모든 비현실적인 장르에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주인공이 귀족, 왕족, 혹은 인간이 아닌 강력한 존재의 아들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아이들이 흔히 공유하는 환상이며, 또한 가장 손쉽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킹스맨>은 장르 불문하고 인류 문화 전체가 공유하는 듯하던 이 대전제를 깔끔하게 무시한다. 에그시의 아버지는 평민 출신이었다. 그것도 귀족의 눈앞에서, 귀족보다도 더 훌륭하게 전우애와 희생정신을 발휘한 평민. 그리고 아버지가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전작품 주인공과 달리 에그시는 타고 나지 못한 특별한 능력과 지위를 스스로의 기지와 노력으로 메꾸어 나가야 하는 참으로 불행한 처지가 된다.

   
 

두 번째는 악당과 그 조수이다. 이런 유형의 영화에서 악당은 멋지게, 조수는 조금 모자라고 비열하게 그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혹은 악당 중에서도 남성은 전투에 앞장서고, 여성은 주인공을 유혹하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Charlie's Angels(한국 개봉명 '미녀 삼총사')>처럼 아예 여성만을 작품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킹스맨>의 악당은 다르다. 주인-남성-훌륭한 신체적 조건을 갖춘 인간인 발렌타인은 표면적으로 학식과 재력을 갖추었지만, 그 실체는 눈 뜨고 피도 보지 못하는 너드 과학자에 불과하다. 그의 취향과 신세대적 패션은 이러한 찌질함을 감추기 위한 허세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하인-여성-신체 일부가 인간이 아님, 이 세 요소를 두루 갖춘, 즉 기존의 영화라면 진작에 보조자의 위치로 내려갔어야 할 가젤은 오히려 모든 전투에 앞장서며 발렌타인을 보호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 나서 그녀의 '비인간'으로서의 상징물인, 따라서 처음부터 생명이 없었던 '의족'은 이후 '인간'인 발렌타인을 죽이기까지 한다.

   
 

세 번째는 에그시와 해리 외의 또 다른 주요 인물, 루시이다. 흔히 여성 주인공은 남성 주인공과 '좋은 관계'로 발전한다. 다시 말해, 앞서 언급한 악당 세계의 남성-여성 관계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세계 역시 여성 주인공은 구출된 후 청혼을 받거나, 혹은 대등하게 싸워도 청혼을 받으며 자신의 여성성을 재발견하고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킹스맨>은 이 지점에서도 단호했다. 루시는 단 한 번도 치마 정장을 입지 않았고(필자처럼 루시가 정장을 입은 모습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관객도 필시 있으리라), 에그시보다(지위건, 지식이건, 태도건, 킹스맨 합격 등수건 간에) 약자의 위치에 서지 않았으며, 성적인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물론 <킹스맨>도 영화이니만큼 성적 어필을 하는 여성 캐릭터가 없어서는 안 된다. 남성 관객에게 바지 정장을 '입은,' 그것도 '기 센 누나' 캐릭터만으로는 제대로 어필하기 힘들다. <킹스맨>은 이 요소마저 제대로 충족시켰고, 이것이 비꼬기의 네 번째 지점이 된다. 신데렐라 모티브를 비웃듯, <킹스맨>에서는 고귀한 혈통-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를 가진 공주님이 평민 남성을 유혹함으로써 모름지기 영화에라면 꼭 필요한 요소를 채워준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필요했을까? 이 장면이 나오는 것은 극 중간이 아니라 극이 다 끝나서 성급한 관객 몇몇은 자리를 떴을 때쯤이다. 다시 말해 <킹스맨>에서, 적어도 성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은 관객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킹스맨>은 이 장면을 통해 무슨 자극적인 수를 써서라도 관객을 끌어와야 하는 영화 장르 자체를 비웃고는 영화를 끝마친다.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남는다. 해리가 초반에 '죽을 뻔'했다는 것이다. 통상 스승, 혹은 아버지와 같은 인물은 극중에서 곧잘 사망하고, 이를 통해 주인공에게 악역에 복수할 명분을 부여하곤 한다. 그리고 해리의 운명은 결론적으로는 클리셰를 따랐다. 그러나 바로 죽지는 않았다. 그는 한 번 살아난 후 다시 죽는다. 아직 교육 도중이기 때문에 에그시에게 복수할 유인을 제공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고 제작진이 판단한 것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했다. 요컨대, 이마저도 완전히 클리셰를 따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킹스맨> 속편이 나온다면 해리는 돌아올까? 한 번 비꼰 클리셰를, 다시 비틀 필요가 있는가?

   
 

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점쳐본다. 첫째는 비꼬기의 완성이다. 바로 앞 문단에서 썼듯이 해리는 클리셰를 한 번 깨기는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클리셰를 따르고 말았다. 영화 제작진이 극중 내내 계속되어온 비꼬기를 완성하려면, 그래서 <킹스맨>을 완성하고자 한다면 해리는 이 클리셰를 깨고 살아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는 부활 신화에 대한 새로운 비꼬기의 가능성이다. 부활은 신, 혹은 신의 총애를 받은 존재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혹은 그리스 신화에서의 부활을 생각해 보라. 그러나 해리가 돌아온다면, 그는 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범한, 심지어 교회 장면에서 (본심이건 아니건) 신성모독을 하기까지 한 인간으로서 부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게 된다. 권력과 힘, 기득권, 그리고 그에 기반해 일어나는 일들을 비틀어 유머로 승화시킨 <킹스맨>이라면 이러한 중요한 신화적인 포인트를 놓칠 리가 없다. 설령 해리가 부활하지 않더라도, 속편이 나온다면 유명한 '신화' 역시 어딘가에서 분명히 절반쯤 뒤틀린 채 등장할 것이다. 단, 흥행을 위해서는 해리의 부활이 그에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물론 <킹스맨>도 대중문화에 속하는 한 작품이다. 그런 만큼 예술작품의 클리셰를 전부 깰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은 남아 있음을 조심스럽게나마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리가 사망했다는 직접적인 묘사는 영화 내에 없다. <킹스맨>은 이왕 시작한 세상을 비뚤게 보는 작업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에게는 속편을 내려고 하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해리의 귀환은 이 모든 것을 모순되지 않게 맞출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무리수일지 몰라도, '그 분'의 부활은 팬에게도, 제작진에게도 달콤한 유혹이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호양 artietor@mhns.co.kr

 

 
 

"어떻게 콜린 퍼스를 되살려낼 지 고심" 

 <킹스맨> 속편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콜린 퍼스 출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1편에서 콜린 퍼스가 연기한 해리 하트가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매튜 본 감독은 최근 복수 매체를 통해 "좋은 소식은 내가 '킹스맨2' 각본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며 "충분히 좋은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리가 1편에서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콜린 퍼스가 어떻게 다시 등장하느냐다. 에그시 역 태런 에거든 또한 정말 잘 해줬기 때문에 난 그들과 다시 '킹스맨' 속편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매튜 본 감독은 과거 한 영상메시지에서 "나중에 속편을 촬영하게 된다면 일부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하거나 한국인을 출연시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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