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포스터 ⓒ 씨티알사운드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도마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있다. 그것이 원래부터 자기의 것이었던 듯하다.

도마는 2015년 EP 앨범 '도마 0.5'를 발표하고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2016년부터는 '씨티알사운드'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지난 4일 망원에 위치한 공연장 벨로주에서 도마 정규1집 단독공연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가 진행됐다. 이번 앨범은 지난 5월 30일 발매됐다.

▲ 뮤지션 도마

"Is this love love love love that I'm singin'" (도마-Is This Love)

오프닝곡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Is This Love'였다. 이 곡은 앨범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곡으로 밝은 레게풍 멜로디가 돋보인다.'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향이 좋은 거릴 걸어도 네가 생각난다'며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의 마음을 담고있다. 다른 곡도 마찬가지지만, 이 곡에서는 특히 거누의 일렉기타 연주와  손원진의 퍼커션의 합이 곡의 완성도를 높인다.

다음 곡은 '초록빛 바다'. 도마의 음악에서는 바다가 보이고, 바다 냄새가 난다. 새벽녘에 듣는 뱃고동 소리의 편안함같은, 그런 느낌이 도마의 목소리 안에 있다. 

도마의 가사는 자유롭다.  그리고 '초록빛 바다'는  색채, 발화의 느낌, 묘사 등 여러 지점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민트색 돌고래', '보라색 불가사리' ,'황금빛 태양'등의 색채 쓰임,  '바리바리 짐을 싸지 않아도 돼 발이 발이 닿는 대로'를 통한 단어의 음악적 사용등이 눈에 띈다.

앨범의 10번 트랙 '방파제'. 이 곡을 듣고 있자면, 반쯤 젖은 축축한 방파제가 떠오른다. 방파제 뒤에 숨어본 기억이 없는 사람도 젖은 방파제의 비릿한 냄새를 맡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곡 말미에 우쿨렐레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어우러지는 부분이 감상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까.

▲ 하헌진

게스트는 하헌진이었다. 하헌진의 기타연주는 언제나 입을 벌리게 한다. 그는 2011년 EP 앨범 '개'를 발매하고 활동 중인 기타리스트이자 가수다. 현재는 김간지와 함께 '김간지X하헌진'으로 활동 중이며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카드빚 블루스', '세상에 바라는 게 없네' 등을 연주했다. 한편 도마는 "하헌진이 게스트로 출연해주다니 성공한 것 같다"며 웃었다.

"슬픔은 저기 시장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지" (도마-소녀와 화분)

누구에게나 '슬픔의 디폴트값'은 있다. 웃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시장을 보다가도 '각자의 슬픔'이 툭하고 발동될 때가 있다. '소녀와 화분'의 한 소녀는,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자'고 노래한다.  '슬픔은 저기 골목 끝까지 갔다가 내가 부르면 다시 달려오'기도 하고, '슬픔은 저기 시장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흔하고 끈질긴 것이고, 소녀의 말처럼 집에 가둔 슬픔은 풀어봐도 다시 제자리에 묶여버린다. 그래도 어쩌겠나, 도마의 말처럼 골목 끝으로도 보내보고, 시장통에 구경도 보냈다가  다시 껴안는 게 슬픔인 것을. 슬픔이 주는 무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엔, '소녀와 화분'을 들으며 집에 가둔 슬픔을 데리고 나가보자.

도마는 묻는다. '서로 껴안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극단적인 마을도 있다는데, 그런 곳에 가봐야 알겠냐'고. 도마를 이미 알고 있는 이라면 앨범 발매 전 공연 등을 통해  '황제 펭귄이 겨울을 나는 법'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아마 그런 이들이 몇 있었던 모양이다. 입모양으로 가사를 읊조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곡이 끝난 뒤 터져나오는 박수 소리가 유독 컸다. 도마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황제 펭귄은 '토실토실한 엉덩이'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다면, 우리 인간은 무엇으로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고래가 보았다고 합니다'에 대해서 도마는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세월호 프로젝트 '다시 봄'에 수록된 곡이다"라고 소개했다. 이 곡은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많은 이들이 들었으면 좋겠는, 그리고 들어야만 하는 곡이기도 하다. 정말로 '고래가 보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해왔던 것들은 죄다 사랑이고 늙지 않는 노래를 찾아 듣네" (도마-코스트코 데킬라)

'코스트코 데킬라'에서는 술냄새가 난다.  퍼커션, 기타, 일렉기타 연주의 합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그런 느낌을 더 극대화 시킨다. 방바닥에 앉아서 값이 싼 술을 마시며 '우리가 해왔던 건 모두 사랑이야!'라는 술주정을 해야할 것만 같은,'너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서 여기 앉아'라며 함께하는 이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져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노래다. 만약 그 날이 '말 못할 밤'이 되더라도, 왠지 용서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도마의 목소리 덕분일까.

이어 '사실은 아무 생각 없었어', '섬 집 아기', '너무 좋아' 등을 이어 부른 도마는 이번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를 선보였다.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지금까지 만들었던 곡을 박제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는 정리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섬으로 들락날락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마의 고마운 불친절함

도마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래 시가 원래 노래였지'라는 생각, '노래가 시인가? 시가 노래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글이 아름다울 때는, 그것이 각자의 순간을 떠올리게 할 때다. 도마는 모든 것을 노래하지 않는다. 짧은 문장, 단어의 나열, 상황 묘사들은 불친절하다. 그 '불친절함' 덕분에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충만해진다. 음악 속에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고, 각자의 감정을 느낀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관계 맺고 있다. 풍경과 나의 관계, 타인과 나의 관계, 감정과 나의 관계. 이 무수한 관계들 속에서 지친다는 생각이 들 때 도마의 음악은 위로가 된다. 이번 앨범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에 그런 관계들이 담겨있기 떄문이다.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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