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덕 예술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화 生] "5년 만에 내놓았습니다" 국립무용단 무용극 '리진' ① 에서 이어집니다.

작품에서 음악과 춤은 어떤 의미로 등장하나?
ㄴ 김상덕 : 이 작품에서 춤은 1막 고전, 2막 신세계로 나눠진다. 1막은 조선, 2막은 프랑스를 바탕으로 하는데, 음악이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접목되어 있지만, 춤은 고전 그대로가 아닌 모던한 방향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춤의 형태로 '춘앵무'가 있다면, '춘앵무'가 모던하게 재생됐다고 보면 된다.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이 무용극을 볼 수 있도록, 고전에 의존하지 않는 춤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고전의 춤사위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 그 춤이 녹여진 상태에서 현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작품에 나오는 춤의 특성이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리진', '도화', '원우', '플랑시'가 나온다. 여기에 '도화'는 극을 이해하기 위해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남녀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여자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가 공존한다. 갈등과 욕망 등 여러 표현이 구조상 녹여있다. 그래도 관객이 현란하게 너무 구조 형태에 묶여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5년 만의 무용극으로 '리진'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ㄴ 김상덕 : 서양의 '라 바야데르' 이야기도 있는데, '리진'이 이를 모티브로 삼은 것도 있다. '리진'은 우리의 과거 무용수 이야기고, 이 이야기 자체를 좀 더 현대화된 작업으로 제3세대에서 풀어가고 싶었다. 중요한 차이점은 외형적으로 세트만 변화를 가져간 것뿐 아니라, 내재한 춤 형태를 바꿔서 단원들에게 몸짓과 극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려 했다. '리진'을 통해 무용극이 재탄생된다면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 같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 정승호 무대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황태자 루돌프' 등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 이번 작품의 콘셉트와 국립무용단에서 작업한 소감은?
ㄴ 정승호 : LED와 키네틱 무브먼트 컨트롤 유닛을 사용했다. 요즘 LED 홍수에 저희가 살고 있다. 빛도 다 자연스럽지 않고, 형광이 나는 빛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 쓰는 LED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전혀 아니다. LED가 가지고 있는 빛의 움직임을 선 위주로 써서, 최대한 아날로그의 느낌이 들려고 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가 워낙 차가워서 무용수가 전달하는 정서적인 것과 자칫 잘못하면 충돌할 수 있다. 절제하면서 쓰려고 한다.

키네틱 무브먼트도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치이지만, 화려한 움직임이 아니라 캐릭터의 정서, 아날로그 정서를 전달하려고 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리고 국립무용단과 작업하면서 느끼는 점은 아무래도 '내셔널'이다 보니 다가설 때 자세가 다른 것 같다. 개인 단체와 다른 자세로 작업하는 것 같고, 되도록 누가 되지 않도록 했다. 국립무용단이 좀 더 세계적인 곳에서 인정받는 데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고 싶으며, 작품에서 와닿는 점이 있다면?
ㄴ 장윤나 : 이 작품을 통해서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 내 모습 같기도 하다. 나의 개성을 찾아주고, 나를 발굴해주는 사람을 잘 만나서, 서로 경쟁이 없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력을 늘리고, 개성을 찾아가고, 어떤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을지에 대해 발견을 하고자 한다.

나는 국립무용단 무용수 중에 낀 세대로, 14년 차 활동을 하고 있다. 무용극을 많이 해본 경험이 없지만, 이들 중엔 해본 친구도 있다. 뭔가 현대로 접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은 맞다. 무용수도 움직임, 가치관, 정서 등 현시대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점을 맞춰가려고 여기 있는 친구들 모두 같은 생각을 하려 한다.

▲ '리진' 역의 이의영(오른쪽), '도화' 역의 장윤나(왼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의영 : 옆에 장윤나 선배님은 존경하는 선배님이면서 언니다.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는 그런 상상을 과거에 한 적이 있다. 작품에서 처음엔 친구가 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극의 과정 중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감대를 연습실에서 느끼고 있다. '리진'과 '도화'의 관계가 더 진하게 우러나올 수 있도록 믿고 연기할 예정이다.

이요음 : 작품에 나오는 장면을 예로 들면, 예중과 예고를 나와서 그런지 아무래도 실기 시험이라는 것을 보며 선의의 경쟁을 해봤다. 서로 실기등수가 나오면 째려보고 철이 없던 그런 경험이 있다. 연기할 때, 그런 것을 당장 어떻게 빗대서 하지라고 생각하다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 옛 추억을 담아 연습했다.

박혜지 : 이번에 주역을 맡게 되면서, 굉장히 부족하지만 이런 역할을 통한 배움이 큰 것 같다. 나도 '도화'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성격적으로 '도화'와 닮아있다고 봤다. 나름대로 욕심과 질투도 많고, 숨겨진 욕망도 많다. 살아가면서 용기 있게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픈 것도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표출하지 못한 욕망을 '도화'라는 인물의 만남을 통해, 대신 드러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연습할 때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다. 계속해서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파고들고 있다.

▲ '리진' 역의 이요음(왼쪽), '도화' 역의 박혜지(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네 무용수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ㄴ 김상덕 : 먼저,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다. 스타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리진'의 성격과 '도화'의 성격, 느낌을 봐서 캐스팅했다. 오디션을 통해 각자의 성격을 분석한 대본을 주고, 춤의 느낌과 연기적인 부분, 충분히 무용수들이 그 역할을 부여해 캐스팅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네 명의 무용수가 춤을 추기도 쉽지 않겠지만, 연기하는 것에 더 큰 부담이 있을 것이다. 연기 속의 춤이라는 것을 이번에 함축해 넣어서, 단원들이 공부하고 그 연구 속에서 연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각 무용극 특징은 어떤 것인가?
ㄴ 김상덕 : 첫 세대는 국립무용단 초기인 1970~80년대 단장이셨던 송범 선생님 때다. 극 중심이 레퍼토리 춤 형태로 이뤄진 무용극을 공연했다. 이후 2세대는 조흥동·국수호 단장이 좀 더 신화적인 작품보다 정서적인 것을 제한해 무용극 형태를 이뤄냈다. 현재 3세대는 그 역할에 연기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다. 때로 노래가 없는 뮤지컬 같은 느낌이 나올 수 있다. 한국적인 춤을 모던하게 만들면서, 그 움직임의 의미를 굉장히 연구하고 있다. 어떠한 의미 부여를 통해 지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무비 댄스'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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