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와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 이윤택 작 연출의 이 일을 어찌할꼬!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이 일을 어찌할꼬!>는 원불교 백주년 기념연극으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대종사(大宗師)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극이다.

원불교를 개교(開敎; 1916)한 소태산 박중빈(朴重彬; 1891-1943)은 조선왕조 말기에 태어나 일제말기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이 어지러운 때일수록 걸출한 구세 인물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3대 신흥종교가 수운-증산-소태산에 의해 모두 이 무렵 개창되었다. 그중 원불교와 천도교는 우리나라 5대 종교에 나란히 들어 있어, 토착민족종교를 대표한다.

원불교를 상징하는 동그라미는 법신불 일원상이라 부른다. 절에 있는 불상이 부처님의 형상을 모신 것이라면 원불교 교당에 모셔진 법신불 일원상은 부처님뿐 아니라 예수님 공자님 등 모든 성인들이 밝혀준 공통된 진리를 숭상하는 미래형 종교로 볼 수 있다. 원불교의 '원'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제불제성의 심인이며, 일체 중생의 본성이다.

소태산이 전라도 영광 백수에서 마름의 아들로 태어나 성자로 불리어지기까지 그가 살아온 무대는 오롯이 고향 쪽이었다. 그가 자연인의 신분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환골탈태한 것은 스물여섯 때였다. 이후에는 '시루가 아니라 솥단지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하여 한자를 음사한 '소태산'(少太山)이라는 호를 썼다. 소태산은 후천개벽의 세상을 열기 위해, 원융회통(圓融會通)하는 도덕단체의 출범을 위해 '조합'의 결성을 제의한다.

세계의 모든 제국주의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식민지 내부에서 정신적 응집력이 발생되는 일이다. 특히 일제는 조선을 찬탈하는 과정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사상적 위력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조선인 사상가가 출현할까봐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촉각을 곤두 세웠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소태산의 탄생에서 열반까지는 정확히 민족 수난의 절정기였다. 일제는 이 시기에 조선어를 말살시키고, 토착정신의 대지를 남김없이 갈아엎고자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출옥하여 소태산을 찾은 것은 일제의 감시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태산은 타고난 원만함과 포용심으로 일제의 방해공작을 무마시키고 원활한 포교를 해나간다.

소태산이 선택한 1916년 4월은 그가 선천에서 후천으로 두 하늘의 경계를 넘는 날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2016년은 원불교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이 연극을 마련하고, 다음 100년을 향한 이정표로서의 공연이기도 하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은 대도시 중심과 국공립공연장 위주의 공연예술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친자연적, 친환경적 공연예술 장을 건립, 공연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공연예술의 발전과 창달을 선도하고 우리 연극을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문화대통령 감이다.

 

무대는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의 무대 안에 새로운 원형무대를 1m 높이로 만들어 놓았다. 배경 막에는 큰 붓으로 그린 원불교의 동그라미 원의 그림이 영상으로 투사가 되고, 인형놀이 그림자 연극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고, 글자는 자막으로 처리가 된다. 침상을 들여다 놓고, 상여가 등장을 한다. 원형무대의 하수 쪽에 연주석이 있어 타 악과 현악을 연주한다. 대종사 역은 젊은 시절과 장년시절을 두 배우가 나누어 연기를 하고, 다른 남녀출연자들도 1인 다 역을 해낸다.

연극에서는 주인공 소태산이 어릴 때의 이름은 진섭(鎭燮), 청년시절에는 처화(處化)라 불렀고 원불교를 창립한 이후에는 제자들이 소태산 대종사(少太山大宗師)라 불렀다. 7세 때부터 우주와 인생의 근본이치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해 20년 가까운 구도생활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산신(山神)을 만나기 위한 기도를 하고 다시 도사(道士)를 만나려 고행을 계속한다. 산신이나 도사를 모두 만날 수 없게 되자 '내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하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입정삼매(入定三昧)에 빠지기도 한다. 26세 되던 해인 1916년 4월 28일 이른 새벽에 동녘 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 드디어 우주와 인생의 근본진리를 확연히 깨우치게 된다.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불생불멸의 진리와 인과응보의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뚜렷한 기틀을 지었도다." 소태산은 스승의 지도 없이 스스로 깨친 진리의 경지를 이렇게 표현하고, 또한 진리를 깨친 기쁨을 "맑은 바람 솔솔 불어 밝은 달이 두둥실 떠오르니 우주의 삼라만상이 저절로 밝게 드러나도다"(淸風月上時 萬像自然明)라고 표현한다.

진리를 깨친 지 몇 달 후 40여 명의 신자를 얻은 소태산은 이들 중에서 9명의 표준제자를 선택하고, 그들과 함께 저축조합운동·방언공사· 혈인 기도 등을 통해 교단 창립의 터전을 닦는다. 1924년 전라북도 이리에 총부를 건설해 '불법연구회'란 임시교명을 선포하고 법회사업을 시작했다. 이후로 소태산은 약 20년간에 걸쳐 이곳 총부에 주재하면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와 "동정일여 영육쌍전"(動靜一如 靈肉雙全),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佛法是生活 生活是佛法) 등의 교리 표어를 내걸고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지향하는 새 종교운동을 전개한다. 소태산은 1926년 신정의례(新定儀禮)를 발표해 당시 민중들의 예법혁신을 단행했고, 1935년에는 〈조선불교혁신론〉을 발간해 생활불교운동을 전개한다.

소태산의 불교혁신의 중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일원상(一圓相)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시고, 사은(四恩)의 신앙과 삼학(三學)의 수행으로써 모든 종교의 진리를 융통·활용한다. ② 모든 경전과 교서(敎書)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쉬운 말과 글로 평이·간명하게 편찬한다. ③ 교당은 교도가 많은 곳에 설치하고 남녀 교역자를 두루 양성해 원활한 교화를 도모한다. ④ 모든 신자는 정당한 직업을 가져 자력생활을 하고 사회발전에 공헌하며, 영혼구제에만 치우치지 않고 정신생활과 육신생활을 조화있게 한다. ⑤ 모든 의식과 예법은 진리와 사실에 근거해 간편을 위주로 하고, 시대에 맞고 대중이 다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⑥ 법의 계통을 재가·출가의 차별이 없게 하고 법위의 높고 낮음에만 따르게 한다. ⑦ 출가 교역자에 대해 결혼을 법으로 제한하지 않고 각자의 뜻으로 결정하게 한다. ⑧ 교단의 운영에 재가와 출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참여한다.

소태산은 원불교의 창시자인 동시에 사회개혁가·농촌운동가로서 많은 활동을 펼친다. 예법개혁을 통해 당시의 번잡한 유교예법을 과감하게 혁신했으며, 허례폐지·미신타파·근검저축·공동출역 등을 통해 농민계몽과 생활개선에 앞장섰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내가 재능으로는 남다른 손재주 하나 없고 아는 것으로는 보통 학식도 충분하지 못하거늘, 나같이 재능 없고 학식 없는 사람을 그대들은 무엇을 보아 믿고 따르는가"라고 말한다. 1941년에 "유(有)는 무(無)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俱空)이나 구공 역시 구족(具足)이라"는 전법게송(傳法偈頌)을 발표한다. 1943년 6월 1일 53세를 일기로 중앙총부에서 열반한다.

대단원에서 상여가 등장해 상두꾼이 상여와 함께 무대를 한 바퀴 돌아 퇴장하면, 모든 출연자들이 원형 무대에 등장해 원불교 노래를 합창하며 춤을 추고,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공연은 갈채 속에 마무리를 한다.

 

윤정섭, 이원희, 김미숙, 김민정, 김계원, 홍민수, 정영진, 천석기, 김준호, 최지혜, 이혜선, 양승일, 박정우, 최민혁, 김현정, 김갑연, 문성룡, 이현지, 신다영, 오혜민, 김형진, 홍한별, 이상철, 김현동, 배소민, 현대영, 박소정 등 출연자 전원의 연기는 물론 노래와 춤에 이르기까지 관객을 극에 심취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안무 하용부, 김운규, 이승헌,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편곡 신유진, 의상 김미숙, 소품 신명은, 무대감독 김한솔, 기획 매니저 노심동 지연서, 음악감독 작곡 최우정, 가곡 작곡 소리 김민정, 작창 안이호, 가창지도 황승경, 가야금연주 김효숙, 원불교 문화사회부 기획총괄팀 교무 정인성 이명아 장인국 정명선 이항민 권혜미, 신도 이지선 정보현 한가선, 프로젝트 매니저 이경민(한국연극인복지재단) 최자연(한국연극인복지재단), 원무 황은적, 사진 이강물, 그래픽 다홍디자인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반영되어,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와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작 연출의 <이 일을 어찌할꼬!>를 연극성은 물론 대중성을 갖춘 한 편의 종교 에픽 드라마(religion epic drama)로 탄생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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