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범수 필두, 김철호-철민 쌍둥이 형제 '맹활약'

▲ 경기 직후 문용수 감독에게 훈시를 받는 율곡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어느 분야에서나 '첫 번째'는 늘 외롭기 마련이다. 숫자 '1'이 최고를 의미하는 경우에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최초'를 의미하는 경우에는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혼자' 서 있어야 하기에 숫자 '1'은 상징성이 있으면서도 상당히 외로운 숫자임에 틀림없다.

이를 고교야구에 접목시켜 보면, 더욱 그럴 듯 하다. 전국 본선 무대에서 우승을 거둔 학교는 이듬해에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졸업한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야 하고, 아예 새로 창단한 학교는 주말리그 참가를 위한 최소한의 선수 숫자를 확보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현재 전력'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되, 좋은 신입생을 수월하게 스카우트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제로의 상태에서 팀을 만드는 과정은 또 다른 외로움과의 싸움을 진행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학교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전학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고, 중학 유망주들 중에서 신생 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인재들도 뽑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 선수라면, 명문고교에서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 수급부터 원활해야 하는데, 그러한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ONE TEAM'을 만드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전국 본선 무대는 커녕, 주말리그에서도 힘을 못 쓰는 것이 신생팀이 지닌 한계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 야구부 탐방, 파주 율곡고등학교 편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핸디캡을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하는 학교도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율곡 고등학교 야구부가 딱 그러하다. 2013년 창단 이후 2014년부터 주말리그에 참가한 율곡고는 최초 3년까지만 해도 신생팀이 지닌 한계를 드러내 보이는 듯 싶었다. 그러다 지난해 봉황대기 대회 1회전에서 중앙고에 승리하며 전국 본선 첫 승을 기록하더니, 올해에는 아예 주말리그에서 선전하며 자력으로 황금사자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전반기 왕중왕을 가리는 이 대회 32강전에서 김해고에 5-4로 승리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 주말리그 또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정도 기세라면, 충분히 청룡기 본선 무대에 오를 수도 있다.

율곡고 마운드에는 김범수(18)가 있다. 최고 구속 145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압도할 줄 안다. 완투 능력 또한 갖추고 있어 투구 숫자만 조절한다면, 충분히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김범수와 함게 원-투 펀치를 이루는 김철민(19)도 있다. 빠른 볼 최고 구속은 140km 초반대에서 형성되며, 경기 운영 능력과 이닝 소화력 모두 수준급이다. 쌍둥이 형 김철호(19)가 내야의 핵이라고 한다면, 동생은 마운드에서 힘을 보태면서 율곡고를 이끌고 있다.

▲ 율곡고의 두 축, 김철호(사진 좌)-김철민(사진 우) 쌍둥이 형제. 사진ⓒ김현희 기자

타선에서는 황금사자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4번 타자 최준호(19)가 팀의 기둥이다. 190cm, 100kg이라는 좋은 체격 조건에서 나오는 장타력이 일품이다. 이미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홈런포를 가동, 시즌 홈런 2개째를 기록중이다. 다만, 황금사자기 이후에는 타격감 유지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생타로 꾸준히 타점을 올리는 중이다. 최준호와 함께 팀의 중심을 책임지고 있는 '쌍둥이 형제' 김철호도 있다. 유격수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방망이 실력 또한 짭짤한 편이다. 팀 사정상 3번을 맡고 있지만, 1번 타자로도 꽤 좋은 재목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3학년 김수홍-유민후-유정연 트리오를 비롯하여 2학년 김다운도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율곡고는 지역 리그전을 비롯하여 전국 무대에서도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고등학교 야구부 창단 외에도 중학교에도 야구부를 창단, 원활한 선수 수급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저변이 장기간 자리 잡히게 되면, 율곡고가 전국 본선 무대에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인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 율곡고 소식 : 장신 유망주 정민혁, 율곡고 간다!

▲ 본지 보도 이후 각지에서 테스트를 받은 중학 유망주 정민혁. 최근 그는 율곡고 진학을 확정지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지난 4월, 본지에서 보도한 '중학 장신 유망주' 정민혁(충암중 3)의 내년 거취가 율곡고등학교로 결정됐다. 마포구 리틀-청구초등학교를 거쳐 충암중학교로 진학했던 정민혁은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부를 나오면서 최근까지 '저니맨 야구 사관학교'에서 몸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그러한 도중, 민혁이의 진학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던 부친 정현석 씨가 본지에 도움을 청해 오면서 안타까운 그의 사정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복수의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기량 점검 차원에서 테스트를 보고 싶다.'라며 실제 연락이 오기도 했다. 다만, 2년간의 공백이 생각 외로 커서 진학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일반 학생으로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 후 야구부원으로 입부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위험 부담도 컸다. 그러한 도중, 율곡고 문용수 감독과 우연히 연락이 닿아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그의 체격과 노력에 큰 점수를 준 문 감독은 흔쾌히 민혁이의 진학을 허락했다. 지난 3일, 이천 꿈의구장에서 만난 문 감독은 이에 대해 "분명히 2년 간의 공백이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중학생임에도 190cm의 키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야구부를 나온 이후에도 꾸준히 몸을 만들어 왔던 그 노력도 높이 샀다. 좋은 선수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진학을 허락했다."라며, 민혁이의 진학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정민혁은 본지 보도가 나간 이후 두 달여 만에 옛 동료들(충암중학교에서 율곡중학교로 전학을 선택한 일부 동료들)과 신입생으로 고교 야구부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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