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의 올바른 사용법…'-든'은 선택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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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되었던 → 사용되어 온
실존했던 → 실존한

'던'은 과거에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즉 시제가 과거일 때 활용하는 어미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을 사용할 때 '과거형+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과거형이 된다.

우리말에서는 대과거형이 없다. 대과거형은 영어 문장에서 쓰이는 형태다. 우리말은 시제를 미래형, 현재형, 과거형은 있어도 대과거형은 없이 사용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과거 자체로 나타낸다. 과거에 끝난 상태는 과거형으로 하면서 이러한 과거 완료형 이전에 일어난 일은 이전에 일어났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대체된다. 이는 반대로 문장에서 과거임을 알리는 표현을 근거로 하여 과거의 사실을 현재로 대체해 현재형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우리말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우리말에서는 대과거형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사용되었던'은 기본형 '사용되다'와 과거임을 나타내는 어미 '-었-', 과거에 미완으로 끝났음을 나타내는 어미 '던'으로 이뤄진 말이다. 여기서 '었'이라는 과거형과 '던'이라는 미완의 과거형 어미가 쓰임으로써 영어 문법에서 이르는 대과거형이 됐다. 이 말을 우리 어법에 맞게 하면 '사용되어 온'으로 할 수 있다. 여기서 '되어'는 현재형이며, '온'은 '오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가 말하는 이 또는 말하는 이가 정하는 기준점으로 가까워지면서 계속 진행됨을 나타내는' 보조동사로서 과거이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냄으로써 과거진행형을 나타낸다. 엄격히 말해서 과거진행형은 아니지만 일어난 시점으로 볼 때는 과거형에 속한다. 여기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에 눈길을 돌리면 과거의 일이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았음을 뜻하고, 이는 바로 미완의 과거형 어미 '던'과 같은 의미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존했던'도 마찬가지로 '-했-'이라는 과거형 어미와 '던'으로 인해 대과거형을 이루고 있다. 이 경우 '실존한'으로 할 수 있다. 여기서 '한'은 동사나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에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현재나 과거를 나타내는 어미 'ㄴ'이 결합된 형태다. 여기서는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기능으로 쓰였다. 따라서 '-한'이라는 우리말식 표현은 '-했던'이라는 영어식 표현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함을 알 수 있다.

영어에서는 문장을 구성할 때 시제일치를 따진다. 이 때문에 과거형 문장에서 과거 이전에 일어난 일을 표현할 때는 대과거형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문장에도 적용돼 사용됨으로써 마치 우리 문장인 것처럼 대과거형이 필요한 것으로 오인하고 쓰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말법이 아니다. 우리말은 시제를 따져서 문장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일의 진행 상태에 따라 시제를 설정한다. 즉 문장에서 이미 과거임을 알리는 표현이 있다면 이로써 과거가 충분히 반영되었고, 따라서 동사형은 그러한 시제에 묻혀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현재형이 되고 과거형이라면 과거 시제로만 나타내면 된다.

우리말은 우리말법을 따라야 한다. '던'은 우리말에서 과거를 나타낸다. 그 가운데에서 미완으로 끝난 사실에 사용된다. 시제 형태로 말한다면 과거진행형에 속한다. 따라서 '-던'을 사용할 때는 '과거형+던'이 아니라 '현재형+던'으로 해야 올바른 사용이 된다. '던'을 사용해야 할 때는 과거진행 상태를 나타낼 때이기 때문에 과거에 이미 끝난 상황에서는 과거형으로 표현해야 한다. 또 현재까지 이어지는 형태라면 '-던'은 사용되지 않는다.

한편 '든'을 '던'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치부한다던지'를 예로 들 수 있다.
'던'은 과거형이지만 '든'은 시제와 아무 관계가 없는 말이다. '든'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택을 나타내는 보조사로서 아무거나 택해도 아무 중요성이 없을 때 사용된다. '치부하다던지'의 경우 여기에는 시제의 성격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치부하느냐 마느냐'의 뜻을 나타낼 뿐이다. 바로 선택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든지'의 준말 '-든'으로 해야 할 것을 '던'으로 잘못 사용한 것이다. '던'과 '든'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말이 아니며, 뜻과 활용 역시 엄격히 다른 말이기 때문에 '-던'과 '-든'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글] 김병동 (가갸소량 교수· 본지 한글 자문위원) 
[정리] 문화뉴스 홍진아 기자 hongjin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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