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페스카마-고기잡이 배' 배우들과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2014년 서울연극제 개막식 이후 처음 들어왔다. 이 극장에 오게 된 것만으로 나에게는 폐막식 자리가 의미가 깊다." 대상을 비롯해 연출상과 희곡상, 연기상을 받으며 제38회 서울연극제 4관왕에 오른 '페스카마-고기잡이 배'의 임선빈 작·연출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했다.

29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38회 서울연극제 폐막식이 열렸다. 전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서울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립으로, 서울연극제는 2014년 '2015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불허 통보', 2015년 대관이 이뤄진 후 개막을 앞둔 '아르코예술극장 폐관' 등으로 파행 운영된 바 있다.

이후, 서울연극제는 대관 문제로 2015년 개·폐막식을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었다. 당시 개막식은 서울연극제 최초 야외 개막식으로 열렸고, 이후 서울연극제는 지금까지 마로니에 공원에서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개막식을 열고 있다. 폐막식 장소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실에서 축소 편성되어 진행됐고, 2015년에는 마로니에 공원, 2016년에는 남산연극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열렸다. 2013년 이후 오랜만에 연극인의 터전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폐막식이 열린 셈이다.

▲ 본지 박정기 평론가(왼쪽)가 '페스카마-고기잡이 배'의 임선빈 작·연출(오른쪽)에게 희곡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38회 서울연극제 폐막식에는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회장을 비롯해 한국연극협회 정대경 이사장, 최용훈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노경식 작가, 본지 박정기 평론가, 서울시 문화본부 고홍석 본부장, 채승훈 초대 서울연극협회 회장, 박웅 배우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폐막식은 서울연극제 기간 내내 활동했던 '달걀인간 20여 명'과 앰비규어스 무용단의 축하 무대, 서울연극제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됐다. 오프닝 영상은 '연극은 OO다'란 주제로 서울연극제 기간 연극인이 참여한 영상 하이라이트가 상영됐다. 사회를 맡은 배우 서이숙은 연극은 '치료'라는 말을, 배우 박해수는 연극은 '떨림'이라는 말을 남겼다.

최용훈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은 "긴 연극제 기간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서울연극제는 기존의 창작 초연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과 함께하고자 했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색깔의 연극이 올려졌다. 참신한 공연부터 안정적인 텍스트가 있는 공연까지 열렸는데, 작년보다 흥행에서도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내년에는 더 많은 연극인이 함께할 수 있는 연극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환영사를 남겼다.

▲ 최용훈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또한, 작품 총평을 통해 최용훈 예술감독은 "연출적인 다양한 시도가 좋았던 '벚꽃동산', 흥미롭게 잘 짜인 희곡의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 실험적 시도가 돋보인 '2017 애국가-함께함에 관한 하나의 공식', 희곡의 설정이 인상적이고 연출도 안정적이었던 '지상 최후의 농담'. 발상과 시도가 참신했던 '초혼 2017',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불안한 자화상을 보는 느낌이었던 '사람을 찾습니다'이었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최 예술감독은 "선상에서의 고기잡이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페스카마-고기잡이 배', 어려운 2인극에 도전했던 '원무인텔',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였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던 '말 잘 듣는 사람들', 재기가 넘치는 시공간 활용이 돋보였던 '손'이었다. 심사위원이 뽑은 대상과 우수상 작품이 10 작품 중 8 작품이었다. 그 정도로 이번 10 작품은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작품 모두 주목할 작품이다. 이번 서울연극제를 풍성하게 해준 극단과 관객들에게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제38회 서울연극제 대상(서울시장상)은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페스카마-고기잡이 배'가 받았다.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페스카마-고기잡이 배'는 1996년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에서 벌어졌던 선상반란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 초연작품이다. 5명의 심사위원은 "좁은 극장의 입체적인 공간 활용과 많은 출연 배우들을 통해 선상의 고기잡이 장면 등을 역동적이고도 신선하게 연출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대상과 더불어 '페스카마-고기잡이 배'는 연출상과 희곡상(이상 임선빈), 연기상('2등항해사' 役 유승일)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왼쪽)이 '손'의 이기쁨 창작집단 LAS 대표(가운데)에게 우수상을 주고 있다.

우수상은 창작집단 LAS의 '손'과 극단 신인류의 '사람을 찾습니다'가 수상했으며, 우수상은 종로구청장상으로 올해 하반기에 종로구청에서 지원하는 '종로우수연극전'에서 재공연을 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 외에, 연기상은 '지상 최후의 농담'의 김재건('갑돌' 役), '페스카마-고기잡이 배'의 유승일('2등항해사' 役), '사람을 찾습니다'의 김정팔('원영' 役), '원무인텔'의 김나윤('현명숙' 役) 등 4명이 받았다.

무대예술상은 무대 부분과 조명 부분으로 나뉘어 창작집단 LAS '손'의 서지영(무대디자인)과 극단 백수광부 '벚꽃동산'의 김영빈(조명디자인)이 각각 받았다. 신인연기상은 '말 잘 듣는 사람들'의 김보경(차예슬 役 )과 '손'의 이주희(엄마 役연)이 수상했다. 관객평가단 인기상은 극단 신세계의 '말 잘 듣는 사람들'이 받았다.

또한, 이번 창단 30주년, 40주년을 맞이한 극단에 공로패를 전달하는 특별공로상은 "오랜 세월 활발한 활동으로 서울 연극 발전에 기여하며 후배 연극인의 지표가 되어준 극단"에 전달했다. 창단 30주년 극단에는 극단 단홍, 극단 로얄씨어터, 창단 40주년 극단에는 연우무대가 수상했다.

시상식 중간 펼쳐진 축하 공연 역시 연극인의 사랑을 받았다. 신인배우인 주예선과 원로배우 정현이 독백을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이어 강애심 배우 등이 출연한 연극인복지재단 합창단이 '성자의 노래(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영화 '국가대표' 주제가인 '버터플라이'를 불렀다. 시상 중 서울연극제의 마스코트이자 상징인 '달걀인간'도 뒤에서 수상자를 배려하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 연극인복지재단 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펼쳤다.

최근 서울연극제 폐막식 중 가장 인상적으로 펼쳐지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서울연극제는 연극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1987년 '서울연극제'로 명칭을 변경하여 진행되었으나, '관주도형 연극제'라는 오명을 받았다. 또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국제공연예술제'로 서울무용제와 통합되어 진행되어 순수 연극제가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서울연극제'는 순수 연극제로 부활하게 되어 연극인의 품으로 되돌아왔고, 서울연극협회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연극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최근에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2014년 서울연극제 대관탈락 사태'를 겪으며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도 있었으나, 올해 서울연극제를 기점으로 또 다른 변화의 첫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 제38회 서울연극제 수상작·수상자 명단
공식선정작

▲ 대상(서울시장상) : '페스카마-고기잡이 배' 드림시어터 컴퍼니
▲ 우수상(종로구청장상) : '사람을 찾습니다' 극단 신인류, '손' 창작집단LAS
▲ 관객평가단 인기상 : 극단 신세계 '말 잘듣는 사람들'
▲ 연출상 : 임선빈 '페스카마-고기잡이 배'
▲ 희곡상 : 임선빈 '페스카마-고기잡이 배'
▲ 연기상 : 김나윤 '원무인텔', 김정팔 '사람을 찾습니다', 김재건 '지상 최후의 농담', 유승일 '페스카마-고기잡이 배'
▲ 신인연기상 : 김보경 '말 잘 듣는 사람들', 이주희 '손'
▲ 무대예술상 : 김영빈 '벚꽃동산'(조명), 서지영 '손'(무대)  

▲ '달걀인간 20여 명'과 앰비규어스 무용단의 축하 무대로 폐막식이 시작했다.

특별공로상
▲창단 40주년 연우무대
▲창단 30주년 극단 단홍, 극단 로얄씨어터

[문화 生] '여성연출가 비율 5:5' 제38회 서울연극제 폐막식 말말말 ② 에서 이어집니다.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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