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태풍이라 할 만하다. 3대 영화관 멀티플렉스의 시대 이후, 다큐멘터리가 예매율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 되었다. '워낭소리'(2008년, 290만 명 동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년, 480만 명 동원) 정도만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리고 이번 5월,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끓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조니 뎁의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와 개봉이 맞물렸음에도 지난 주말 2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해 순항하고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 참여경선에 나선 노무현의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 국민참여경선은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의 의사를 반영해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으로, 민심이 바로 반영되는 후보 선출 방식이다. 당시 2% 정도의 지지율을 가졌던 노무현이 이 경선을 통해 지지율을 확장하고, 후보가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했고, 대중이 보낸 지지도 열광적이었다. 모두가 아는 결과를 다시 목격하기에 김이 샐 법도 하지만, 당시에 보냈던 대중의 사랑이 영상에 보존된 탓일까. 영화는 여전히 흥미롭고 뜨겁다.

 

 

영화는 이 참여 경선 외에도 과거-현재-미래가 교차하는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을 기억한다. 그가 변호사 때부터 함께 했던 사람부터 함께 정치 생활을 했던 정치인, 그리고 현직 대통령까지 다양한 인터뷰이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미디어를 통해 수도 없이 봤을 노무현의 모습 뒤,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완성하는 전 대통령의 초상을 볼 수 있다는 게 '노무현입니다'의 매력이다. 이를 통해 지금 없는 사람을 영화관에서 함께 기억할 기회를 준다.

'노무현입니다'는 차갑고 냉철하며, 이성적인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문제가 있는 정치판의 모습이 없지 않지만, 영화는 비판의 칼날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대신, 동서화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제 길을 걷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반한 대중의 모습을 보이며 그 순간과 노무현을 그리워하게 하는 영화다.

 

 

그러면서 영화가 필연적으로 맞이할 그의 죽음 앞에 거대한 비애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인터뷰이들의 모습 뒤엔 세상을 떠난 이의 그림자가 늘 함께하고 있고, 이를 보는 관객도 그의 죽음이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일까. '노무현입니다'는 한 사람을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공적으로 추모하기 위한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2002년의 '노풍'을 2017년 영화관에서 다시 봤다. 멀티플렉스의 시대에 다큐멘터리로서 박스오피스에서 굳건히 관을 확보하고,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돌풍이라 할만하다. 현재 박스오피스 10위 권에 든 영화의 제작비만 따져 봐도 '노무현입니다'의 힘을 알 수 있다. 오래전, 노무현이 시도한 변화의 물결은 꽤 먼 길을 경유하고서야 그다음 파도와 만났다. 그의 바람(希)이 바람(風)이 되어 다시 분다. 5월 마지막 주, 영화관에서 목격한 건 그 파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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