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전력 약세 속 북일고에 전/후반기 주말리그 모두 승리

▲ 북일고와의 후반기 주말리그 첫 승 확정 직후 기뻐하는 공주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가 끝난 것도 잠시, 전국의 고교 야구돌(야구+아이돌)들은 쉴 틈이 없다. 지난 15일,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끝난 이후 바로 그 주에 후반기 주말리그가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당초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휘문고/장충고가 전반기 왕중왕전 진출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시즌 시작과 함께 부쩍 힘을 내고 있다. 곽빈이 버티고 있는 배명고 역시 초반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청룡기 4강 돌풍을 재현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이렇듯, 전국 각지에서 '청룡 여의주'를 쟁탈하려는 유망주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분주하다. 더구나 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다소 뜨거워진 그라운드에서 주말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도 어린 선수들에게는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 뜨거운 그라운드에서 전반기 왕중왕전 진출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학교들의 선전도 상당히 볼 만하다. 후반기 주말리그 2주 째 일정,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충청리그 제1경기 역시 이러한 절박함을 지닌 학교가 있었다. 공주고등학교 야구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 공주고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강호 북일고를 만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단연 북일고가 한 수 위였고, 선수단 구성이나 큰 경기 경험도 공주고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경기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객관적인 전력은 의미 없다. 청룡 여의주에 도전한다!
공주고등학교 야구부에 박수를!

실제로 경기에 임하는 양 팀 감독들의 태도도 자못 달랐다. 북일고 이종호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강하다. 황금사자기 당시에도 내 제자들인지는 몰라도 정말로 예쁘게 야구하는 모습을 봤다. 이번 경기 역시 그럴 것이다."라며, 승리를 자신했던 반면, 공주고 오중석 감독은 "아무래도 우리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하지 않겠는가! 다만, 학생 야구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양 팀 사령탑의 반응이 사뭇 대조적이기는 했어도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는 공주고가 북일고에 3-2 역전승하며,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북일고 이수복 부장교사 역시 "우리가 이상하게 공주고만 만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라며, 걱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경기 초반은 '객관적인 전력'이 경기 스코어에 그대로 나타나는 듯 했다. 고교 무대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나선 외야수 최상민이 5이닝 1실점하면서 공주고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 막는 동안, 북일고 타선이 두 점을 냈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북일고는 에이스 성시헌을 내보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전반기의 기적이 다시 일어났다. 7회 말 공격서 2학년 신희룡-홍인택 듀오가 2타점을 합작하면서 경기를 뒤집었기 때문이었다. 극적인 장면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동점 허용 직후 맞이한 10회 말 연장 승부치기에서는 두 점을 먼저 주고도 2사 이후에만 두 점을 추격하면서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11회 말 공격에서는 1사 만루서 2학년 윤기백이 경기를 끝내는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면서 승리를 낚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승부치기만 두 번 시행한 충청 지역 제1경기는 장장 4시간 15분이 걸린 끝에 공주고가 전반기에 이어 또 다시 북일고를 격침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작전과 오중석 감독의 용병술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했다.

▲ 공주고 승리를 이끈 주역들. 사진ⓒ김현희 기자

이 날 경기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양 팀을 응원하는 학부모들에 있었다. 각자 팀 컬러와 개성에 맞는 독특한 응원 문화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북일고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상징이기도 한 '오렌지색 막대풍선'을 들고 아들들을 응원했던 반면, 공주고 학부모들은 조용히 박수만 치면서 육성으로만 아들들을 응원했다. 두 학교 학부모들 모두 방법만 다를 뿐, 아들들을 응원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동일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공주고 학부모들은 "우리도 사실 목소리 크게 하고 응원하고 싶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신신 당부를 하셔서 그렇게 안 하고 있어요."라며, 비교적 조용하게 아들들을 응원하는 이유에 대한 뒷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학생 선수들은 선수이기에 앞서 학생이며, 이 친구들에게 그라운드는 교실과도 같다.'라는 오중석 감독만의 교육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즉, 공주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함과 동시에 공부를 하는 것이다.

물론 공주고는 이제 1승을 거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충청/전라권에는 북일고가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성한 학교들이 많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이라는 펙트 자체를 투지로 극복하려는 공주고 야구부에는 충분히 박수를 쳐 줄 만하다. 이러한 모습이 결국 학생야구다운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공주고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

▲ 공주고 투-타의 두 축, 투수 오도헌(사진 좌)과 내야수 겸 투수 조효원(사진 우). 사진ⓒ김현희 기자

공주고 3학년 4인방, 조효원-김신혁-허태욱-오도헌 : 현재 공주고 기둥이라 할 수 있다. 4번 타자 겸 유격수 조효원은 긴급 상황에서는 투수로도 등판할 수 있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주로 구원으로 등판하지만, 그 위력은 상당하다. 찬스에도 강하여 북일고와의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끝내기 적시타를 기록했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톱타자 김신혁도 그 동안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활약을 펼쳤다. 당초 오중석 감독은 김신혁에 대해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한다. 너무 잘 하려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라며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첫 경기에서 부진을 털어내는 멀티 히트를 기록하면서 제 몫을 다했다. 이 페이스 대로라면, 향후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해 볼만하다. 3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장했던 허태욱 역시 마찬가지. 중요한 순간에 두 개의 안타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177cm, 70kg으로 체구는 작지만, 상당히 발이 빨라 빼어난 작전 수행 능력을 자랑한다. 비록 첫 경기에서 4회를 넘기지 못했지만, 좌완 오도헌 역시 투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기둥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중이다.

▲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는 2학년 포수 신희룡. 사진ⓒ김현희 기자

윤기백-신희룡, 공주고 2학년 듀오 : 올해보다 내년을 더 기대해 볼 수 있는 2학년 인재들이다. 북일고와의 첫 경기에서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기록한 윤기백은 반드시 타점을 기록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대 투수 최상민의 공을 받아 쳐 외야로 가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보통 저학년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쉽지 않으나, 윤기백은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했다. 빠른 볼을 노려 쳐 끝내기 결승타를 만들어냈다는 그의 롤모델은 정근우(한화)다. 172cm, 70kg의 다부진 체격에서 실제로 정근우의 향기가 나기도 한다. 또한, 선발 포수로 출장한 2학년 신희룡도 상당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작전상 교체가 되기 직전까지 4타석 3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큰 경기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인재이기도 하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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