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의 '태윤'에 대한 막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로맨스가 필요해 3의 '주연'이 '태윤'에게 말한다. 한때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그녀의 첫사랑을 빼앗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그녀를, 존경하고 의지하는 선배이자 상사인 '태윤'이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걔 정말 별로인 애야. 내가 잘 알아 고등학교 동창이었으니까. 걔가 스타일링하면서 가장 크게 잘한 게 언제인지 알아? 국회의원 스타일링하고 난 후야. 그 때 어떤 소문이 돌았는지.."

"이런 거 알아? 선배까지 후지게 느껴지는 거? 내가 따르는 사람이 겨우 그런 여자를 사랑했다니. 선배한테 실망이야."

   
 

["당신 정말 후진 거 알아?"] 이 대사를 듣는 순간 한 대 띵 맞은 것 같았다. 저 상황에 '후지다'는 표현을 쓰다니. 이제 꽤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몇 년 전, 내가 친했던 그에게 했던 바로 그 말을. 아, 이게 그렇게 보편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이었던가? 아니지, 그보단 극 중 '주연'도 그때의 나도, 어쩌면 상대가 듣고 기막히고 가장 상처받을 만한 말을 찾으려 했던 점에서 닮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미(美)는 주관적인 거라지만, 객관적으로 그리 예쁘지 않은 외모에, 캠퍼스가 헐리웃이니 싶게 주변 남자들과 복잡한 관계로 엮였던 대학시절의 그녀는, 이성과 동성 앞에서 보이는 모습, 앞과 뒤에서 보이는 모습이 달랐어도 뭐 어쩌면 내 인생에 중요한 타격을 입힐 인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런 그녀가 '그'에게 꽂혔던 건 아무래도 오기 비슷한 거였지 싶다. 비교적 쉽게 넘어왔던 이전의 남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연락은 받아주고 같이 술은 마셔 주지만 웬만한 작업 스킬에도 기대했던 반응이 통 나와 주지를 않으니. 그런 그녀가 결국 '그'를 대상으로 육탄전을 벌이기까지 했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서 당시 일어났던 어떠한 화학작용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결국 그는 공식적으로 그녀와 연인 사이임을 인정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해 불가, 서운함, 나아가 배신감 같은 감정이었다 그건 앞뒤가 다른 그녀의 태도로 그와 친했던 내가 얼마나 힘들었고, 에너지 소모를 했는지. 그는 직접 들어 알고 있었고, 그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술을 기울여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의 또 다른 친한 여자동기가 자신의 연애 상담을 할 만큼 친밀했던 그녀에게, 자신이 그녀를 믿고 했던 그 연애 상담을 활용한 그녀로부터 당시 만나던 애인을 빼앗겨, 결국 그녀와 등져버렸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기로 했다니. 그 순간 나는 내 마음속에서 그를 버리고 말았다.

이성으로가 아니어도 사람으로 참 좋아했고, 분명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 많은 힘이 되었던 사람인데, 고작 그런 정도의 여자를 어떤 사람인지도 파악해내지도 못하고 아니 그럴 생각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엮이다니. 그런 그가, 그리고 그에게 속마음을 꺼내어 이야기하고, 위로받고, 기대었던 내가 한심스럽고 실망스러워 미워지기까지 했던 기분.

그 사람에게 '그런 네가 후지다'는 표현을 꺼내었던 나는 참 못됐었다고, 그때도 그리고 이후에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결국 사과하지 않았던 건, 나 혹은 그의 선택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왜 그만큼이나 서운하고 실망했는지, 그가 그걸 알아줄 사람이 아니라는 게 내게도 상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며 한참 그를 떠올리고 나니, 이놈의 드라마는 바로 다음 화에서 '주연'이 열폭해 막말한 이유가 실은 '그'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네. 이 무슨 황당한 소리?

인정 못 한다, 네버. 그건 친남매끼리도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니까 그렇지, 현실의 그는 '강태윤'처럼 멋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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