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프레스콜이 열렸다.

70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구성된 프레스콜은 '토론 연극'이란 독특한 장르의 신선함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청소년이 정한 토론 주제인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디가 맞는지'를 두고 양측 패널이 대립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유도소년' 등을 제작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와 '창작하는 공간'이 함께 만들었다.

▲ 좌측부터 오용, 백은혜, 정선아, 이지해, 서예화, 양경원

창조론 패널에는 기독교 신앙이 지나치게 강한 이성혜 역에 정선아와 백은혜, 나사에서 근무하고 돌아온 인문학하는 천문학 박사 우지현 역에 이지해와 서예화, 괴짜 인지 뇌 과학자인 나대수 역에 오용, 양경원이 출연한다.

▲ 좌측부터 진선규, 차용학, 유연, 홍지희, 김늘메, 김종현

진화론 패널로는 강하게 무신론을 주장하는 전진기 역에 진선규와 차용학, 기생충 요정 미녀 강사 현충희 역에 유연과 홍지희, 서울대 출신 개그맨 육근철 역에 김늘메와 김종현이 출연한다.

▲ 신석기 역 조원석, 홍우진, 정재헌

마지막으로 토론의 맥을 짚어주는 사회자 신석기 역에 홍우진, 정재헌, 조원석이 출연한다.

민준호 연출은 "배우들이 나이가 먹어서 제가 좋아하는 몸을 쓰는 게 어려워져서 말로 하는 서커스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게 됐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 백분토론을 봤는데 이분들이 서로 다투고 고집부리고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 모습이 코미디라고 생각했다"며 작품 구상 계기를 밝혔다.

또 몇년 전에 이미 대본이 완성돼있었다는 이야기에는 "매년 업데이트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완성이랄 게 없다"며 계속해서 관련 주제를 공부하며 대본에 반영 중이라고 밝혔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민준호 연출의 이야기에 걸맞은 작품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혹은 그 이상의 지식 수준이 담겨진 대본은 배우들에게도 골칫거리였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대본이 아니라 지식을 공부해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에는 많은 실재하는 가설, 추측, 사실 등이 공존한다. 영상이나 이미지 자료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실제 TV토론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75인치 모니터 5대와 카메라가 무대 곳곳을 비춘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공부는 곧 공연의 내실이 단단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온 것으로 보였다. 정선아 배우는 작품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공연을 보시고 난 뒤에도 맥주 한잔하며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질 것"으로 본다며 '뇌가 섹시해지는 공연'인 점이 매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인물의 말투나 의상만이 아니라 실제 관련 강의나 책들을 배우며 배우들 역시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다. 51페이지 가량의 대본에서 나오는 풍부한 이야기를 정말 토론하듯이 뱉어내는 배우들을 보면 실제 토론인지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만큼 어려운 점도 있었다. 바로 배우들 역시 대부분 종교를 가진 사람이고 민감한 주제인만큼 극 중 인물들이 감정이 상할 정도로 대립을 보여줘야 하는 면에서 곤란함을 느낀 것.

 

서예화 배우는 "우지현인지 서예화인지 아직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흔들릴 때가 많아서 다잡으려 한다"며 어려운 점을 전했다.

진선규 배우도 "전 사실 크리스챤이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신다"며 마음을 다잡아도 실제로 상처를 주고 받게 되버린다며 어려움을 말했다.

백은혜 배우 역시 "극 중 감정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화나는 걸 견디는 거 자체가 충격스럽고 내가 저 사람을 찍어내려야 하고 왜 이런 걸 느껴야 하나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일을 일로 대하니까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런 크리스챤을 누가 좋아할까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그걸 버리니 더 자유롭게 토론하고 화낼 수 있어서 편해졌다"며 변화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과 괴로움이 관객에게는 재미와 흥미로 다가오는 점도 있었다.

 

유연 배우는 "이 작품의 매력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배우들이 서로 극한의 대립을 하게 되며 만들어지는 '살아있는 공연'이란 느낌이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민준호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묻는 질문에 "관객들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재미가 있다고 해서 싸움이 줄고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자료가 늘었다"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또 저번 공연을 통한 피드백도 있었다며 귀뜸했다. 자신이 공부한 분량만큼 배우들의 분량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우지현, 현충희 등의 캐릭터를 좀 더 배려했다고 밝힌 민준호 연출은 엔딩의 변화를 통해 관객이 '무섭다'고 느끼는 피드백이 좀 생겼다며 "그게 좋은 거로 생각한다"는 대답을 해 어떤 엔딩일지 흥미를 돋궜다.

마지막으로 민준호 연출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묻는 질문에 "저희가 대신 싸우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양쪽 모두 자기들 자료만 보며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밝힌 민 연출은 "한쪽을 위해 상대를 묵살하려는 건 폭력이다. 양쪽 모두 보며 서로를 배려하면 두 가지 모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쓴 대본이라기보단 위대한 분들의 생각을 편집한 것"이라며 겸손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다큐멘터리와 책을 수십, 수백 편 봤다. 어떤 시기, 상황에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먹힐 만한 타이밍이 있다. 그런 것들을 편집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것 역시 그 순간에만 맞고, 멀리 떨어져 보면 다 맞지는 않다"라고 덧붙이며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보여준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의 발언들은 관객에게 흥미를 끌기 충분해 보였다.

실제 토론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이론이 녹아있는 대본이 매력적인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7월 9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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