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광해의 이야기가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연산군, 영조, 정조 등 조선의 왕들이 대중문화에 등장한 적이 많기에 광해가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근래 소환된 횟수는 무척 잦다. 2010년 이후에만 '광해: 왕이 된 남자', '화정'에 이어 '대립군'으로 재현되고 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이라는 난세를 통과했고, 불안한 왕권 앞에 흔들리다 인조반정으로 쫓겨나기까지 굴곡의 인생을 살았는데, 그 시간 안에 현재의 우리와 대화할 것들이 많이도 있나 보다.

이병헌, 차승원이 앞서 연기한 광해의 얼굴을 '대립군'에선 여진구가 맡았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기에 여진구에게 부담이 될 법도 하다. 그런데 정작 여진구는 그런 부담감과 싸우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립군'의 광해군은 전쟁 중에 피난 다니던 왕세자로, 선배 배우들이 연기했던 인물과 완전히 달라, 참고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여진구의 말대로 '대립군'의 광해군은 왕의 위엄을 갖추기 전의 모습을 보인다. 왕이 된다는 것에 갈등과 번뇌가 많고, 한 국가를 이끌어가기엔 연약하고 부족한 왕세자다. 그의 변화를 보여주는 게 이번 영화에서 매우 중요했다. '대립군'은 소년이 백성들에게 필요한 왕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여진구에게 묻은 소년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대립군'은 국가의 근간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왕이라는 절대자가 있던 조선일지라도 통치자가 누구를 위해 있는지를 묻고, 카메라는 백성들의 얼굴을 끊임없이 담는다. 광해군 역시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이며 민초들에게 다가간다. 기존에 보였던 광해군의 이야기들이 당파 싸움 및 위태로운 왕권과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대립군'은 국가의 구성 요소, 그리고 존립 이유를 묻는다는 점에서 다른 뉘앙스의 정치성을 띈다.

 

 

아마도 '대립군'은 탄핵 및 장미 대선을 예상치 못하고 기획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선거 전에 개봉해 올바른 지도자에 관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려 했을 것이다. 만약, 원래대로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면, 현재의 국민이 과거의 광해군을 거울삼아 좋은 리더에 관해 고민하게 하고, 유권자와 소통했을 뜨거운 영화다.

(다행히) 정치 지도자가 바뀐 지금, '대립군'이 주려 했던 메시지의 온도가 조금 미지근해 보일 수는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들은 여전히 옳다. 그리고 언제나 물어야 할 질문을 잔뜩, 남긴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지도자는 누구를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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