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돌아왔다. 조니 뎁의 잭 스패로우를 기다렸던 이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3부작(블랙 펄의 저주, 망자의 함, 세상의 끝에서) 이후 중심을 잃은 이 시리즈에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니 뎁의 상황도 예전과 다르다. 그는 잭 스패로우라는 인생 캐릭터를 얻었지만, 역으로 다른 영화에서도 이 캐릭터의 그늘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편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고어 버빈스키의 3부작과의 연결을 시도하고, 반가운 얼굴들을 대거 참여시켜 시리즈의 활력을 되찾으려 했다. 특히, 윌 터너(올랜도 블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시리즈의 팬들에게 무척 흥분되는 일이다. 그밖에도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까지 출연했다고 하니, 잔재미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드벤쳐 장르 특유의 전설과 신화 속 장소를 탐험하는 재미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번 편의 재미는 보장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 3부작 이후 이 시리즈는 거대한 목적을 상실했고, 이번 편엔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라는 강적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무게감은 보완하지 못했다. 또한, 시리즈 특유의 재기발랄함도 찾아보기 힘들며, 거대한 스펙터클을 전시하면서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 바다에서의 해전은 새로울 게 없어 지루함마저 느끼게 한다.

 

 

잭 스패로우의 얼굴은 '블랙 펄의 저주'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에게서 보이던 활력과 유머는 진작에 노쇠한 듯하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보인 액션 씬에서의 재치도 증발했다. 단두대를 활용한 장면이 새로웠으나, 그 외엔 덩치만 크고, 둔한 액션을 보일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어떻게든 지난 시리즈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 새로운 적과 신화를 끌어왔다. 그러나 단발적인 재미 그 외엔 어떤 만족감을 느끼기 힘들다.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바에 시리즈를 이을 이유가 있었을까. 죽은 자가 말이 없듯, 종결된 영화는 말이 없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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