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랜슬롯, 귀네비어, 퍼시벌, 멀린, 아서 왕 등의 인물과 바위에 박혀있던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 아서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현대 대중문화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해 활약 중이다. 전설이라 불릴 만큼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이 이야기의 원작은 아서 왕과 원탁 기사단의 이야기로 중세 기사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아서 왕 이야기의 기원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아서 왕은 6세기 인물이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전설화되었다. 그러다 15세기 영국에서 토머스 멜러리가 그의 전설 담을 모아 '아서왕의 죽음'을 출판했고, 이는 중세 문화를 기록한 영국 최초의 산문 소설이라고 한다. (시사상식 사전, 박문각 참고) '킹 아서: 제왕의 검'은 아서왕 이야기를 베이스로 하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더 첨가해 볼거리가 충만한 영화로 관객을 찾아왔다.

 

 

가이 리치 감독은 고전 이야기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입혀 스타일리쉬한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방대한 이야기를 축소하는 연출이 눈에 띈다. 아서 왕의 유년기를 몽타주 샷들로 배치하면서, 빠른 비트의 음악을 입혀 리드미컬한 시퀀스로 표현했다. 그리고 아서 왕 일행이 작전을 모의하는 장면은 그 일을 실행하는 장면이 동시에 담아 색다르게 전개된다.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인데, 설명 위주로 단조롭게 흘러갈 법한 부분에서 극의 속도감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 외에도 중세라는 느낌과 달리 인물들에게 극단적으로 붙은 카메라를 활용(고프로 등의 카메라를 몸에 부착한 장면을 연상하면 좋다)한 액션 장면의 과감한 연출도 돋보인다. 또한, 액션의 타격감과 효과는 비디오 게임의 그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킹 아서: 제왕의 검'은 현대적 스타일로 볼거리를 채워 넣으려 애썼다.

 

 

덕분에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편집들이 눈에 띄지만, 이런 스타일이 내러티브의 완성도와 별개로 움직이는 것, 그리고 앞서 언급한 스타일이 없는 장면에서 캐릭터만으로 흥미로운 것을 만들지 못한다는 한계도 보인다. 특히, 오래된 신화의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시너지를 만들지 못한 부분은 너무도 아쉬우며, 아서 왕 전설을 좋아하는 팬들은 실망할 여지가 있다. 결국, '킹 아서: 제왕의 검'은 겉치장에 몰두하느라 속을 가득 채우지는 못한 영화다. 스타일은 살았고, 전설은 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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