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망사고 유족과 함께 하는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고상만 작 박장렬 연출의 이등병의 엄마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고상만은 1970년 경기도 판교에서 태어났다. 1989년 대학 입학 후 광주민주항쟁을 비롯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알게 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1990년 3월,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김용갑이 부패한 사학재단과 맞서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다가 이듬해 3월 구속된다. 이때 구치소로 이송되는 버스 안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되는' 인권운동가로 살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후 1992년 '유서대필 조작 강기훈 무죄석방 공대위'를 시작으로 1993년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1994년 '전국연합 인권위원회', 1998년 '천주교 인권위원회', 1999년 '인권연대', 2000년 '반부패국민연대' 등에서 직업운동가로 일해왔다. 한편 1998년에는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 자문위원으로, 이후 2002년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2006년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는 조사관으로 일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해 감사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젊은 인권운동가가 쓴 인권 현장 이...야기 - 니가 뭔데』(2003)와 『그날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2011)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2006년 '국무총리소속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 결정'을 받았고, 2011년에는 '오마이뉴스'에서 '2월 22일상' 외 다수의 상을 받기도 했다.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 5대 회장이다. 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 <레미제라블> 등을 집필 또는 연출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이 원인불명의 죽음을 당한 후 자살자로 처리된 병사의 유족이 모여 국방부와 법무부에 진상규명을 해 달라고 공동 제작한 연극이 <이등병의 엄마>다.

실제 최초의 사건의 발단은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경비중대 소대장이던 김훈 중위의 사망사건이다. 김훈 중위는 근무 중이던 전방 241GP에서 싸늘한 권총 사망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현장에 수사관도 도착하기 전에 이 사건은 언론에 자살로 전파된 채 묻힐 것을 강요당했다. 이튿날이 16대 대통령 취임식인데다 사고 부대의 지휘 책임자가 새로 들어설 DJ정부의 신임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는 점에 이 사건이 서둘러 억지 자살로 처리되는 비극은 잉태돼 있었다.

김훈 중위의 부친인 1군 사령관 김 척 장군은 9개월 동안 군부대가 감추고자 하는 아들 김 훈 중위 타살의 배경과 현장에서 발견된 결정적 타살 정황 증거들, 증인들을 찾아내 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 증거로는 왼손잡이인 김훈 중위의 왼손에서는 화약 흔이 검출되지 않고 오른손에서 검출된 점(방어흔적), 사망 현장의 크레모아스위치 박스가 부서져 나가있었고 김중위 손목시계 유리가 깨져있었던 점(외부자 침입 및 격투흔적), 김중위 사체의 두정부에 혈종이 있었던 점(외부자 가격 흔적)등이었다.

그러나 부실한 초동 수사를 거쳐 억지로 자살로 꿰맞춘 당시의 군 헌병대와 형식적 재수사를 담당한 육군 고등 검찰 부는 이런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 한번 하지 않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이라는 결론을 되풀이했다. 결국 그해 12월 시사저널은 그동안 온갖 신변위협을 무릅쓰고 김 척 장군과 공조해 조사한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했다. 당시 시사저널 보도는 판문점 김중위 사망 부대에 일부 소대원들이 북한 적 공조와 내통해 야음을 틈타 북한을 오간 충격적 군기 문란이 자리했고, 신임 소대장인 김중위가 이를 척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부대 내 몇몇 용의자에 의해 권총을 머리에 맞고 자살로 위장 처리되었다는 정황과 증인 및 증거들을 공개하며 원점에서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 보도 내용은 며칠 후 고스란히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비공개 조사를 거쳐 똑같은 내용으로 언론에 공표되었다.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충격적 내용들이 시사저널에 보도되자 국내의 모든 언론은 1주일 이상 판문점 군기문란과 김훈 중위 타살 의혹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결국 정부는 당시 판문점 군기문란 실상을 자인하고 경비 체제를 개편을 약속했다. 또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비롯해 80년대 이후 군대에서 한해에 4백 여 건 씩 발생한 의문사에 대해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결성된 국방부 특조단이 6개월 동안 사건을 붙들고 있다가 내린 조사 결론도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판문점 군기문란만 시인한 뒤 김 훈 중위 사건 결론은 그대로 고수한 것이다. 김훈 중위 사건의 진실이 뒤집히면 당시 국방 수뇌부는 부실 수사는 물론 사건 은폐 책임마저 져야 할 상황이었다. 또 군 법무조직이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군부 내 위기의식이 컸다. 이런 군부가 '자살'결론을 고수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란히 육사 선후배이기도 한 김 척 장군과 김훈 중위 부자가 국방에 헌신한 기간을 합치면 36년이 넘는다. 그러나 군과 정부는 두 군인 부자의 명예를 철저히 짓밟은 것은 물론 유가족에게 20년간 '단잠'과 '단밥'마저 빼앗았다. 흔히들 세월이 흐르면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김 척 장군 부부에게 그 말은 당치 않다.

명동성당에서 열린 김훈 중위 추도식에서 김 척 퇴역장군은 위로 차 참석한 수많은 군대 의문사 가족들을 상대로 이렇게 연설했다.

"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밝혀서 다른 수많은 아들들의 군대 내 억울한 죽음을 막고, 내 아들의 명예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군대 내 사망자들의 명예도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오늘까지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등병의 엄마>의 무대는 이등병 정호의 집, 병영, 지하벙커, 시체안치소, 어머니들 모이는 장소로 구분되어 사용된다.

연극은 활기차고 행복한 정호의 가정에서 시작된다. 명랑한 성격의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 예쁜 누이동생이 등장하고, 정호가 군에 입대하는 걸 당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어머니는 잘 갔다 오라며 정호를 포옹한다. 배웅을 하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들 모임에서 전단을 배포하지만 어머니는 무심하게 외면한다.

훈련소 생활을 마친 정호의 병영에서의 모습이 펼쳐진다. 늘 상 되풀이 되듯 신참에 대한 상급자의 기합이 시작이 되고, 꼬투리를 잡은 상사가 지하벙커로 정호를 데려가 구타한다. 돌연 전기선이 합쳐졌을 때 나는 소음과 함께 정호의 비명이 들린다.

장면이 바뀌면 정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받는다. 무척 놀라는 모습으로 전화를 받고 힘없이 내려놓는다. 군에서는 정호가 자살한 것으로 통고가 된다.

장면전환이 되면 시체안치소에 어머니가 등장해 덮은 천을 들쳐 정호를 들여다본다. 만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시체는 관에 실려 곧바로 화장 처리된다. 그런데 정호가 휴가 직전 집으로 보낸 편지가 문제가 된다. 편지내용에는 자살과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다. 어머니는 정호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고 군부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정호와 마지막에 함께 있었던 상사와 대면을 하지만, 바른 소리를 할 리가 없다.

한번 자살자로 처리되면 군에서는 번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자살자로 처리되면 현충원에 안장될 수도 없다. 정호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어머니들 모임에 합류한다. 어머니들은 정호 어머니를 받아들인다. 국방부와 법무부로 달여간 어머니들이 시위하는 모습이 전개된다. 까닭을 모를 죽음으로 자살자로 처리된 아들의 어머니들, 어머니들의 모임과 시위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지만 안타깝게도 해결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담희가 이등병의 어머니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연기한다. 맹봉학과 박찬국이 아버지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이등병 정호를 김 천이 출연해 어머니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주선하가 예쁜 누이동생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인다. 유족단 대표로 권남희와 김지은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권기대가 유족단체 총무로 출연해 역시 열연을 편다. 정종훈, 진종민, 최지환, 이재영, 김대현이 수사관, 상병, 초병으고 출연해 호연을 보여 갈채를 받는다. 특별출연으로 박현애, 서은심, 박영순, 노행임, 김순복, 박윤자, 임기순, 김정숙, 강삼순 등 유족모임 어머니들이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연기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맹봉학, 기획PD 김 현, 작곡 음악감독 박진규, 피아노 연주 이지은, 해금연주 양이다금, 무대 정대원, 조명 김철희, 의상 양재영, 영상 목수김씨, 조연출 서이주, 무대감독 최지환, 뉴스나레이터 김수연 등 스텝 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군 사망사고 유족과 함께하는 다음 스토리펀딩 연극 고상만 작, 박장렬 연출의 <이등병의 어머니>를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된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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